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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형교회, 이단 침투에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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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형교회, 이단 침투에 골머리
  • 정윤석
  • 승인 2006.03.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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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로 위장등록 교인 접촉·성경공부 명목 모임 끌어들여


대전에서 있었던 한 연합집회. 강사는 TV에도 출연하는 대전 유명 교회의 A목사였다. 방송을 통해 행복과 웃음을 전하는 A목사가 주위의 시선에는 아랑곳없이 자리에 앉아 설교 전부터 한숨을 푹푹 내쉬기 시작했다. 옆에 앉은 B목사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목사님, 무슨 일 있으세요?” 한숨만 내쉬던 목사는 자신의 고민을 그 자리에서 털어 놓았다.

“이단들 때문에 교회 꼴이 아주 말이 아니야.” 이 말을 들은 B목사는 A목사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곧바로 알아 차렸다. 왜냐하면 B목사의 교회도 교주를 ‘보혜사’, ‘이긴자’라며 기성교회 목회자들을 서기관 바리새인으로 비하하는 이단단체 때문에 홍역을 적잖게 치른 바가 있기 때문이다. 이단에 소속한 교인이 포교를 목적으로 자신의 교회에 위장 등록을 한 후 교인들을 하나 둘 자신의 단체로 빼내간 뼈아픈 경험을 했던 것이다. 그것은 연합집회에서 한자리에 만났던 A, B목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회 전도왕이 사실은 이단단체 신도

인천의 한 대형교회는 일부 여전도회 소속 회원들이 이단으로 넘어가는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같은 지역에 위치한 또 다른 대형교회는 이단에 소속한 교인이 교회로 잠입해 들어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실태를 파악했다. 결과는 경악스러웠다. 자신의 교회 전도왕이 이단자였던 것이다. 내막을 알고 보니 비기독교인들을 데려와 등록시킨 것이 아니라 이단에 소속한 자신의 단체 신도들을 교회로 등록시키면서 전도왕을 꿰찼던 경우였다. 이 사람을 내보내기로 결정한 후 이 목회자는 평소 친분이 있던 서울 강동구의 한 대형교회의 목사에게 전화를 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알렸다. 이런 엄청난 일을 나만 당하는 것이 아니겠다는 판단에서였다. 강동구의 대형교회 목회자와 통화를 하면서 이 목사는 두 번 놀란다. 첫 번째는 이미 그 대형교회도 이단단체의 교회 내 포교전략에 휘둘리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두 번째는 그렇게 휘둘리면서도 그 대형교회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고 난처해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현재 한국교회가 일부 이단단체의 교회포교전략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단단체의 교회포교전략에 대해서는 이미 <교회와신앙>에서 여러 차례 취급한 바 있지만 피해를 당하는 교회는 계속 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예레미야서 5장 30절에 “이 땅에 기괴하고 놀라운 일이 있도다”란 말씀처럼 교회 내부에서 정말로 기괴하고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일을 당하면 대형교회는 그나마 탄탄한 조직과 많은 성도들이 있기에 회복하는 속도가 빠른 편이다. 그러나 교인들이 적은 중소형 교회는 이런 일을 당하면 이만저만 큰 상처를 받는 것이 아니다.

현재 일부 이단단체는 교회에 신도들을 파송해 등록시킨 다음 교회 요람 등이나 정보 등을 빼내 그것을 포교의 접촉점으로 삼는다. 이단측의 청년이 교회의 청년부로 위장 등록한 후 성경공부 리더로 활동하면서 청년들을 미혹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는 교묘한 방법으로 미혹의 수위를 높인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성경을 너무 잘 가르치는 분을 알아요"

“아는 언니 중에 선교를 가는 분이 있는데 중국에 가기 전에 현지에서 가르칠 말씀을 먼저 이곳에서 훈련하고 싶데요. 너무 잘 아는 사람이라 저를 대상으로 하기는 어렵고 성경을 듣고 점검해 줄 다른 사람을 소개시켜 달라고 하는데 집사님이 저를 대신해서 그 선교사님의 성경 공부 내용을 들어봐 주시겠어요?”

