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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서, 안 되면 육탄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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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서, 안 되면 육탄 방어
  • 정윤석
  • 승인 2006.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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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3주년(인터넷신문 전환 1주년) 특집
이단 왜 이렇게 활개치나/ 이단 측의 요인 ②

일부 이단단체들이 정통교회의 비판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활동을 펼치며 대응방법을 다양화하고 있다. 이단단체들의 적극적 방어는 인터넷 공간, 오프라인 매체, 법정 소송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전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고를 뜻하는 P.R을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 알리는 것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단단체들만큼 이를 적절히 활용하는 곳도 드물 것 같다. 이들은 자신들에 대해 좋은 이미지는 철저히 나타내고 유익하지 않은 사건이나 내용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감추고 침묵하는 방식으로 방어전략을 펼치는 중이다.

이단들의 적극적인 포교가 이단단체의 양적 성장을 늘이는 방법 중 하나라면 이단들의 적극적인 방어는 이단단체의 내부 구성원들의 ‘내구성’을 탄탄히 하는 효과를 본다. 이러한 전략으로 이단단체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 안도감을 갖게 되며 그들을 이단시하는 기성교회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가게 하는 구실을 만들어 준다. 이단들의 적극적인 방어로 인해 기성교회는 위축되는 경우도 없지 않은 현실이다. 이단들이 적극적 포교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을 위한 교리적 방어를 위해서도 발벗고 나섬에 따라 이단들은 더욱 활개치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충북 옥천에 있는 A교회의 이찬희 목사(가명)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이 목사는 교인들을 보호하고 이단단체의 문제점을 알리자는 취지에서 몇 달 전부터 교회 홈페이지 자료 게시판에 이단 자료실을 마련해 놓았다. 그런데 교회로 항의하는 전화가 걸려 왔다.

“저는 ㅇㅇㅇ단체 교역자인데요, 우리를 비방하고 문제시하는 글들을 올려 놓았더군요. 그런 근거 없는 글들을 올리시면 어떡합니까? 당장 내리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습니다.” 이 목사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자 나중에는 교회로 공문을 보내 정식으로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이 목사는 점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성도들을 생각해서 이단 자료를 계속해서 올려놓자니 소송을 걸까 염려되고 내리자니 정통교회 목회자가 이단들을 겁내는 것 같아 영 내키지가 않았다.

현재 이런 고민은 비단 충남의 한 목회자만 겪는 걱정거리가 아니다. 전국 각 지역을 통틀어서 이단자료를 올려 놓은 교회란 교회는 대부분 항의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국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기자는 최근에 이런 이유로 고민하는 교역자와 인터넷 관리자들의 전화를 경기도, 전라도, 경상도 등 전국 각 도에 위치한 교회들로부터 받은 바 있다.

서울의 대림동에 있는 B교회의 인터넷 관리자인 오한민 권사(가명)도 이런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이단들의 문제점을 알리려고 게시판에 이단 자료를 걸어 놓았는데, 그것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공식적으로 규정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기만 했는데도 전화를 걸어서 자료를 올린 것에 대해 항의하고 고소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오 권사는 목사님께 어려움을 끼치게 될 것 같아 이단자료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답변했다. 과거에는 자신들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그다지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던 이단단체들이 기성교회의 이단 자료들, 특히 인터넷 공간에 올라온 내용들을 시비거리로 삼으며 그대로 좌시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일부 이단단체들은 자신들에게 불이익이 될만한 정보를 올린 교회는 물론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카페 주인들에게 삭제처리를 종용하고 안 될 경우 실제적으로 법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

