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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엠인터뷰]"그래도 교회 공동체에서 부대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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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엠인터뷰]"그래도 교회 공동체에서 부대껴야!"
  • 정윤석
  • 승인 2019.07.17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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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MS의 공포 마케팅’에 두려움으로 살았던 과거 떨치고 교회 적응까지
▲ 서진은 JMS에 빠져 5년을 지냈다. 나와서 가장 힘들었던 건 지옥의 공포와 두려움이었다.

JMS에 5년여간 출석한 신도와의 인터뷰를 3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편집자주]

유서진 씨(가명, 37세)는 모태신앙인이다. 적어도 이단에 빠질 것이라 생각조차 못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유 씨는 수능이 끝난 직후인 2001년, 성폭행범이 이끄는 한국의 사이비 종교 기독교복음선교회, 소위 말하는 JMS에 빠져 햇수로 5년을 다녔다.

모태신앙에서 JMS신도로

유 씨가 그곳에 발을 디딘 것은 수능이 끝난 겨울이었다. 수능이 끝난 후 뭐든 배워보고 싶은 그녀의 고등학교로 늘씬하고 멋진 선배들이 찾아왔다. 학교 선배들이었고, 후배들에게 재능기부를 하며 춤을 가르쳐 준다고 했다. 학교 선생님들도 인정하는 선배들이어서 학급마다 찾아다니며 홍보했다. 이단과 관련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학교 선배들을 따라 유 씨는 전혀 의심하지 않고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춤을 배우면서 2~3개월만에 JMS 신도가 된다. 존경하는 선배, 나를 위해 간이라도 빼줄 것만 같은 선배가 “대학에 가기 전 성경을 배워서 신앙으로 제대로 서야 한다”며 성경공부를 제안했을 때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부모님이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게 성경공부를 한 이유는 소위 '입막음교리' 때문이었다. “서진아! 성경공부할 때 가장 많이 역사하는 게 뭔지 알아? 사탄이야! 네가 얻은 진리를 뺏기 위해 사탄이 역사하니 절대로 성경공부하는 게 탄로나지 않도록 남들에게는 비밀로 해야 해!" 서진은 정말 이 말을 목숨처럼 철썩 같이 믿고 철저히 지켰다. 정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가 JMS에 세뇌되기까지 3개월이면 충분했다.

그후 대학교 4학년이 되기까지 유 씨는 JMS 신도로 산다. 서진이 빠진 JMS엔 문화 예술에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포교도 이런 인재들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미 30년 이상을 그 콘셉트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그와 관련한 전략과 경험은 차고 넘쳤다. 청소년문화센터, 방과 후 교실, 춤과 예능과 관계된 곳에는 거의 다 이들과 관계된 신도들이 포진해서 활동했다. 서진이 몸담고 있을 때부터 이들은 중고생을 포교 대상으로 삼았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중고생 시절에 포교된 사람은 잘 나가지 않는다"는 전략적 이유 때문이었다. 자아정체감이 확립되는 시기에 JMS를 재림주로 믿는 아이들은 탈퇴율이 급속히 떨어지기 때문에 일치감치 타깃으로 해왔다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 JMS탈퇴의 출발

서진은 2005년도에 탈퇴했다.

“사이비에 빠져도 100% 확신한다는 건 없어요. 1%의 의심마저 없었던 건 아니예요. 겉으로는 믿음으로 포장하려고 노력하지만, 현재 실존하는 인물을 메시아로 영접한다는 점에서 의심을 안할 수가 없어요. 특히 제가 흔들린 가장 큰 이유는 외모 중심적인 분위기였어요.”

교주에게 편지를 쓰고 사랑받기 위해 애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유독 편지 답장을 받았다는 친구들, 전화통화까지 했다는 신도들은 누가 보기에도 키가 크고 어린(혹은 젊은) 여성들이 많았다. 그들이 교주로부터 받았다는 편지 내용을 보면 심각했다. ‘나만 사랑해라, 너를 껴안고 뒹굴고 싶다’는 내용들도 있었다. '너의 열매가 잘 익었다', '비키니 사진을 찍을 때, 뒷다리를 쭉 펴고 찍어라', '너를 껴안고 뒹굴고 싶다'는 편지를 받은 고등학생도 있었다. 심지어 아는 동생은 고등학생인데도 교주로부터 티팬티를 선물받았다. 전화 녹음된 내용도 있었다. ‘너랑 뽀뽀하고 싶다’며 ‘쪽쪽쪽’ 소리를 내는 음성도 있었다. 특유의 혀 짧은 목소리 때문에 음성만 들어도 대번에 누군지 알아 들었다. 이런 이해 안 되는 것들이 끊임없이 그녀를 괴롭혔다. 그런 편지와 전화 통화 내용을 보고 시험에 들라치면 ‘너는 너무 육적이다’며 오히려 정죄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누가 봐도 너무나 세속적인 분위기는 이해되지 않았다. 신앙도 없고, 기도도 하지 않고, 속된 말로 싸가지 없어 보이는 아이들, 그것도 서진과 함께 신앙생활하던 아이들이, 아무것도 한 게 정말 없었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난데없이 '전도사'로 임명되는 경우였다. 이상하게 생각하면 “위에서 내려온 것이다”는 답변이 전부였다. 신앙적 훈련이나 납득할 만한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고 인정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깊어졌다. 말하진 않아도 외모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급이 다른 대우를 받는 ‘정해진’ 사람들.

