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색이 완연한 서울 남산의 안중근 기념관 뒷 편에선 점심시간이 되면 70여 명의 노인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고 따스한 국과 밥으로 점심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매주 3일(일, 수, 금) 성수교회(담임목사 박해숙)에서 남산에 온 어르신들에게 ‘사랑의 식사’를 대접하는 것이다.
늘 10여 명의 봉사자들이 와서 헌신하고 있지만 그 중에도 조진국 집사(65)는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식사를 하러 온 어르신들과 비슷한 연배에 이미 머리가 백발이어서 만은 아니다. 조 집사의 손놀림이 젊은 사람 못지 않기 때문이다. 식사를 준비하는 것에서부터 마지막 청소하는 것까지 조 집사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다. 노인들을 맞이할 돗자리를 펴고, 따스한 밥과 국을 퍼다 나르며 따스한 사랑을 전해 주는 것이다. 조 집사는 동년배 노인들을 위한 봉사를 하며 웃음이 만면에 가득하다.
조 집사의 봉사는 4년 전부터 시작됐다. 성수교회의 설립 시기와 거의 비슷한 시점이다.“남대문에 안경 맞추러 왔다가 남산으로 바람을 쐬러 왔는데 누가 저한테 사발면을 주면서 먹으라고 하더군요. ‘나 돈 있다’고 거절을 했는데 갑자기 ‘참 좋은 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디서 오셨느냐’고 물었더니 성수교회라는 거예요. 그 후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참여하기 시작했어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조 집사의 봉사는 끊이지 않았다.
“재작년 겨울철에 폭설이 내릴 때도 남산으로 봉사를 왔어요. 길이 미끄러워 밑에서부터 음식들을 옮겨와야 했죠. 위에 올라와 보니 그렇게 눈이 많이 오는데도 노인들 10여 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너무 뿌듯했어요.”
요즘 조 집사에게는 기도제목이 있다.
“겨울이 되면 사실 염려가 되요. 하나님이 노인분들을 더욱 잘 섬기고 도울 수 있도록 건물을 주셨으면 하는 게 간절한 바람입니다.”
조 집사의 말년은 남산의 한 모퉁이에 건물없이 세워진 ‘광야교회’ 성수교회에서 사랑과 섬김으로 빛이 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