박민희 씨(22, 가명)는 이단단체의 문제점을 알고 특정 이단을 반대하는 안티 카페를 개설한 바 있다. 약 100여 명의 회원이 확보됐고 활동도 열심히 하던 중 안티 대상이 되는 이단단체 사람들이 카페를 폐쇄하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해왔다. 그래도 박 씨는 활동을 중단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으니 조사받으러 나오라’는 내용이었다. 안티 카페에 올린 게시물을 문제 삼아 해당 이단단체가 박 씨를 형사고소한 것이다. 결국 무혐의 처분되긴 했지만 소송 과정에서 대학생인 박 씨가 겪은 정신적 고통은 당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현재 박 씨는 카페를 폐쇄하고 안티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자신들에게 해가 될 만한 내용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방어공작을 펼치는 한편 단체의 이미지를 좋게 하는 정보들을 널리 알리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수의 카페를 개설하는 방법도 그중 하나다. 예를 들어 안상홍 증인회측의 경우 유명 검색사이트인 네이버에 50여 개의 카페를 개설해 놓았다. 따라서 누리꾼들이 네이버에서 안상홍 증인회를 비판하는 자료를 찾기 위해 검색어란에 ‘안상홍’이라고 치면 원하는 자료가 아니라 반대되는 정보를 얻을 확률이 높다. 기자가 확인한 결과 ‘안상홍’이라고 검색어를 치면 포털사이트 네이버(www.naver.com)의 메인화면에는 안상홍 증인회측 신도가 개설한 것으로 보이는 ‘안상홍님(안증)-열매를 잘 맺으려면’, ‘안상홍님 장길자님 - 기도란 무엇인가?’, ‘안상홍 증인회 하나님의교회 - 재림 그리스도’라는 카페 글이 등장한다. 검색엔진 엠파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엠파스에서 동일하게 ‘안상홍’이라고 치면 메인화면에는 열린커뮤니티라는 카테고리 아래 ‘안상홍님과 하나님의교회’, ‘안상홍님을 믿는 하나님의 교회’라는 카페와 안상홍 증인회 하나님의 교회라는 안증회 공식 사이트가 뜬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증회측의 자료를 접한 공산이 큰 실정이다.

    ▲ 검색창에 '안상홍'이라고 검색어를 친 후 뜬 결과들.
오프라인 매체가 호의적으로 보도한 내용들도 이단단체들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활용하는 '단골 메뉴'다. 1991년 예장 고신 등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구원파 박옥수 씨의 기쁜소식선교회 공식 사이트에는 자신들에 대해 호의적으로 보도한 내용을 그대로 게재한다. 가장 최근에 박 씨가 등장한 매체는 <월간 중앙> 2006년 4월호다. 박 씨는 이 매체에서 대학생들을 쓸 만한 일꾼으로 키우는 데 각별한 관심을 가진 지도자로 소개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1999년 극단적인 신비주의 이단으로 규정한 이재록 씨측의 사이트에는 <한국일보>, <문화일보>, <시사포커스> 등에 연재하는 이 씨의 칼럼들이 소개돼 있고 이단옹호언론으로 규정된 <크리스챤신문>에 이 씨의 신앙일대기를 연재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 <월간 중앙> 2006년 4월호에 소개된 박옥수 씨. 각종 언론에 보도한 박 씨 관련 기사들은 그의 홈페이지에 잘 정리가 돼 있다.
통합측에서 1995년 이단옹호 언론으로 규정했다가 2001년 해제한 바 있는 <교회연합신문>(발행인 강춘오 목사)은 통합측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지방교회측의 입장을 그대로 홍보해주기도 한다. 최근 이 신문은 ‘지방교회에 대한 비난은 오해에서 온 것’, ‘기본교리 기성교회와 크게 다르지 않아’라는 제목의 지방교회 옹호 기사를 게재한 것이다. 이런 자료들은 지방교회측의 자기 변호에 유익한 자료로 재활용된다. 지방교회측 ‘하나님의 이기는 자들’이란 사이트에 가보자. ‘변호와 확증’이란 메뉴에 보면 <교회연합신문>의 기사 내용이 그대로 실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일부 교계 언론이 이단을 옹호 내지 홍보해주면 이것을 다시 한 번 이단단체가 사이트에 재활용해서 써 먹는 사례는 이외에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 최근 <교회연합신문>에 게재된 지방교회측 홍보 변호성 기사

   ▲ <교회연합신문>에 게재된 기사가 지방교회측 사이트에 그대로 올라가 있다.

