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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식씨 핵심 사상 '씨앗속임'
통일교 성적 타락론과 차이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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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식씨 핵심 사상 '씨앗속임'
통일교 성적 타락론과 차이없다
  • 정윤석
  • 승인 2005.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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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리강론 내용과 유사..."기독교 중심교리 침해"

 

예장통합 총회가 1991년 이단으로 규정한 박윤식 씨측을 예장합동 서북노회(노회장 박충규 목사)가 받아들인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그러나 정작 비난여론을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서북노회측은 박윤식 씨 사상에 문제가 없다며 항변하는 중이다. 이들의 주장은 3년 동안 자신들이 직접 연구했다는 ‘평강제일교회 박윤식 원로 목사의 이단성 여부에 관한 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책에서 서북노회측은 박 씨가 이단으로 규정된 이유를 소위 이단 감별사라는 몇몇 사람의 조사와 연구 자료에 의존한 조작과 횡포라고 말한다. 박윤식 씨와 평강제일교회는 실상, 이단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이 책에서 서북노회측이 박 씨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가장 먼저 제시하는 설교 테이프가 있다. 그가 1981년 7월 5일 설교했다는 ‘씨앗속임’이다. 서북노회측은 이 설교 내용을 통합측 이단사이비상담소장을 지낸 최삼경 목사가 거짓 조작해서 발표하고 그 연구결과를 예장 통합측 총회가 그대로 받아들여 박 씨가 이단이 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서북노회측은 최 목사가 박 목사의 ‘씨앗속임’을 중심으로 △ 박 목사의 설교 속에 통일교 사상과 통하는 섹스 모티브가 있다 △ 박 씨는 인간 타락을 뱀 혈통을 이어 받는 성적 타락으로 몰아간다 △ 박 씨가 “하와가 뱀과 성관계를 맺어 가인을 낳았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무근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과연 서북노회측의 주장이 타당할까?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초점은 박 씨의 사상 속에 통일교 사상과 통하는 섹스 모티브가 들어 있느냐 하는 문제일 것이다. 통일교·JMS 등 ‘타락론’에 성적 모티브를 가진 단체가 얼마나 심각하게 한국교회에 피해를 주었는지 알고 있다면 박 씨와 통일교 사상의 유사성을 쉽게 넘기지는 못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박 씨의 ‘씨앗속임’과 통일교의 핵심 사상을 담았다는 <원리강론>의 ‘타락론’을 함께 살펴보는 것은 박 씨의 사상 속에 통일교의 ‘성적 타락론’이 녹아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작업이 된다.

▲ 통일교의 핵심사상을 담은 <원리강론>(성화사, 1979년)
박 씨는 ‘씨앗속임’에서 일관된 주장을 한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하와가 가인을 낳고 나서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득남했다’고 말한다. 이것은 아담을 속인 것에 불과하다. 사실은 하와가 바람을 피워서 뱀 알, 뱀 씨를 배었는데 그것이 드러나는 게 두려우니까 자기가 먼저 아담을 살짝 속여서 ‘하나님으로부터 온 씨’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와가 잉태한 씨는 아담의 씨가 아니고 실상은 마귀의 씨다. 가인이 바로 그 마귀의 씨를 받아서 태어난 자다. 가인 이후로 이 땅에는 마귀의 자녀들이 세상에 오게 됐고, 예수님이 바리새인·서기관을 비판할 때 ‘독사의 자식들아’라고 한 것도 그와 같은 연유에서다.

박윤식 씨의 ‘씨앗속임’ 설교를 그대로 살펴보자.

“하나님께서 분명히 네게 아들 낳게 해 줬다 하면 됐는데 뭐냐, 아 요놈의 여자가 살짝 속였거든. 그러니까 말씀의 영이 떠난 아담은 멍청이 같이 자기의 씨인 줄 알고 ‘그래! 하나님의 허락으로 말미암아 낳았지!’ 잉? 알았어요? 이렇게 알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아담이 속아 넘어가고 또 여자 자신도 어둠의 권세 사탄한테 속아 넘어가고. 낳고 보니까 전부다 뱀알, 뱀의 씨들만 낳았다 이 말입니다.”