JMS를 나오기까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건 인터넷 검색이었다. 의심에 의심이 거듭되던 2005년의 어느날 밤, 서진은 인터넷 검색 란에 '정명석'이란 이름을 친다. ‘인터넷을 하면 영에 총 맞는다’는 말을 듣고 살았기 때문에 그 이름을 검색어에 친다는 건 한마디로 ‘죽을 각오’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의심을 하던 끝에 밤새 정명석을 주제로 인터넷 검색을 하고 그의 실체를 파악한 서진은 하루만에 JMS를 정리하고 탈퇴한다. 나오자마자 한 일은 전화번호 변경이었다. 상대가 자신을 저주할 틈도 주지 않았다고 한다.

▲ 춤을 배우며 JMS에 빠졌던 서진

몸은 나왔지만 두려움과 불안이 없었던 건 아니다. 가장 그녀의 마음에 오래 남았던 건, ‘영계론’에서 배운 지옥에 대한 공포였다.

JMS의 공포 마케팅

“JMS에선 사람이 죽어서 가는 장소를 천국·지옥뿐 아니라 선영계, 낙원 등 여러 가지 영계론을 깊게 배워요. 그러다보니 지옥에 대한 설교도 많았어요.”

특히 JMS를 다니다가 탈퇴한 사람들은 100% 지옥행이라고 배웠다. 지옥전이라는 그림 전시를 통해 지옥의 끔찍한 모습이 머리에 새겨졌다. 성적 죄를 지은 사람이 성기에 당하는 고통, JMS를 악평하고 모함하는 자들이 받는 ‘혀’를 끊어내는 고통 등의 모습은 너무도 끔찍했다. 그 지옥의 고통을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당한다’는 그 공포와 두려움은 상상을 넘어설 정도였다. 그것을 떨치고 나온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

“JMS에 빠진 사람 중에는 정말 그곳을 진리라 생각해서 다니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옥에 가기 싫어서, JMS탈퇴를 하는 게 무서워서, 그래도 JMS에 붙어 있으면 지옥엔 안가겠다는 생각 때문에 다니는 사람도 적지 않을 거예요. JMS는 공포 마케팅을 참 잘해요!”

탈퇴하고 나서 다녔던 교회들

탈퇴하고 2005년부터 2019년까지 교회만 7곳을 다녔다. 순복음 계열의 OO교회. 통합측, 합동측, 고신측, 줄잡아 세어봤는 데 7개 정도였다. 처음엔 예배만 드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교회 성도들의 권유를 받고 청년부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적응을 했지만 가장 어려운 점은 ‘싱거움’이었다. JMS에서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전도할 것인가, 전략을 짜고 30개론 교리를 줄줄 외우고 한달 내내 새벽 산기도 등 목숨을 건 기도 생활을 했다. 사이비들의 열정은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신앙생활을 잘못하긴 했지만 서진은 열심과 열정과 모든 걸 바쳐서 헌신했다. 이것이 아니면 죽음이라는 생각으로 신앙생활을 했다.

그런데 그곳을 탈퇴한 후 다닌 교회는 참으로 싱거웠다. 단단한 내부 결속, 앞만보고 뛰어가는 달음질, 가족보다 끈끈한 동지애를 맛보다가 정통교회로 옮기자 모든 게 느슨하게 느껴졌다. 술·담배·이성교제(JMS에선 이 모두를 절대 금했다)를 하는 청년들을 보고는, 건전한 교회안 이성교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이성친구를 자유롭게 사귀고, 만나고, 헤어지고 하는 모습이 그녀에겐 너무 음탕하고, 세속적으로 보였다. ‘우리는 목숨 걸고 신앙생활을 했는데 얘네들은 너무 시시하고 믿음이 적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일에 가서 성경공부 모임을 하면 고민을 나눴다. 사생활도 얘기했다. 전투적으로 신앙생활을 했던 서진에게 정통교회에서의 생활 나눔은 너무 어색했다. 온통 느슨해 보이는 것 투성이었다. 그래서 ‘다른 데도 가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철새처럼 한 교회를 2~3년씩 7개 교회를 다니게 된 것이다.

이곳저곳 옮기면서도 서진이 교회를 떠날 수 없었던 이유는, 그래도 하나님을 부인할 수 없어서였다. 물론 하나님에 대한 원망도 적지 않았다.

