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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기와집 외모 ‘선한 사마리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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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기와집 외모 ‘선한 사마리아인’
  • 정윤석
  • 승인 2004.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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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50주년 장석교회

 

한국의 전통 기와집 양식으로 지어 유명한 서울 월계동의 장석교회(이용남 목사)가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50년마다 빚진 자들의 빚을 탕감해 주고, 노예를 해방시켰던 희년이 된 것이다. 이를 전환점으로 장석교회는 복음의 꽃을 월계동 땅에서 더욱 활짝 피우겠다는 다짐이다.

장석교회가 위치한 주변에는 섬겨야 할 이웃들이 유난히 많은 편이다. 주변 임대아파트에는 생활환경이 열악한 사람들도 제법 있다.
지금까지 장석교회는 이들에게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자리해왔다. 6월 둘째 주는 ‘선한 사마리아 주일’로 정해 사회와 이웃을 섬기는 주일로 14년 동안 지켜왔다. 특별헌금을 거둬 지역사회의 불우한 이웃을 돕는 구제비로 사용한다.

▲ 10월 17일 장석교회에서 드린 50주년 감사예배
전교인을 대상으로 자원을 받아 헌혈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올해는 희년을 기념해 더욱 뜻 깊게 보냈다. 담임인 이용남 목사(63)를 비롯해 교회 신도 등 127명이 단체로 사후 시신 및 장기 기증을 약속하는 서약식을 가진 것이다.
겨울이 되면 장석교회의 이웃사랑은 남달라진다.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장애인들을 위해 김장김치를 담그는 계절인 것이다. 8년 전에 100세대를 대상으로 시작했다가 올해는 500세대로 늘어났다.

▲ 매년 겨울에 이웃을 위해 김장 김치를 담는 장석교회 성도들
 8톤 트럭 한 대 분량의 배추를 ‘밭떼기’로 매입해 한 세대 당 7, 8포기 정도를 상자에 담아 문 앞에까지 성도들이 직접 배달해 줬던 것이다. 대량으로 김장을 담그다 보니 좋은 아이디어도 생겼다. 예전에는 배추만 구입해 직접 소금에 절이고 양념을 했지만 이제는 배추를 소금에 절여 납품하는 조건으로 밭떼기 매입을 한다. 양념만 교회에서 준비했다가 배추가 들어오는 날은 150에서 200여 명의 성도들이 일괄적으로 매달려 하루 만에 김장을 하고 배달까지 완료한다. 맛은 어떨까? 이에 대해 장석교회측은 “담임목사님과 부교역자들도 이 김장김치를 몇 포기 가져가서 드신다”는 말로 대신했다.

 

장애우를 위한 배려도 넉넉하다. 등록한 장애인이 200명 정도고 매주 50명에서 70명의 장애우들이 출석한다. 이들이 교회당에서 이동하지 못할 곳이 없을 정도로 장석교회는 편리하게 설계됐다. 매주 예배시간에 맞춰 특수 교회차량을 운행하고 20여 대가 주차할 수 있는 장애우 전용주차장도 마련해 놓았다. 매년 봄·가을에는 장애우들과 나들이를 간다.
10월 14일에는 200여 명의 장애우들을 데리고 독립기념관을 갔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우들에게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다. 성도들이 때로는 장애우는 물론,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들을 위해 빨랠음식 봉사, 미용 봉사를 한다.

이외에도 장석교회는 교육과 선교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장석교회가 자체적으로 지키는 교육주일은 이미 38년째 맞고 있다. 통합총회가 교육주일을 제정한 것보다 2년이나 앞섰으니 믿음의 선배들이 교육을 얼마나 중요시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장석교회 주일학교 교사들이 교육주일을 기념해 발표한 논문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월간 <교회교육>에 게재되기도 했다.

올해 10월 10일 교육주일에는 장경철 목사(서울여대 교목)와 박상진 목사(장신대 교수)를 초빙해 ‘내일의 예수 사랑 교육’이란 주제로 희년기념교육대회를 열었다.
이날 이용남 목사는 “교회의 참교육은 건물이 없어도, 교육학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페스탈로찌의 전기를 읽은 바 없어도, 보수가 없어도 가능하다”며 “그것은 투철한 사명감과 정열, 어린 생명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는 주님의 사랑으로 학생들을 감당하려는 선생님들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사명감으로 학생들과 지역사회를 섬기자는 것이다.

장석교회는 10월 17일에 희년을 기념하는 감사예배를 드렸다. 이날 개척 전도사인 김평 목사부터 1대 장균재 목사, 2대 조영택 목사를 모시고 장로 임직식을 병행했다. 현재 3대로서 20여 년 가까이 장석교회를 담임한 이용남 목사는 희년을 전환점으로 장석교회를 그 어떤 나무보다도 더 푸르게 가꿔갈 꿈으로 부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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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하게 기본으로 돌아가라”

▲ 이용남 목사
이용남 목사

‘기독교신앙을 어떻게 하면 전통문화 속에 용해시켜 표현할 수 있을까?’ 이용남 목사의 이런 고민이 결국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전통 기와집 형태의 장석교회를 있게 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마다 “교회 건물 같지 않은 교회”라고 말할 정도다. 이 목사의 목양실에 들어가도 담임목사의 전통 한국문화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도자기, 전통 문양의 창틀, 동양화의 멋을 담은 각종 성화 등. 이런 전통문화 분위기 속에 이 목사의 목자로서의 열망과 비전은 기독교의 올곧은 정신을 그대로 담아 20여 년 동안 한결같이 장석교회에서 불타 올랐다.

“비신자들에게는 신앙을 주고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성숙하게 이끌어 주고 성숙해가는 신자들은 생활과 삶 가운데 믿음의 열매를 맺게 하자는 게 저의 목회 철학이자 비전입니다.”
지금까지 수만 명의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이 변화되고 새 삶을 누리는 기쁨을 함께 맛보았기 때문에 중학생 교사 생활을 했다가 목회자가 된 것에 대해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 목사가 목회자들과 성도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한 가지다. ‘기본으로 돌아가라’다. 그 기본은 아주 간단하다. 말씀 읽고, 기도 열심히 하고 교회 출석 잘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기가 없는 명목상의 신앙인들이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의 이름으로 사고 친다는 게 이 목사의 지적이다.

이 목사는 머리가 복잡해질 때면 가끔 붓을 든다. 묵향을 맡으며 흰 한지 위에 붓을 그으면 자신의 인생을 하나님이 그려 가신다는 끝 모를 평강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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