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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론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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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론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아쉽다
  • 정윤석
  • 승인 2005.08.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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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또 발생한 구타안수 사망 사고…근절 대책 절실

 

최근 불건전 안수행위(이하 안찰)로 인한 사망사고가 또 발생해 기독교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기도 군포 경찰서는 귀신을 쫓아내는 안찰을 한다며 군포에 사는 A 신도(35)를 폭행해 숨지게 한 서울 ㅇㅇ교회 B모 집사 등을 상해치사 혐의로 23일 긴급체포했다.

사건의 발단은 숨진 A신도가 7월 말경부터 “잠잘 때 귀신이 나타나고 배가 아프다”며 아내에게 하소연하면서 시작됐다. 이 말을 들은 부인인 C씨는 아는 집사 중에 ‘은사와 능력을 받았다’는 B씨를 찾아가 상담을 했다. 은사자라는 B씨의 결론은 남편 A씨에게 붙은 귀신을 축귀사역을 통해 쫓아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B씨는 얼마 뒤 피해당사자인 A씨를 만나 귀신을 쫓아내주겠다며 ‘맛보기 안찰’을 시작했다. A씨의 눈을 두 엄지 손가락으로 강하게 누르고 복부를 두드리는 방법의 안찰을 병행한 것이다. 몸을 뒤틀며 아프다는 A씨에게 B씨는 금식을 권고했다. 귀신을 잘 쫓아내야 한다는 이유였다.

A씨가 금식을 2, 3일 정도 한 후 B씨 일행이 사건 당일 A씨를 다시 찾아갔다. B씨 등은 5시 경부터 2시간 정도 기도회를 한 후 본격적인 안찰을 시작했다. 먼저 B씨 일행은 사망 피해자인 A씨를 반듯이 자리에 눕혔다. 첫 번째 안찰 부위는 눈이었다. 귀신이 보이는 눈부터 먼저 안찰을 해서 귀신을 쫓아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양손 엄지 손가락을 이용해 눈을 강하게 압박하는 방법이었다. 인체에서 가장 민감한 부위인 각막을 수차례 짓누르는 안찰 행위가 진행됐다.

두 번째 안수 부위는 머리였다. 방법은 간단했다. 성경책으로 머리를 수차례 가격하는 행위였다. 몇 차례 강타한 후 세 번째 안수 부위인 복부로 부위를 옮겼다. B씨 외에 2, 3명의 신도가 A씨의 손과 발을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았다. 그 후 B 씨등이 배를 손으로 누르는 방법뿐만 아니라 올라타서 발로 짓밟는 안찰을 진행했다. 이 안찰 행위가 진행된 시간은 총 3시간.

A씨는 금식한 후라 탈진한 상태였고 B씨와 함께 온 2명의 일행이 손과 발을 못 움직이게 붙잡았기 때문에 구타 안수행위를 저지할 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사망 당시 A씨는 눈 주변에 피하출혈뿐만 아니라 손과 발과 복부에 온통 피멍으로 범벅이 돼 있을 정도였다.

부검을 마친 부검의에 따르면 A씨는 구타 안수 행위 중 실신했다. 그러나 B씨 등은 안찰을 계속했고 결국 실신 상태에서 계속되는 구타 안수행위로 인해 숨을 거뒀다는 소견이다. 직접적인 사인은 복강내출혈사다. 장에 출혈된 피의 양은 1,200CC였다. 피해자가 복부에 받은 충격은 10회 연속으로 가격했을 경우 사망할 정도의 충격이었으며 사망자의 복부 위에서 사람들이 뛰다시피 한 것 같다고 파악했다.

이번에 발생한 안찰로 인한 사망사고는 교회의 ‘집사’로 불리던 사람들이 안찰을 시행하다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사고와는 차이점을 갖고 있다. 기존에 안찰로 인한 사망사고는 일부 불건전 기도원 원장과 안수를 잘못 배운 교역자들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안찰, 즉 구타안수행위가 일반 평신도들에까지도 암암리에 파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지적이다.

교인 중에 ‘귀신을 봤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를 위해 ‘축귀 사역’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기자가 확인한 사망자의 사진은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 온몸에 피멍이 든 상태였고 특히 복부는 칼로 긁은 것처럼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교인이 한 사람을 그렇게까지 참혹하게 구타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사람 속에 ‘마귀’가 있다는 의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피의자인 B씨는 경찰조사에서 “모든 사람의 몸 속에는 귀신이 있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교회는 안수 행위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예장 고신(총회장 조재태 목사)은 2000년도 50회 총회에서 “안수 기도는 성경대로 하되 건덕을 세우는 범위 내에서 한다”고 결의했다. 결국 사람의 머리 위에 손을 얹는 전통적 방식 이외에 △몸을 치거나 두드리기 △신체 부위 찌르기와 긁어대기 △성적 자극을 동반하는 주무르기와 문지르기 △특별한 매개체(밀가루, 부항, 엿 등) 이용하기 등 덕을 세우기 어렵고 비상식적인 안수 행위는 근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안찰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귀신론’에 대한 정확하고 지속적인 교육을 병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차준구 장로(온누리교회, 송탄신경정신과)는 “사람들이 귀신들렸다고 데려오는 환자들의 많은 경우가 정신병리적 현상을 보이는 환자들이었다”며 “귀신들림으로 오해받아 수년 동안 기도만 한다며 치료를 하지 않아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무척 고생하는 모습을 봤다”며 안타까워했다. 차 장로에 따르면 정신병의 증상은 다양하다. “나는 마귀에게 잡혔다”, “내가 예수다”는 피해망상이나 과대망상적 사고는 물론 귀신을 보는 것을 비롯 이상한 환상·환청을 계속해서 보거나 듣는 인지기능의 장애도 정신병리현상의 범주에 포함된다. 귀신들림은 아니지만 귀신들림에 대한 두려움으로 공포를 경험하는 ‘귀신공포증’도 있다. 광기 어린 행동이나 이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경직성 장애도 정신병리적 현상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교회 내에 이러한 기초적인 교육만 이뤄져도 불건전 안수로 인해 사망하는 사고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귀신이 보인다'는 사람이 있으면 '안찰'이 아니라 정신과 상담이 필요하다는 인식만 해도 반은 해결된다. 건전한 안수와 불건전 안수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은 물론 정신병리적 현상에 대한 기초적인 교육이 한국교회내에 시급한 것으로 다시 한 번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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