박윤식 씨는 하와가 뱀 알, 뱀 씨를 낳고도 시치미 떼는 것을 ‘춤바람난 여자’의 모습으로 비유하며 설명해 간다. 그리고 그것은 주석에도 없는 깊은 얘기라는 말도 덧붙인다.

“여자가 남편이 있는데 죄를 지었습니다. 춤바람 나 가지고 놈팽이와 같이! 이것은 뭐 세상에서 있는 사실 아니오? 그래 어째서 아이를 낳았어요. 그런데 뗄려고 했는데 남편이 자기하고 동침했기 때문에 내 아들이겠거니 하고 ‘떼지마!’···하고 난 다음에 가만히 보니 그 여자가 (춤추며 다니다가) 바람을 피웠단 말야.···

그러니까 속인거야. 그 여자가 ‘애게게 당신 닮았네!’ ···알았죠? 오늘날 주석에도 없는 애기야. 깊은 얘기야, 깊은 얘기. 이날까지 성경에서 우리가 의심없이, 연구도 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안다고 그렇게 해왔단 말야. 그런데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낳은 자식일 거 같으면 행동이 하나님의 구원역사에 있어서 일을 해야 할 텐데 하나님의 구원 역사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정말 방해하고 정말 별 지랄을 했단 말야. 이것은 씨가 달라.”

박 씨의 ‘씨앗속임’에 면면히 흐르는 사상은 하와의 육체 속에 마귀의 씨가 숨어 들어왔다는 데 맞춰져 있다. 그리고 이 씨를 받아서 아이를 낳았는데 그가 가인이었고, 살인하는 등 나쁜 열매를 맺는 타락자요, 살인자란 것이다. 가인이 살인하고 타락하고 하나님께 불순종하는 근원적 배경을 박 씨는 하와의 씨앗 속임, 즉 성적 타락에 두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통일교의 <원리강론>에서는 인간의 타락을 어떻게 설명할까?

▲ 인간의 타락 원인은 사탄과 행음관계에서 비롯됐다는 사상이 <원리강론> p.72~73에 잘 나타난다.
“우리는 위에서 밝힌 바 인간이 천사(天使)의 꼬임에 빠져 타락되었다는 사실과, 인간이나 천사는 모두 행음(行淫)으로 말미암아 타락되었다는 사실과, 그 위에 피조세계(被造世界)에 있어서 영적인 존재로서 서로 어떠한 정적(情的)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존재는 인간과 천사 외에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등을 결부하여 볼 때, 인간과 천사와의 사이에 행음관계가 성립되었으리라는 것은 쉽게 긍정할 수 있는 것이다. ···요한계시록 12장 9절에서는 마귀(魔鬼)는 곧 사탄이요 사탄은 곧 인간을 꼬인 옛 뱀이라고 명시하였다. 이러한 성구(聖句)들로 미루어 보면 인간은 마귀의 후손이요, 따라서 사탄의 후손이기 때문에 결국 뱀의 후손이 되는 것이다”(<원리강론>, p.72~73, 성화사, 1979년).

