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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황당한 직통계시 “대통령 탄핵은 내가 출마하라는 하나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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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황당한 직통계시 “대통령 탄핵은 내가 출마하라는 하나님 뜻”
  • 정윤석
  • 승인 2004.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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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입르포/ ‘본향기도원’ 담임 최종문 씨 괴상한 주장 실체를 벗긴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되던 3월 12일, 이를 가장 환호하며 열렬히 반기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서울 신설동에 위치한 대한예수교장로회 밝은빛본향교회기도원(본향기도원)의 담임인 최종문 씨(50). 그가 노 대통령의 탄핵을 반긴 이유는 보수니, 진보니하는 사상적 이유와는 무관하다. 바로 자신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 씨는 탄핵안이 가결되기 2년 전부터 하나님께서 대통령으로 출마하라고 자신뿐만 아니라 신도들에게 1천300번의 계시를 내려주셨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대통령으로 출마하라”는 ‘직통계시’에 의해 대통령으로 나갈 것을 결단하고 있었는데 ‘대통령 탄핵’을 그 계시를 현실화할 수 있는 기회로 본 것이다.

이뿐 아니다. 현재 이 단체는 ‘본향국민연합(가칭)’이라는 정당을 설립하고 창당대회를 준비하며 밤마다 기도원 인근에 위치한 당사에서 철야를 하고 있다. 2월 16일부터 매일 새벽 1시에 시작한 기도회는 오는 4월 15일 총선까지 계속할 예정이다.
최종문 씨의 계획은 대통령 출마뿐만이 아니다. 하나님으로부터 특별한 계시를 받으면 바로 실행에 옮긴다. 최 씨가 받았다는 계시는 물로 석유를 만들라는 황당한 것부터 사람의 속옷 색깔을 파악하는 어처구니없는 내용까지 다양하다.

실제로 최 씨가 물로 석유를 만든다는 ‘석유 계시’를 받자 교인들은 이를 그대로 따라 실험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본향기도원’의 10평 남짓한 2층 사무실에는 3월 15일 석유제조를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10여 명의 신도들이 석유통 등 플라스틱 통이 수십 개가 쌓여 있는 좁은 공간에 모여 ‘물로 만들었다’는 석유의 화력을 실험했다. 물 95%, 석유 4%에 콩물 등을 섞어 액체를 만들고 기도를 하면 석유가 된다는 것이다. 최 씨측은 이런 식으로 고급 양주는 물론 이 세상의 모든 액체를 석유로 만들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10명의 신도들이 같이 모여 물로 만들었다는 석유를 종이에 묻히고 불을 붙였다. 불이 잘 붙지 않자 신도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람보 라나리오’라고 중얼거리며 뜻모를 기도를 했다. 더 강력한 기도를 해야 한다며 ‘람보’ 앞에 ‘슈퍼’라는 단어를 붙여서 기도하는 사람도 있었다. 작은 사무실 안에 물로 석유를 만들기 위한 ‘슈퍼 람보라나리오’, ‘람보라나리오’라는 외침 소리가 울려 퍼졌다.

본향기도원측은 석유를 생산해 축적한 돈으로 카드 빚과 신용불량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구제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최 씨가 대통령으로 출마할 때 사용하겠다는 주장이다. 기도원측은 이를 교계에 홍보하기 위해 경기도에 위치한 A기도원에까지 가서 화력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본향기도원측은 석유뿐만 아니라 발모제, 당뇨병 치료제, 탈모 방지제 등 의약품까지 생산하고 판매하고 있다. 석유와 마찬가지로 제품들의 성분 또한 최 씨의 직통계시에 의해 결정된다.
최 씨의 직통계시는 엉뚱한 데까지 진행된다. 최 씨는 기자를 처음 본 날 “속이 안 좋다, 왼쪽 발가락에 문제가 있다, 팬티 색깔이 연한 미색”이라는 등 어이없는 말을 연발했다. 이런 것을 마치 성령을 받은 증표로 착각하는 듯했다.

