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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은 영원한 생명으로 들어가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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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은 영원한 생명으로 들어가는 문
  • 정윤석
  • 승인 2006.05.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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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기획 1] 신자에게 죽음은 무엇인가?


중국왕조를 처음으로 통일시킨 진시황이 중국 통일만큼이나 관심을 가졌던 것은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진시황이 수많은 젊은 시종들에게 ‘불로장생초’를 구해 오라며 각국으로 보낸 것은 유명한 이야기다. 죽음은 기원전 수백년 전의 사람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이 피하고 싶은 것, 극복하고 싶은 것, 이겨내고 싶은 어떤 대상이다.

자동차가 고장 나거나 부품이 망가지면 카센터에서 부품을 교체하거나 엔진 등을 고치듯이 병들거나 손상된 사람의 장기를 교체할 수 없을까? 현대의 과학자들이 머잖아 인체부품 교환센터에서 인체의 필요한 인공장기만을 교체할 날을 고대하며 그것을 실현가능케 하기 위해 애쓰는 것도 결국은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신용카드 단말기 사업을 하는 A 씨의 핸드폰이 어느날 아침부터 요란하게 울렸다. 신용카드 단말기를 설치하고 싶다는 고객의 전화였다. 기분이 좋았다. “아, 네, 카드 단말기를 설치해 드릴 수 있죠. 그런데 거기가 어딘데요?” “여기 새로 개업한 ㅇㅇ장례식장입니다.” “뭐요, 장례식장이요? 아 오늘 바쁩니다.” A씨는 고객이 장례식장에 카드단말기를 설치하고 싶다고 하자 태도가 돌변하며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납품을 하지 않은 이유는 한마디로 재수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죽음은 피하고 싶은 것, 극복할 대상이기도하고 때론 산 사람들에게 별로 좋은 일을 가져다 주지 않는 ‘재수없는’ 일로 치부되기도 하다. 이렇게 피하고 싶고, 극복하고 피하고 싶은 ‘죽음’이지만 이것은 때로 인도네시아를 강타한 쓰나미처럼 수십만명에게 집단적으로 찾아오기도 하고 우리 주변에서 예고없이 의외의 사람에게 찾아가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럴 때마다 자기 상황에 따라 죽음에 대해 설명하며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성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죽음에 대한 성경적 의미요, 해석일 것이다. 성경은 죽음에 대해 어떻게 말씀하고 있으며 크리스천은 죽음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성경은 죽음이 죄 때문에 이 세상에 들어왔고, 그 죄의 결과로서 주어졌다고 말씀한다(롬 5:12, 6:23). 죄의 삯은 사망이다. 이런 이유로 사실 성경에서도 죽음은 인간의 삶에서 이질적이고 적대적인 것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즉 죽음은 하나님의 진노의 표현(시 90:7, 11)으로, 심판(롬 1:32)으로, 정죄(롬 5:16)로, 저주(갈 3:13)로,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두려움과 공포로 채우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모든 죄를 완전히 용서받은 신자들에게 죽음은 재해석되기 시작한다.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들은 죽음의 세력에서 자유하고 하나님과의 교제를 회복하며 죽더라도 영생을 선물로 받게 되기 때문이다(요 3:36, 롬 5:17~21, 고전 15:26, 계 20:14). 성도들에게도 죽음은 두려운 것으로 실제하지만 하나님의 은혜의 섭리 속에서 죽음에 관한 생각 그 자체를 바꿔버리는 것이다. 죽음은 교만한 자를 겸비케 하고 육체의 욕망을 억제하며 세속적인 마음을 막고 영적인 마음을 촉진시키고 하나님의 나라의 일을 준비하게 하는 방편으로서 성도들에게 작용하는 것이다.

예수님이 고난과 죽음의 길을 거쳐 그의 영광에 들어가셨던 것처럼 신자들 역시 죽음을 통해서만 영원한 나라의 상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죽음은 외관상 패배인 것처럼 보이나 최종적 승리를 가져오게 하는 하나의 절차인 것이다. 신자들에게 있어서 죽음은 종말이 아닌 완전한 생활의 시작이 된다.

진실한 신자에게 있어서 죽음에 대한 이러한 의미와 원리는 공허한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 신자들의 실제 생활에서 죽음을 극복하는 참된 모습은 수없이 많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람이 한신교회의 담임목사였던 이중표 목사다. 작년 7월 담관암으로 별세한 고 이중표 목사는 생전에 자신의 죽음과 관련한 입장을 한신교회 사이트(www.hanshin.or.kr)에 올려놓았었다.

“죽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나는 평소에 편안하게 죽기를 수십 년간 기도하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고통 가운데 죽음을 맞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나의 소원을 거절하고 계십니다. 그것은 나를 더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졸지에, 급박하게, 순간적으로 죽어서는 또 하나의 세계로 향하는 고통을 맛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 고통 속에서 하나님께서는 나로 하여금 부활의 새로운 세계를 진정으로 소망하게 하시며 체험케 하고 계십니다. ···산 자만이 죽을 수 있고, 참으로 죽은 자만이 다시 살 수 있습니다. 부활의 산 소망을 품고 담담히 주께로 나아가겠습니다.”

암과 투병하며 끔찍한 고통 가운데 있던 그가 죽음을 통해 부활의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게 될 것이란 진정한 소망이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크리스천이 죽음을 바라보는 참된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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