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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돈 페이스북 “목사를 탐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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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돈 페이스북 “목사를 탐한 목사”
  • 정윤석
  • 승인 2015.08.20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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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성령의 은혜가 결핍된 이가 성령론을 전공했으니···”
▲ '목사를 탐한 목사'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고려신학대학원 박영돈 교수(교의학)

박영돈 교수(고려신학대학원 교의학-조직신학-)가 페이스북에 올린 자기 고백이 화제다. 박 교수는 8월 18일 페이스북에 ‘목사를 탐한 목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페이스북 바로가기). 그는 젊은 날 대 설교자가 되고 싶었고, 자신만큼 깊이 있는 설교를 잘 하는 사람은 없다는 엄청난 착각 속에 빠져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에 따라 경쟁심은 더욱 독해졌다고 한다. 교회에 부목사로 있을 때의 일이라고 한다. 다른 부목사가 설교할 때 사람들이 은혜를 받으면 받을수록 자신은 은혜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나에게 와야 할 박수갈채를 가로채는 라이벌에 대한 시기심이 내 안에서 불타올랐다”며 “그 때 나는 내 안에서 작은 지옥을 체험했다, 이런 시기와 경쟁심은 그림자처럼 나를 오래토록 따라다녔다”고 토로했다.

이런 마음은 교수 생활을 하면서도 다를 바가 없었다고 한다. 박 교수는 “나보다 강의를 잘해 인기를 끄는 교수가 있으면 속이 별로 편치 못했다”며 “물론 혹시라도 그런 밴댕이 속아지를 들킬까봐 완벽하게 포장했지만 말이다”고 털어 놨다.

세월이 흐른 지금은 어떨까? 박 교수는 “요즘은 나보다 강의와 설교가 뛰어난 이들을 봐도 아무렇지도 않다”며 “젊은 목사들이 설교를 잘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그는 “나에게는 야망을 이룰 가망도 없고 희망도 없으니 자포자기해서 그런 것인가. 한 풀 꺾여서인가”라고 자문하며 “어쨌든 그렇게 되니 더 편해졌다. 조금이라도 자유해진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만일 정말 마음이 편해지고 자유해진 거라면 “그렇다면 주님의 긍휼이겠지.”라고 자문자답했다.

박 교수는 “해방과 성화의 길은 무척이나 더딘 것 같다”며 “지금까지 내 주위의 목사나 교수들 중에 나처럼 야심과 시기심에 포로가 된 한심하고 가련한 존재는 없었던 것 같다”고 회상하며 다음과 같이 글을 마무리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가장 성령의 은혜가 결핍된 이가 성령론을 전공했고 가장 성화가 안 된 이가 성화론을 탐구했으니 그것도 주님의 자비로운 섭리인가보다.”

박 교수의 글에 좋아요는 1,203개, 댓글은 58개가 달렸다.

다음은 박 교수의 페이스북 글 전문

목사를 탐한 목사

나는 젊은 날 대설교자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나만큼 깊이 있는 설교를 잘 하는 사람은 없다는 엄청난 착각 속에 빠져있었다. 야망이 크면 거기에 비례해서 독한 경쟁심도 커지는 모양이다. 어떤 교회 부목사로 있을 때의 일이다. 다른 부목사가 설교할 때 교인들이 은혜를 받으면 받을수록 은혜가 떨어지는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나였다. 나에게 와야 할 박수갈채를 가로채는 라이벌에 대한 시기심이 내 안에서 불타올랐던 것이다. 그 때 나는 내 안에서 작은 지옥을 체험했다. 이런 시기와 경쟁심은 그림자처럼 나를 오래토록 따라다녔다. 교수사역을 하면서도 나보다 강의를 더 잘해 학생들의 인기를 끄는 교수를 보면 속이 별로 편치 못했다. 물론 혹시라도 그런 밴댕이 속아지를 들킬까봐 완벽하게 포장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인간은 세월이 지나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요즘은 나보다 강의와 설교가 뛰어난 이들을 봐도 아무렇지도 않다. 젊은 목사들이 설교를 잘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 나에게는 야망을 이룰 가망도 없고 희망도 없으니 자포자기해서 그런 것인가. 한 풀 꺾여서인가. 어쨌든 그렇게 되니 더 편해졌다. 조금이라도 자유해진 것인가. 그렇다면 주님의 긍휼이겠지. 해방과 성화의 길은 무척이나 더딘 것 같다. 지금까지 내 주위의 목사나 교수들 중에 나처럼 야심과 시기심에 포로가 된 한심하고 가련한 존재는 없었던 것 같다. 아이러니 하게도 가장 성령의 은혜가 결핍된 이가 성령론을 전공했고 가장 성화가 안 된 이가 성화론을 탐구했으니 그것도 주님의 자비로운 섭리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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