최 씨의 허황된 직통계시는 최 씨 혼자서 공유하는 것이 아니다. 신도들에게도 학습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 요긴하게 사용하는 기도문이 ‘람보라나리오 예수피, 예수피’다. 어떤 기도를 하든 머릿속으로는 기도제목을 생각하고 입으로는 이 말을 반복하면 강력한 기도가 된다는 것이다. 좀더 강력한 기도를 위해 앞 부분에 ‘슈퍼’를 붙인다. 이것보다 센 것을 원할 때는 뒤에 ‘허리케인’을 붙이면 된다. “슈퍼 람보라나리오 허리케인”이 되는 셈이다. 최종문 씨는 이는 천국방언으로서 강력한 힘을 가진 기도라고 덧붙였다.

이 주문을 외운 다음 즉각 마음에 들어오는 환상이나 생각을 이곳에서는 응답이라고 말한다. 이 내용을 바로 말하지 않으면 최 씨의 주먹 세례를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본향국민연합 정당을 놓고 응답받겠습니다”라는 최 씨의 요구사항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은 자신이 받았다는 내용을 말해야 한다. 3월 16일 철야 집회에서 최 씨가 기도응답을 요구했을 때 말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연배가 높은 사람이든, 누구든 가리지 않고 머리를 ‘쿵!’하고 건물 안이 울릴 정도로 내리쳤다.

이 단체의 한복수 씨는 “최 목사님이 때리는 순간 사탄이 빠져 나간다”며 “언제 한 번 맞아보라”는 비상식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교육을 최 씨는 ‘신학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둔갑시켜 ‘등록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최 씨는 이 교회에 참석한 지 한 달이 채 안 된 기자에게 “일정한 절차를 밟아 신학교육을 시켜 주는 것이니 2백만원을 헌금하라”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최 씨는 기자에게 “오늘부터 전도사 직분이 떨어졌다”며 “하나님께서는 속성으로 주신다”고 말한 후 다른 신도를 시켜 전도사로 세우는 안수식을 거행했다.

본향기도원에 신도가 빠져 피해를 입는 교회도 발생해 문제다. 이 단체의 한 신도는 C교회를 40여 년간 출석하고 수석장로까지 지낸 사람이다. 그러나 최 씨 단체에 빠진 후 자신이 수십 년 간 섬겨온 교회를 “영적으로 죽은 교회”라며 등졌다.
한편 최종문 씨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일반교회는 사람의 자녀들을 만들지만 자신은 ‘이 땅의 하나님’을 만드는 목회를 하고 있다는 이상한 주장을 했다. 떻게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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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땅의 권세를 주셨다”

            최종문씨 인터뷰

- 석유를 만드는 것은 불법이라고 하는데?
그 부분을 가장 신경 써서 처리할 생각으로 법적인 문제를 다 알아보고 있다. 물로 석유를 만들 경우 불법이 되지 않도록 허가를 해 준다는 사항을 듣고 일을 추진 중이다.

- 다른 교회를 영적으로 죽은 교회라고 하던데 본향기도원만 살아 있는 교회인가?
영적으로 죽었다는 뜻은 교회들이 영적으로 무지하다는 것이다. 영적무지는 진리를 모르고 성령이 어떻게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 학력은 어떻게 되나?
중학교밖에 못 나왔다.

- 그런데 어떻게 목사가 됐는가?
나중에 말해 주겠다.

- 기자에게 전도사 안수를 준 다음 200만원을 헌금하라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
하나님이 (안수)주시라고 해서 줬을 뿐이다. 그리고 하나님이 명령하면 바로 목사가 된다. 200만원도 하나님이 헌금하라고 하시니 하라고 말했을 뿐이다.

- 주먹으로 신도들은 왜 때리나?
마음을 지키게 하기 위해서다.

- 하나님에게는 하늘의 권세가, 최 목사에게는 땅의 권세가 있다고 신도들이 말한던데?
내가 땅의 권세가 있는 게 아니고 하나님이 땅의 권세를 주시니까 시키면 할 뿐이다. 일반적인 목회자들은 하나님의 자녀가 아니라 사람의 자녀를 만든다. 나는 예수님같은 사람을 만들어 주는 목회를 하는 것이다.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이기에 죄만 뽑아내면 땅의 하나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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