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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잡는다며 사람 잡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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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잡는다며 사람 잡다니...
  • 기독교포털뉴스
  • 승인 2015.12.21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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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내, 축사연구·훈련 위한 전문기관 설치 절실

<이 글은 독일에서 한국인 5명이 2015년 12월 11일 퇴마 의식을 하다가 발생한 살인 사건 후 박영돈 교수(고려신학대학원 교의학)가 자신의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입니다>

 

독일에서 귀신을 축출한다고 사람을 죽인 사건이 발생해 독일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사람을 귀신의 세력으로부터 해방하여 평안케 하는 것이 축사인데 고통 받는 이를 더욱 괴롭혀 죽이기까지 하는 잔혹한 행위가 축사의 이름으로 자행됐다. 어떻게 했으면 사람이 죽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전에도 축사를 한다고 사람위에 올라 타 배와 가슴을 짓누르고 때려 죽게 한 일이 있었는데 그와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는지도 모른다. 이것이야말로 악마적인 미혹과 세력에 사로잡힌 행위이다. 귀신을 쫓아낸다는 자들이 오히려 귀신들린 셈이다. 귀신에 대해 편집증적인 과민반응을 보이며 귀신축출에 특심인 사람들이 귀신의 세력에 가장 은밀히 컨트롤 당하고 있는 자들이다. 그런 식으로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오해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마귀의 전략이다.

그런 문제는 축사를 성경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미신적으로 곡해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성경적으로 축사는 하나님 나라가 임하는 표징이다(마12:28, 눅11:20). 예수님의 오심과 사역으로 이 세상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던 마귀의 세력이 쫓겨나고 하나님의 통치가 역사 속에 임한다는 사인이다. 따라서 축사는 일차적으로 구속사적이며 선교적인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이 세상과 사람들을 장악하고 있던 마귀의 세력을 결정적으로 꺾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분수령으로 그 전과 후에 나타나는 귀신의 역사는 확연히 다른 각도에서 이해해야 한다.

귀신들림의 현상은 어떤 지역에 복음이 전파되어 교회가 세워지고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기 전과 후에 다르게 나타난다. 선교지에서 처음 하나님 나라의 복음이 소개될 때 그에 극렬하게 저항하는 귀신들이 쫓겨나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한국의 초대교회에도 그런 사례들이 보도되었다. 그러나 그 지역에 교회와 하나님의 통치가 편만하게 확산되면 귀신들림의 현상은 현저히 줄어든다. 미국의 한 교회역사가는 그동안 미국사회에 귀신들림의 현상이 비교적 적게 나타난 것은 기독교가 그 사회의 중심체계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미국에 기독교의 세력이 약화되고 다원주의 문화가 팽배하면서 이런 현상이 점증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구속사적이고 선교적인 차원의 고려 없이 지금도 한국교회에 귀신들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처럼 귀신잡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사람들이 적잖다. 많은 경우 정신질환자들이 귀신들린 사람으로 오인되어 수난을 받는다. 그러나 정신병은 스트레스와 불안으로 가득한 이 경쟁사회가 빚어낸 현대병이다. 각박하고 냉혹한 경쟁사회에서 현대인들은 정신적으로 짓눌리고 탈진하여 모두 정신적으로 조금씩 아프고 고장 난 사람들이다. 정신병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에게 축사를 행하면 그 상태는 더 악화될 뿐이다.

 

또한 귀신에 사로잡힌 귀신들림(demon- possession)은 극히 드문 현상이며, 대개 귀신의 영향을 받던가 아니면 귀신의 억압과 괴롭힘(demon-oppression, affliction)을 받는 것인데, 이런 분별없이 모두 귀신들린 것으로 몰아세우는 우를 범하기 일쑤다.

축사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한다. 로마 가톨릭은 오랜 세월 축사에 대해 연구하고 전문 축사자들을 양성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개신교에서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정신병과 귀신들림을 구별할 수 있는 기본 상식도 없는 이들이 마구잡이로 귀신을 잡는다고 덤벼들다가 사람을 잡는 것이다. 귀신들림이나 귀신의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로 의심되면 영적인 분별력이 있는 사람과 정신의학 전문가와 몇 사람이 팀을 이루어 그 증상을 면밀하게 살피고 분석해야 한다. 그래서 축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조심스럽게 축사를 진행하여 당사자에게 최대한 고통을 안겨주지 않는 방법으로 그를 자유케 해주어야 한다. 앞으로 이런 일이 계속 재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개신교 안에도 축사에 대한 연구와 훈련을 위한 전문기관의 설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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