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뮤지컬대상 5개 부문을 수상한 뮤지컬 <The Play>는 이미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12월 재개봉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유준상, 노현희 등 유명 배우가 출연하는가하면 맡은 배역을 통해 좀더 비상하려는 신인 배우들도 있다.
조선명 씨(22, 일산 한우리교회, 단국대 휴학중)는 이 뮤지컬 출연진 중 제일 막내이자 ‘여고생’역을 맡은 배우다. 조 씨는 자신에게 역할이 맡겨진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며 좀더 성숙한 연기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고 서울 역삼역 인근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The Play> 출연진들과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을 하고 있다.
조 씨에게 있어서 이번 뮤지컬 <The Paly>는 하나님이 허락해 주신 것이다.
“오디션을 할 때 탭댄스와 지정곡을 너무 못해서 ‘떨어졌다’고 생각했죠. 내 실력으로는 떨어지는데 하나님이 도와 주셨나 봐요. 합격 통지를 받은 거예요. 하나님이 저에게 기회를 주셨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배역도 없이 들어왔다가 이젠 여고생 역을 맡을 수 있게 돼 무척 감사하고 있어요.”
조 씨의 하루는 너무도 빨리 지나간다. 매일 오전 11시 연습을 시작해서 밤 10시에 끝나는 강행군이 거듭되고 있다. 그래도 조 씨의 마음은 즐겁다. 선배들로부터 연기를 배우고 한층 성숙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조씨가 맡은 역은 소위 ‘날라리’ 여학생이다. 천방지축인데다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지만 속은 꽉차서 나름대로 고민도 하는 배역이다. 맡은 역을 제대로 소화하자는 마음으로 조 씨는 요즘 여고생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들의 말, 행동, 태도 등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다. 지하철을 탔을 때 수다를 떨고, 길거리를 오가는 학생들의 모습과 TV에 등장하는 학생들을 보며 조 씨는 무대 위에서 자신의 배역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그려본다.
조 씨의 꿈은 ‘유명한 배우’가 되는 것이다. 어렸을 때 꿈은 발레리나였다. 그러나 넉넉하지 못한 가정 형편으로 꿈을 접기로 했다. 대신 중학생이 되었을 때부터 장래 희망란에 ‘뮤지컬 배우’라고 쓰기 시작했다. 그러던 조 씨가 뮤지컬뿐만 아니라 영화배우를 꿈꾸게 된 것은 대학생이 된 후 성탄극 <빈방 있습니까?>의 스태프로 참여하면서부터다.
같은 공연을 30번 정도 보면서도 하나도 지루하지가 않았다.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는 배우들의 연기에 감탄했다. 공연이 끝나면 배우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며 돌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조 씨는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
하나님이 길도 열어 주셨다. 연기나 춤을 배울 수 없는 형편이었지만 한 선교사님의 후원으로 학원도 다닐 수 있었다. 연기 수업을 하고 대학로에서 막을 올렸던 <스핑크스>와 <겔러리 퍼포먼스>라는 작품에 출연할 수 있었다.
“마음속으로 원하는 것을 하나님께 간절히 구했어요. 그 때 당장은 안 이루어지는 것 같아 속이 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하나님이 사람을 통해서 늘 길을 열어 주셨어요.”
조 씨는 “이왕 연기를 시작했으니 유명한 배우가 되겠다”며 “하나님이 가능성을 심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 씨는 하나님과의 교제도 게을리하지 않기 위해 아침에 성경을 읽고 저녁 때는 가정예배를 통해 영적인 힘을 공급받는다. 기도 제목도 공연이 끝나는 날까지 건강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출연진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는 가운데 즐겁게 공연을 마치는 것이다.
조 씨는 하나님이 <The Play>를 ‘밀어 주시는 것’ 같다며 흐뭇해 한다. 하반기 최대의 블록버스터인 영화 <반지의 제왕>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 뮤지컬의 흥행에 타격을 받지 않겠느냐는 주변의 우려와 달리 이미 1만 4천석의 티켓 예매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내년에 <The Play> 공연이 모두 끝나면 조 씨는 영국이나 미국으로 가서 2, 3년 정도 연기를 배우고 오겠다는 당찬 계획도 갖고 있다. 언어를 6개월 정도 공부한 다음 뮤지컬 아카데미 등에서 노래를 배워 뮤지컬 배우로서 기량을 닦겠다는 포부다. <The Play>에서 막내로서 ‘날라리’ 여고생역을 맡았지만 조 씨의 꿈은 이미 미국의 브로드웨이를 걷고 있다.
창작 뮤지컬 <The Play>
올해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5개 부문을 석권한 작품이다. 작품 배경은 인터넷 게임 속 사이버 공간이다. 선과 악의 단순한 대립구도가 작품의 골격.
전설적인 사이버 공간의 악당 ‘갓스’와 주인공 ‘지니’가 게임의 ‘지존’을 가리기 위해 대결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의 뿌리는 99년 대학로에서 공연한 <오! 마이 갓스>(Oh! My gods)다. 모태는 소극장용 살롱 뮤지컬이었지만 관객 취향을 따라가며 꾸준한 업그레이드를 통해 대형 뮤지컬로 성장한 작품이다.
오는 12월 21일부터 2003년 2월 9일까지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재공연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