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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밥벌이 외에 의미 있는지 종종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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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밥벌이 외에 의미 있는지 종종 고민한다
  • 기독교포털뉴스
  • 승인 2016.05.3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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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돈 교수 “직업 소명···냉혹한 현실 속 배부른 소리 불과할 수도”
▲ 박영돈 교수(페이스북 사진)

박영돈 교수(고려신학대학원 교의학-조직신학-)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화제다. 박 교수는 5월 20일 페이스북에 ‘직업소명’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미국 이민교회에서 청년부 담당 전도사로 있을 때 어떤 청년이 “교회와 세상에서의 삶은 이중적일 수 밖에 없다” 라고 한 말이 당시엔 한심하게 들렸으나, 지금에 와선 그 말이 생각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종교개혁 전통에서 말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직업을 통해 세상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수립하는 일로 부름 받았다는 것에 대해 그 기본 입장을 따르는 데는 변화가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실제 교인들이 종사하는 많은 직업이 밥벌이의 수단이라는 것 외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종종 고민하게 된다고 고백했다.

박 교수는 직업소명이라는 것이 멋진 슬로건일지는 모르지만 이 사회의 냉혹한 현실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교인들에게는 배부른 소리에 불과할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그는 구조적인 악과 모순으로 뒤엉킨 이 사회의 현실을 직면하는 교인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소명이라는 거창한 대의명분은 그들에게 실현가능성은 없이 무거운 짐으로만 느껴질 수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박 교수는 “어떻게 교인들을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증인으로 살도록 가르치고 훈련해야 하는지에 대한 좀 더 숙성한 가이드가 절실하다”며 교인들이 안고 있는 고뇌와 우리 사회의 특수한 현실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한데 어우러진 다각적인 연구와 고민의 필요하다고 말하며 글을 마무리했다.

박 교수의 글에 ‘좋아요’는 1,051개, 댓글 85개가 달렸다.

다음은 박 교수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이다.

직업 소명?
내가 미국 이민 교회에서 청년부 담당 전도사로 봉사할 때 한 기혼 청년이 한 말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나는 전도사의 상투적인 어법으로 교회 안에서만 신자가 아니라 세상 속에서도 그리스도인답게 살아야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러자 그 청년은 어떻게 그런 삶을 살 수 있느냐고 정면으로 내 말을 반박했다. 교회와 세상에서의 삶은 이중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당시 나는 그 청년이 신앙의 기본도 모르는 한심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비위에 거슬렸던 말이 좀 더 세상 풍파를 거치고난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나는 것은 왜 일까?

종교개혁 전통에서는 이 세상 직업도 소명이라고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직업을 통해 세상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수립하는 일로 부름 받았다는 것이다. 나는 젊은 날 개혁주의가 말하는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열렬하게 추구했다. 지금도 그 기본 입장을 따르는 데는 변화가 없다. 그럼에도 실제 교인들이 종사하는 많은 세상직업이 밥벌이의 수단이라는 것 외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종종 고민하게 된다(물론 그런 의미를 충분히 찾을 수 있는 직업도 있다). 하나님 나라를 위한 직업소명이라는 것이 신학의 상아탑에서는 멋진 슬로건일지 모르나 천민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이 사회의 냉혹한 현실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교인들에게는 배부른 소리에 불과할지 모른다.

살벌한 경쟁체제 속에서 모든 기업은 직원들을 이윤의 극대화와 사업의 확장이라는 목적달성을 위한 도구로 혹사한다. 살인적인 경쟁을 뚫고 대기업에 들어가도 퇴근시간이 없이 밤늦도록 회사에 충성해야한다. 구조적인 악과 모순으로 뒤엉켜있는 이 사회 속에서 악바리 같지 못한 신자들은 밥 벌어먹기조차 버거운 삶을 산다. 매일 이런 냉혹한 현실을 직면하는 교인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소명이라는 거창한 대의명분은 그들에게 실현가능성은 없이 무거운 짐으로만 느껴질 수 있다.

어떻게 교회가 교인들을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증인으로 살도록 가르치고 훈련해야 하는지에 대한 좀 더 숙성된 가이드가 절실하다. 교인들이 안고 있는 실존의 고뇌와 우리 사회의 특수한 현실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한데 어우러진 다각적인 연구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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