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3-25 15:18 (월)
‘양자점 문신’이 요한계시록 13장의 666인가?
상태바
‘양자점 문신’이 요한계시록 13장의 666인가?
  • 박유신 전문연구위원
  • 승인 2021.02.24 0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유신 목사의 유튜브 쟁점진단 / 유튜브 채널 ‘영원한 복음’ 최호영 목사
최호영 목사는 ‘영원한 복음’이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이다. 출신 학교와 소속 교회나 교단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 없지만 현재 약 5만 명에 가까운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을 만큼 인기 있는 콘텐츠이며 주로 종말과 관련된 방송을 하고 있다. 요즈음은 별의 이동 경로를 바탕으로 2017년 9월 23일을 기점으로 정확하게 10년 후에 재림이 이루어진다거나, 예수님께서도 자기의 재림 날짜를 분명히 알고 있었으며, 그 날을 나팔절로 정해두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의 방송에 달린 댓글을 보면 하나같이 최호영 목사에 대한 감사와 칭송 일색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교회 현장 예배가 둔화되고 온라인 영상 설교를 접할 수 있는 상황과 기회가 지속되면서, 이 틈을 타고 천차만별의 유튜버들이 성경을 가르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피해의 몫은 성경에 전문 지식이 없는 성도들이 지게 되고 이는 곧 교회의 피해로도 연결된다. 최근 최호영 목사의 방송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안산제일교회 성도로부터 종말과 관련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코로나 백신이 루시퍼와 관련이 있으며, 이 백신을 맞으면 666표를 받는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최근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코로나 백신을 맞으면 유전적 변이가 일어나 정신과 육체를 조종당하게 된다는 이야기들이 확산되면서 백신접종 거부운동(anti-vaccine campaign)마저 일어나는 상황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을 앞두고 있는 현 시기에 이와 유사한 염려나 공포를 가지고 있는 신앙인들의 호소를 자주 접할 수 있다. 따라서 불특정 다수의 신앙인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되어있는 이와 같은 온라인 종말설에 대한 필터링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되어, 최호영 목사의 강의 중 다섯 개를 선택해서 다루고자 한다.

최호영 목사는 지금이 마지막 시대라는 사실을 사람 몸에 부착하는 디지털 문신 즉 양자점 문신이라는 과학적 소재를 특정 성경 구절에 끼워 맞추어 운운한다. 빌게이츠에 의해 개발되고 있다는 양자점 문신이란 400개의 미세한 바늘이 달려있는 밴드 같은 것을 사람 몸에 부착하면 그것이 그 사람의 인증서로써 그 사람에 대한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하여 그 사람을 감시하고 조종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최호영 목사는 이 양자점 문신이 짐승의 표, 즉 666(계 13:17-18)이며 이것을 받으면 휴거되지 못하고 지상에 남아 엄청난 환란을 당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양자점 문신이 왜 짐승의 표이며 666이 되는지 그 어떠한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전제하고 주장한다. 666에 대한 이러한 해석과 적용은 세대주의 혹은 시한부 종말론자들과 신사도 운동 계열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접근 방식이다. 처음에는 666이 컴퓨터 바코드를 가리킨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지만 시대가 변화하면서 베리칩, RFID에 이어서 양자점 문신이 666의 자리를 이어받는 추세이다. 과연 양자점 문신이 666일까?

요한계시록의 수신 교회는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일곱 교회였다. 예수님은 사도 요한에게 일곱 교회의 이름을 정확하게 언급하셨다. “이르되 네가 보는 것을 두루마리에 써서 에베소, 서머나, 버가모, 두아디라, 사데, 빌라델비아, 라오디게아 등 일곱 교회에 보내라”(계 1:11). 여기에 “써서”로 번역된 그랍손(γράψον)은 문서로 기록하라는 단호한 명령으로 요한이 본 환상은 문서화되어 이 일곱 교회의 회중 앞에서 읽혀져야 했다(계 1:3). 요한계시록의 해석은 이 지점에서부터 출발한다. 당시 1세기의 교회들은 로마 제국의 황제 숭배의 강요에 직면해 있었다. 요한계시록 13:10의 “사로잡힐 자는 사로잡혀 갈 것이요 칼에 죽을 자는 마땅히 칼에 죽을 것이니 성도들의 인내와 믿음이 여기 있느니라”라는 말씀은 황제 숭배를 거부하게 되면 사로 잡혀가 칼에 목 베임을 당하게 되는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이다. 요한계시록 13:17의 “누구든지 이 표를 가진 자 외에는 매매를 못하게 하니 이 표는 곧 짐승의 이름이나 그 이름의 수라”라는 문장에서 “표”란 황제 숭배에 참가한 자들이 받는 참가 확인서이며, 이 구절은 이 확인서가 없으면 일체의 매매 행위를 못하게 했던 당시의 상황에 대한 묘사이다. 당시 로마 제국은 황제 숭배를 강화하기 위해 경제 제재라는 강력한 무기를 사용했다. 이것이 바로 요한계시록을 읽었던 일곱 교회 성도들에게 직면했던 문제였다.

