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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부정, 우린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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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부정, 우린 몰라요”
  • 정윤석
  • 승인 2004.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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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감독시험 두 기독교학교 신선한 바람

전국이 수능 부정행위로 들끓으며 학생들이 어떻게 이 지경까지 됐는가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무감독 시험을 치르는 기독교학교들이 관심의 초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주목되는 기독교계 사립 고등학교에는 경기도 이천의 양정여자고등학교가 대표적이고 대학교에는 한동대학교가 꼽히고 있다. 이 두 학교는 각각 47년, 10여 년 간 무감독 시험이란 원칙을 지켜왔다. 이러한 시험 제도를 통해 비양심적으로 얻은 100점보다 양심으로 얻은 1점이 소중하고 명예롭다는 가치관을 학생들에게 심어 온 것이다.

김동옥 목사가 설립한 이천양정여자고등학교(김학소 교장)는 1957년부터 학교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모든 시험에 대해 감독과 교사를 배제하고 무감독 시험을 실시했다. 교사가 하는 일은 시험 시작 전에 1, 2, 3학년 학생들을 한 반에 한 줄씩 배치하고 시험지를 나눠준 다음 시험 종료 5분 전에 다시 들어가 답안지를 수거하는 것뿐이다. 양심이 학생들의 시험감독이 되는 셈이다.

김학소 교장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혼돈과 위기의 시대를 극복할 정직한 지도자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이런 의미에서 ‘무감독 고사’는 정직한 지도자 양성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양정여자고등학교는 앞으로도 학생들이 스스로 자기 양심을 지키고 동료학우들의 양심을 지켜주는 아름다운 전통을 계속해서 세워 나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37학급 1천200여명이 재학하고 있는 양정여고는 이번 수능시험에 500여명이 응시했으며 올해 졸업생 가운데 98%가 전문대 이상 상급학교에 진학했다.
무감독시험을 말할 때 한동대학교(김영길 총장)를 빼놓을 수 없다. 1995년 개교 이래 10여년간 무감독 양심시험 제도를 이어오고 있는 것. 김영길 총장은 “미래 세상을 바꾸는 지도자는 무엇보다 진실하고 정직해야 한다”며 “한동대학교는 개교 때부터 모든 시험을 무감독 양심시험제도로 실시하고 있는데 하나님과 자신에게 정직한 사람만이 참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정직성이 한동인의 자존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교 강의실의 책상을 어지럽히고 있는 컨닝용 낙서들은 한동대에서는 거리가 멀다. 작년 말 총학생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당신은 커닝을 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예’라고 응답한 학생은 5% 미만이었다.

한편 제도적인 무감독 양심시험제도가 실행되지 않는 학교에서 크리스천 학생들이 추진하는 ‘컨닝 추방운동’은 대학의 정직문화 캠페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학기 중 시험 기간이 되면 각 대학의 기독교동아리연합회원들은 학생식당 등 학생들의 이동이 잦은 지역에서 ‘부끄러운 A학점보다 정직한 B학점이 낫다’는 스티커를 배부하고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커닝 추방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제 이러한 운동이 기독교인 학생들을 중심으로 더욱 활발하게 전개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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