통일교의 <원리강론>에서도 아주 선명하게 인간의 타락을 성적 관계에 의한 타락이라고 정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수님이 유대인들을 향해 독사의 자식, 마귀의 자식이라고 한 것에 대한 설명을 보면 박윤식 씨의 ‘씨앗속임’ 사상과 통일교의 원리강론이 놀랍게도 일치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성적 타락에서 그 기원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박 씨의 ‘씨앗속임’ 설교를 들어보자.
“다시 창세기 4장 1절 시작!(신도들 읽는다) 하와가 잉태하여 가인을 낳고 이르되 ‘여호와로 말미암아 득남하였다’ 그러니까 아담이 끄덕끄덕 했단 말인가? 자기 아들인 줄 알고? 그런데 하는 짓이 자기 아들이 아니야. 하는 짓이! 그래서 예수님의 시대에, 종교 지도자, 목사 장로들에게 독사의 새끼들아! 뱀 새끼들아! 니 아비 어미의 짓을 행한다고 했죠? ···종자가 달라. 알아 들어?···

그러면 가인의 정체가 뭐야? 가인이 분명히 하나님으로부터 태어났다면 그 행함이 반듯해야 합니다.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난 자식은 하나님이 허락한 축복 속에서 자라야 한다 그 말이야.···

그러면 이 하와가 자기 남편을 속이는 과정에 있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되요. 좋은 나무로 못된 열매 맺지?(신도들 아니요!) 좋은 열매 맺고, 못된 나무가 못된 열매를 맺지. 그러니까 가인이 첫 살인자가 되는 거 보니까 그 아버지가 살인자여야 할 텐데 아버지가 살인자가 아닌 것은! 그렇죠? 그러니까 우리 잘 깨달아야 해요.···

그러면 가인은 누구의 자식이냐 이 말이야? 하와의 육체 속에 심어 놓은 정말 아담이 모르는 사이에 마귀가 와서 심어 놓은 씨인 줄 아담은 깜깜하게 영계가 어두워서, 알 수 없는 가운데 있다는 것을 아시고 말씀을 들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원리강론>에는 다음과 같은 주장이 나온다.
“타락한 천사장 누시엘을 사탄이라고 한다는 것은 이미 위에서 논술한 바이다. 누시엘과 인간 조상이 혈연관계(血緣關係)를 맺어 일체를 이루었기 때문에, 사탄을 중심한 사위기대(四位基臺)가 이루어지면서 인간은 사탄의 자녀가 되고 말았다. 그러기에 요한복음 8장 44절을 보면 예수님은 유대인들을 마귀(魔鬼)의 자식이라고 하셨고, 또 마태복음 12장 34절과 동 23장 33절에서는 그들을 뱀 또는 독사(사탄)의 자식이라고 하셨다(마 3:7). 이것은 인간조상의 타락으로 말미암아,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의 혈통을 이어받지 못하고, ‘사탄’의 혈통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원리강론>, p.81, 성화사, 1979년).

박윤식 씨가 말을 길게 풀어서 했을 뿐 예수님이 유대인들을 향해 ‘뱀들아, 독사의 자식들아’라고 하신 이유를 보는 시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 박 씨는 가인이 마귀 씨였기 때문에, 그 종자를 이어받은 유대인들을 향해 예수님이 ‘독사’라고 말했다는 주장이고, 통일교 또한 사탄과 인간 조상이 혈연관계를 맺음으로 인해서 인간이 사탄의 자녀가 됐기 때문에 예수님의 독설을 들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성적 타락을 주요 동기로 삼는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이런 유사점에 대해 통일교의 한 이탈자는 “박윤식 씨의 ‘씨앗속임’ 설교가 <원리강론>의 ‘타락론’에 등장하는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며 “어휘와 단어 선택이 다를 뿐 가인을 마귀의 씨라고 보는 것과 인간의 타락을 성적인 타락으로 풀어간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의 한 교수도 이와 같은 견해다. 이 교수는 “하와가 밴 씨가 뱀 씨, 마귀 씨였다는 통일교식 주장이 박 씨의 ‘씨앗속임’ 사상에 녹아 있다”며 “‘씨앗속임’은 기독교의 핵심인 창조·타락·구속의 교리를 침해하는 심각한 사상으로서 기독교신앙의 핵심을 흔들어 놓는 것”이라며 현 서북노회의 행보를 크게 우려했다. 단순한 해석의 차이로 돌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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