“나는 정말로!! 성경이 정말 좋아서 갔어요! 근데 내가 간 곳은 사이비였어요. 진리를 더 알고 싶어서 갔어요. 그런데 사이비에 빠진 거죠. ‘하나님께서 살아 계시다면 벼락이라도 내려서 나를 깨우쳐 주셔야죠!’라는 생각이었어요. 한달내내 새벽마다, 산 정상에 올라가 매일 기도할 때도 있었어요. 그렇게 뜨겁게 기도할 때 ‘왜 하나님은 나를 그대로 두셨을까? 왜 나를 꺼내주지 않으셨나?’라는 불만이 있었죠. 잘못 믿었지만 그래도 창조주 하나님을 부인하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힘들지라도 하나님을 떠날 수는 없었어요.”

그래도 그래도···. 서진은 말한다.

“JMS 탈퇴자 중에는 교회 기둥 뒤에서 남몰래 예배 드리는 친구들이 많아요. 차마 등록은 못하고 자신을 노출하지 않고 신앙생활을 하려는 거예요. 그러나 신앙생활은 혼자 할 수가 없어요. 하나님께서 공동체를 주셨잖아요. 헐렁헐렁해 보여도, 정통교회에서 등록하고 신앙생활하는 유익은 너무 커요. 그 안에서 여러 공동체의 신도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부대끼며 하나님을 느끼는 시간을 가져야 해요. 공동체에 소속돼야 또다른 유혹과 사이비의 미혹을 이겨낼 수 있어요. 사이비는 비밀 교육을 하는 게 최선인데 그게 될 수가 없거든요.”

▲ JMS신도들과 함께 했던 서진. 하얀 옷을 즐겨 입었다

교회 생활에 잘 적응해보려고 한 그녀에게 가장 상처가 됐던 말들은 뭘까? △이단에 왜 빠지냐 △그런 이상한 교주를 진짜 믿었냐 △신앙생활 잘 했으면 그런데 안 빠진다 △좀 모자라는 애들이, 신앙생활 제대로 못하는 애들이 이단에 간다 △나는 하나님이 잘 인도해줘서 그런데 안 빠졌다 등이다. 특히 마지막 말하는 사람들은 한 대 쥐어 박고 싶은 심정이었다고.서진은 교단별 특징이 있는데, JMS탈퇴자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교회의 스타일(?)을 ‘강해설교를 많이 하는 교회를 추천하고 싶다’고 말한다. 성경 본문을 꼼꼼히 자세하게 설명하는 설교를 꾸준히 들어야 JMS에서 쌓인 신앙의 독을 빼낼 수 있다는 것이다. 성경을 비유풀이로 곡해하는 습관이 머릿속 깊이 각인돼 있기 때문에 그걸 빼내기 위해선 ‘이 말의 원래 뜻은 이렇다’고 자세하게 설교하는 교회를 추천하고 싶다는 의미다. 그녀는 지금 다니는 교회에 매우 만족하며 잘 적응해가고 있다. 우선 성경공부 시스템이 잘 돼 있다고 말한다. 교회에선 성경 필사도 꾸준히 한다. 매일 성경을 읽으며 하나님 말씀을 알아가는 재미를 느끼는 중이다. 성경을 안 읽고 JMS교리만 따랐기 때문에 이제는 성경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JMS 동향과 관련한 두가지 TIP

# 서진은 교회 적응기와 관련한 인터뷰를 하며 현 JMS 동향을 귀띔해줬다. 첫째는 JMS의 성장 전략이 ‘분봉’에서 ‘합봉’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JMS단체의 분립을 양봉에 비유해서 분봉은 단체 지부가 커진다 싶으면 분립하는 걸 의미한다. 그런데 지금은 교회 대형화를 추구하는데 이를 합봉이라고 설명한다. JMS 집회장소가 대형화하면서 JMS 신도들이 거의 올인하다시피 헌금을 많이 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시간이 흘러가면 ‘내 돈 내놔라!’는 헌금 반환 소송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 또 한가지, 기존에 JMS 내에서 계시자들로 일컬어지던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천국 환상을 보면서 하나님께서 들려주신다는 음성이나, 꿈, 환상, 예언 등으로 정명석 교주에게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하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소리소문없이 JMS를 탈퇴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는 정명석 교주의 출소 후 새로운 동향이라는 견해다. 정 교주가 구속돼 있을 때만 해도 계시자들의 비중은 컸다. 이들을 내세워 JMS가 진리임을 증거하고 그 위치를 견고히 하는 역할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 교주가 출소하자 이제 계시자들의 증거를 받을 필요가 없이 JMS가 정명석·정조은 투톱 체제를 견고히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JMS를 탈퇴한 계시자들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영적 계시를 알려 주는 신비주의 콘셉트로 활동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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