이 참가 확인서 즉 이 표가 666이며 이 666은 짐승의 이름이다(계 13:17). 즉 이 666은 누군가의 이름이라는 것이다. 요한계시록이 기록될 당시에 철자마다 수가 다 있었고 게마트리아라는 관습에 따라 사람의 이름을 부를 때 수로 표현했다. 헬라어로 된 네로 황제 이름을 히브리어로 음역해서 히브리어로 된 철자의 수를 합하면 666이 된다. 이 짐승 곧 666은 네로 황제를 가리킨다. 네로는 1세기의 기독교를 박해한 최초의 로마 황제라는 점에서 로마 제국을 대표한다. 666은 사람 몸에 부착하는 디지털 문신이 아니다. 다시 말하면 이 짐승의 실체인 666은 네로 황제이다. 하나님께서 1세기의 로마 제국의 폭정 속에 있는 소아시아의 교회에게 바코드, 베리칩, RFID칩 등 인체 이식 장비를 가르쳐주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황당하지 않은가?

최호영 목사는 데살로니가후서 2:11의 ‘미혹의 역사’를 양자점 문신과 관련시킨다. 그는 사탄이 마지막 때 양자점 문신을 사람에게 부착하도록 만들고 이를 통해 인류 한 사람 한 사람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설파한다. 이 일이 곧 데살로니가후서 2:11에서 말하는 미혹의 역사라는 것이다. 사실 이런 류의 이야기들은 1900년대부터 세대주의로 불리는 집단에 의해 꾸준히 전파되어 왔다. 이들의 대표적인 테마는 재림 직전에 세워지는 세계 단일 정부와 적그리스도의 출현, 인류의 사육, 통제와 감시, 사람 몸에 심는 칩(666) 등등이다. 양자점 문신이라는 것도 이 칩의 일종이다. 과연 데살로니가후서 2:11의 미혹의 역사가 ‘칩’ 혹은 양자점 문신과 관계가 있는 것일까? 바울은 데살로니가후서 2장에서 장차 불법의 사람이 나타나서 사람들을 미혹하는 역사를 일으킬 것인데 이미 그 불법의 비밀이 작동하고 있다고 한다(2-7절). 말하자면 사람들이 외적으로 인지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 불법의 힘이 현재 데살로니가 교회 안에 강하게 활동 중이라는 것이다. 바울은 물론 이 불법자는 예수께서 재림할 때 처단이 되겠지만 현재 온갖 능력과 표징과 거짓 이적과 속임수를 쓰고 있는 중이고, 현재 이 불법자에게 많은 사람이 미혹당하고 있다고 말한다(8-10절). 그리고 왜 이 사람들이 이 불법자에게 미혹당하도록 예수께서 내 버려 두시느냐에 대한 이유를 설명한다. 그것은 그 사람들이 진리의 사랑을 받아 들이지 않기 때문이다(10절). 여기서 “진리의 사랑”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즉 복음을 말한다. 데살로니가후서 2장은 하나님은 집요하게 복음을 배척하고 거짓 것에 미혹당하는 자들을 ‘미혹의 역사’에 내버려두신다고 정의한다(11절). 그래서 결국 그들이 거짓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혹의 역사는 재림 직전에 등장하는 악한 정부가 칩이나 양자점 문신을 사용해서 인류를 노예화하는 일이 아니다. 데살로니가 교인 가운데 자기를 구원하여 줄 진리를 집요하게 거부하고 불법자의 거짓 가르침에 충성하는 자들을 하나님께서 내버려 두시는 것을 말한다. ‘미혹의 역사’가 무엇인지는 바울 당시 데살로니가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만 이해 가능하다.

이단사이비 대처의 스위치를 올려 주세요

기독교포털뉴스 유료기사는 매달 5천원 이상 정기 후원하시는 분들에게만 노출됩니다.

정기 후원자들은 유료기사를 보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포스에서 발행하는 책자를 무료로 배송해 드립니다.

아래 링크로 이동해서 구글 질문지에 답하시면 CMS자동이체 신청이 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