자신이 직접 교회에서 암암리에 성경을 가르치는 수법이 아니라 ‘성경을 너무너무 잘 가르치는 전도사님·선교사님이 있는데 한번 만나보실래요?’라며 중개만 시켜주는 방법이다. 선교를 나가겠다는 사람이 있다는데, 현지에서 가르칠 말씀을 먼저 이 땅에서 점검해 달라는데 이런 요구를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순수한 뜻에서 다른 교인의 제안에 응했다가 교주를 ‘보혜사’니 ‘이긴자’니 하는 황당한 이단 단체에 쏙 빠지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단자들의 교회침투가 활성화되고 있는데도 교회들이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어설프게 손을 대면 오히려 교회가 시끄러워지기도 한다. 인천의 C목사는 얼마 전 자신의 교회 교인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경위는 이렇다. C목사는 소위 이단단체의 포교자가 자신의 교회에 들어왔다는 소문을 듣고 의심이 가는 한 신도를 뽑아내게 된다. 그 신도를 불러 C목사는 이런 제안을 했다. “이단문제 전문가와 만나서 3일 동안 상담을 하면 이단 신도가 아니라고 믿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거절하면 이단측 신도로 알고 교회에서 내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C목사는 그 교인에게 줄기차게 상담받을 것을 권했으나 결국 그 신도는 거절했다. 교회에서 내보내겠다는 결정을 통보하자 그 교인은 즉각 “내가 교회에 순수한 마음으로 다니며 열심을 다했는데 목사가 나를 이단으로 보면 어떡하냐”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었다. 이 교회의 한 관계자는 “이단이 아니면 아닌 거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둥, 담임 목사님을 고소하겠다는 둥 하는 그 사람이 과연 정상적이고 건전한 교인인지 더욱 의심스러웠다”고 지적했다.

주일예배 시간에 공개적으로 광고해 대처

이는 교회내에서 발생한 이단 대처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지혜롭고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경우인데 전북 전주에서 목회하는 D목사는 이렇게 해결했다.
“교회에서 주일 예배시간에 공개적으로 광고를 했어요. ‘목회자가 권하지 않는 성경공부, 담당 교역자가 알지도 못하는 성경공부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는 사람은 나에게 오늘 중으로 자수하라’는 거였죠. 예배 후에 교인들이 하나 둘 찾아왔어요. 모두 합하니 10여 명 정도였는데 들어보니 모두 검증되지 않은 단체에서 성경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그 계기를 파악하니 모두 A집사의 권유로 가게 된 것을 알게 됐습니다. 교인들의 성경공부를 당장 중단시키고 ‘교회 밖에서 목사 몰래 진행하는 성경공부에 참석하거나 그것을 권유하는 사람은 당장 출교 시킨다’고 강력하게 얘기했습니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자주 경계를 하자 A집사란 사람은 저희 교회에서 큰 성과를 못 봤는지 저절로 떠나더군요.”

이단단체의 교회내 포교법의 핵심을 알고 교인들을 철저하게 경계시켜 이단단체의 교회 침투를 저지한 것이다. 이단문제 연구 및 상담 전문가 진용식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단사이비 대책위원회 부위원장)는 교회내에 침투한 이단분별법을 간단하게 말한다. 그는 “교회는 양의 울타리와 같다”며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이외의 성경공부나 선교사, 전도사 등을 소개하며 검증되지 않은 단체에서 성경공부를 하자고 권유하는 사람은 이단으로 보면 거의 틀림없다”고 지적한다.

수수방관하면 심각한 상황 초래

이단 분별법뿐만 아니라 이단에 빠지지 않는 예방책도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교회내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헌신적으로 참석하고 담임목사님이 추천하지 않는, 검증되지 않은 모임에는 발을 들여 놓지 않는 것. 그것이 이단에 빠지지 않는 가장 현명하고 효과적인 방법인 셈이다. 이단단체의 교회 침투 이후에도 대처 방법은 그다지 어려운 것만도 아니다. 담임목사의 추천과 검증을 거치지 않은 모임에 발을 들여 놓거나 그것을 유도하는 신도에게는 교회의 권위로 권징을 하고 징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말 어렵다고 생각되면 이단문제 전문가들과 상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단문제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수수방관하고 신도들을 단속하지 않으면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지금 한국교회는 이단단체의 교회침투 전략을 알려주고 신도들이 이단에 미혹되지 않도록 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현실이다. 그들이 우는 사자처럼 삼킬 자를 찾아 교회안으로까지 침투해서 포교지로 확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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