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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희 교주의 사과, 그속에 담긴 정치적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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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희 교주의 사과, 그속에 담긴 정치적 수사
  • 정윤석 기자
  • 승인 2020.03.03 0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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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 수 24만명의 한국사회 최대 이단사이비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을 이끄는 교주다. 이만희 교주의 행동 하나하나는 그냥 내던지는 게 아니라 고도의 정치적 수사이며 메시지이다.

2020년 3월 2일 이만희 총회장이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국민들과 정부에 사과한다며 큰 절을 두 번했다. 종교 사기 여부를 떠나 일단 그가 대국민 사과를 한 용기만큼은 높게 사고 싶다. 본질은 정치적 쇼라고 해도 그렇게 무릎 꿇고 큰절하기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큰절을 두 번 한 날,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한 건 그의 사과가 아니라 그가 찬 손목시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시계였다. 전 대통령은 감옥에 있는데 왜, 이빨빠진 호랑이 신세가 된 전직 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시계를 차고 나왔을까. '나, 이대로 당하도록 너희들이 내버려 두면 안된다! 함께 죽을 수도 있다'는 정도의 메시지, '알아서들 해라 쪼옴!' 이라는 메시지 정도 된다고 봐야 할까.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가상칠언을 남기셨다. 이를 빗대어 이만희 교주는 난장삼언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판을 깨자는 거냐? 칼부림 나는 걸 보고 싶냐? 네가 나를 잘 몰라!” 이 세마디다. 신현욱 소장(구리 이단상담소)이 20년간 몸 담았던 신천지를, 2006년 11월 탈퇴하기전 이 교주를 찾아가 몇가지 건의를 했더니 이만희 교주가 신 소장에게 남겼다는 말이다. 상상해 보라. 상대는 20년간을 재림예수로 믿고 따랐던 대상이다. 그를 만왕의 왕으로 믿고 섬겼는데, 건의하는 사람에게 남겼다는 말이 세마디 협박조의 폭언이었다. 이는 신천지 탈퇴자와 피해자들 사이에 15년이 넘도록 오르내리는 얘기다.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은 더 많은 말을 남긴다. 이만희 교주가 이번에 보여준 시계는 그 때의 메시지, 난장삼언같은 메시지를 던져 주는 듯하다.

세월호 사건이 있던 2014년 5월 18일 필자는 금수원에 있었다. 당시 유병언 씨는 오리 무중이었고, 구원파 기복침 신도들은 본부격 건물인 안성 금수원에 모여 들었다. 그때 난데없이 등장한 플래카드가 있었다.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였다. 박근혜 전대통령 당시 비서실장의 이름이 플래카드에 오르내렸다. 왜 김 실장의 이름이 올라갔을까? 분명 김 실장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을 것이다. 우리 이렇게 내버려 두면 되겠니? 끝까지 한번 가보자, 누가 피를 보는지···. 뭐 이 정도의 메시지 아니었을까.

영화 타짜1에는 명대사도 많이 나오고 긴장이 극대화되는 장면도 적지 않다. 타짜들이 화투를 치다보면 그 중에 밑장빼기를 하는 사람도 있고, 해머를 두고 공포감을 주며 손장난을 막는 분위기 메이커도 있는 법이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는 말을 믿고 밑장빼기를 시도하다가 걸리면 손모가지가 날아가는 게 타짜들의 세계다. 지금까지 신천지의 밑장빼기는 있었지만 해머들고 나타난 사람은 없었다. 이재명 도지사가 부각되는 이유는 해머를 들고 타짜를 잡으러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만희 교주, 쫄리면 뒈지든가.

대한민국이 죽느냐, 사느냐의 난장판이 되고 있다. 이단사이비의 교주가 밀교적 형태를 가진 이단사이비 조직이 극강의 전염성을 가진 코로나19와 만나며 문화·경제·산업 강국 대한민국호를 한방에 침몰시키려 하고 있다. 문화적, 경제적, 대공황의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역사에 만일은 없지만, 만일에 코로나19가 일반 개신교회에 퍼지게 됐고 신천지와 무관했다면. 31번 확진자가 발견된 이후 150배가 넘는 확진자가 생기는 일은 단연코 없었다고 장담한다. 코로나 19는 밀교와 합쳐져 더 무섭게 우리 실생활을 처절히 파괴하고 있다. 앞으로 그 파괴가 얼마나 이어질지, 우리 일상을 얼마나 망가뜨릴지 도저히 예측이 안된다.

이런 때 이만희 교주는 정치적 메시지를 손목에 차고 등장한다. 그가 던지는 메시지가 과연 무엇일지, 일부 정치인 중 아주 잘 알아들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정치가 끼면 이는 실체에 다가서기 보다 곧잘 프레임 싸움이 되고 결국 분탕질로 치닫는다. 이 교주는 손목시계 하나로 많은 메시지를 던졌다. 아마 그는 속으로 흐뭇하게 웃고 있을 수도 있다. 그 정치적 수사를 가르쳐 준 참모도 있을 것이다.

“총회장님, 오늘은 이 시계를 차고 나가셔야 합니다. 그리고 반팔을 입으셔야 합니다. 큰 절 두 번을 하실 때 왼손의 그 시계가 아주 잘 보이도록 해야 합니다.”

김남희 전 원장과 히히덕 거리며 신천지 피해자들의 시위를 보고 있는 이만희 교주
김남희 전 원장과 히히덕 거리며 신천지 피해자들의 시위를 보고 있는 이만희 교주(사진 오른쪽)

가출 자녀를 둔 부모들의 피 끓는 호소에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비열한 웃음을 날리던 그 아니던가. 신천지 피해자들은 기자회견장에 마스크를 쓰고 나타난 그의 모습, 귀도 잘 안들리는 듯 옆에서 말을 전해주는 수행원, 박근혜 전대통령의 이름이 새겨진 시계, 큰절 두 번 그리고 청평 평화의 마당에서 검체를 피해 빤스런한 후 자신의 홈그라운드 과천에서 검체를 진행한 그가 가증스러워 며칠 잠을 못이룰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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