아에 자체 매체를 통해 직접적으로 방어 변증에 나서는 데에도 활발하다. 김기동 씨(서울성락교회)측의 <주일신문>이 거의 매호에 걸쳐 정통교회측의 김기동 이단 규정 및 비판에 대해 기획적 반박 기사들을 통해 방어막을 치고 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2년 전 인쇄 과정에서 변조되는 등 총체적 문제를 보이며 발간 주체자들에 의해 발행 중단된 이단옹호자료집 <정통과 이단>은 아직도 이단단체들이 자신들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자료로 애용하는 실정이다. 이 자료는 이재록 씨, 권신찬측 구원파 사이트에 아직도 게시해 놓았고 일부 이단단체에서는 지금도 포교시에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이단단체들이 내부 단속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물론 비판적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방어적 자료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단단체에서 이탈한 오성광 씨(36, 가명)는 “내가 다녔던 단체에서는 언론에 기사나 광고가 나오는 것을 신도 교육과 홍보용으로 적극적으로 사용했다”며 “이러한 자료들은 이단단체가 대외적으로 공인된, 신뢰할 만한 단체라는 안도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조금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법정 소송을 제기한 것만을 알리는 것도 큰 효과를 거둔다. 정통교회의 특정인을 대상으로 법정 고소를 할 경우 재판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고소했다는 사실 자체만을 알린다. 마치 그것만으로도 자신들의 정당성을 입증받은 양 선전하는 것이다. 교주를 재림주라고 추앙하는 단체에서 이탈한 이명희 씨(22, 가명)는 “내가 다니는 단체에서 이단문제 전문가를 고소한 적이 있는데 결과에 대해서는 잘 알려주지 않으면서 고소했다는 사실만을 대대적으로 알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 당시에는 마치 상대가 세상법으로도 정죄당한 양 받아들이기 십상이었다”고 말한다.

이단단체를 문제시하고 비판하는 소리는 의도적, 조직적으로 감추거나 통제하고 좋은 소식에만 눈을 돌리게 만드는 것이다. 기성교회의 비판적 문제제기에 대해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이단단체의 모습은 이단들이 활개치며 오히려 기성교회가 위축돼 보이는 이상한 현상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이단단체들이 활개치며 적극적으로 자신들에 대해 방어를 하는 만큼 정통교회의 이단 비판과 대처방법도 더욱 적극적이고 강도높게 진행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단연구 및 상담전문가 진용식 목사가 수십차례의 이단비판 세미나를 진행하며 경험한 것이 하나 있다. 세미나 장소에 나타나 집회를 방해하고 소란을 피우던 이단들도 지역 기독교 연합회의 집회나 만반의 준비를 갖춰 놓고 진행하는 세미나 장소에서는 숨죽이고 아무런 소란도 피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갈수록 활개치는 이단단체와 그들의 적극적인 방어활동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한국교회에 주는 시사점이 있다. 연합하고 철저히 준비해서 대처하면 이단단체의 적극적인 방어와 공격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활개 치는 이단단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교회의 연합된 모습이 더욱 요구되는 현실이다.

한편 교회 게시판에 올라가 있는 이단 자료들을 내리라며 법정 소송까지도 불사하는 이단단체들의 공격에 대해 정일배 변호사(믿음합동법률사무소)는 “교회의 홈페이지 등에 이단 자료를 올릴 경우는 인용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제하면서 “설령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는 사안이라도 이단들이 작심하고 고소를 할 경우에는 교회의 책임자나 홈페이지 관리자가 경찰에서 조사를 받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정 변호사는 “유익한 이단 자료를 교인들에게 반드시 소개하고 싶을 경우에는 해당 자료가 나온 사이트의 주소를 교회 홈페이지에 링크를 시켜 놓고 간접적으로 이단 자료를 접하게 하는 것이 법적 분쟁의 소지를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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