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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 등 저주받을 짓하니 ‘메르스’로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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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 등 저주받을 짓하니 ‘메르스’로 경고”?
  • 정윤석
  • 승인 2015.06.05 0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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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업 씨 주장 …그리스도인, 메르스 앞에서 말 조심할 때

“퀴어축제 막지 못하면 변종메르스 전국 휩쓸 것” 주장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전국민의 촉각이 곤두 서 있는 가운데 일부 그리스도인들이 ‘메르스는 대한민국을 향한 하나님의 경고’라는 주장을 제기해 빈축을 사고 있다. 메르스가 대한민국의 이슬람과의 할랄사업권 체결, 6월 9일 서울시 광장에서 진행할 예정인 동성애 축제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라는 식의 발언이 SNS를 통해 퍼져가고 있고 이와 함께 기독교에 대한 반감 역시 함께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 박성업 씨의 메르스와 관련한 글(페이스북 갈무리)

박성업 씨는 2015년 6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메르스 봐라. 대한민국이 이슬람과 자꾸 할랄 사업권 체결 같은 저주받을 짓 하니까 메르스 같은 걸로 경고 해주시는거 아니냐”며 “빨리 할랄 사업 같은 거 접자”고 글을 올렸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서 금기한 것을 제외한 재료로 만든 음식들을 뜻한다.

이에 동조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만일 메르스가 퍼지려고 하는 시점에서 동성애 축제를 하게 된다면 메르스는 더 이상 걷잡을 수 없이 퍼지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경고의 사인입니다..!!”, “6월9일 퀴어축제를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막지 못한다면 변종 메르스가 전국을 휩쓸 것입니다”라는 글이었다.

그러나 기독교에 대한 반감을 우려하거나 비판적 댓글들이 달리기도 했다. 이**이란 네티즌은 “적당히 좀 하십시오. 교회 안 다니는 친구 놈이 이 게시물 퍼와서 나보고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는데 내가 뭐라고 대답해 줘야 됩니까?”라며 “이런 식의 신정론은 세월호 때 이미 끝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제발 생각 좀 하고 글 써주길 바랍니다”라고 비난했다. 또다른 네티즌은 “차 타지 마세요. 그거 다 두바이유에요. 우리나라도 빨리 텍사스 중질유를 수입해서 하나님의 은혜가 둠뿍 담긴 배기가스를 맛보고 싶습니다”라고 비꼬았다. “진정한 안티 기독교는 비기독교인이 아니라 정작 기독교인”이라는 댓글도 달렸고, “역시 졸렬한 하나님!”이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네이버의 한 블로그에 ‘메르스 창궐하는 대한민국, 하늘의 경고이다’라는 글이 올라가자 “호오, 메르스가 신이 내린 시련이야? 악신이네 그거!”, “신은 우리나라만 만만한가봐요. 동성애도 우리나라만 있는 게 아닌데 사람 갖고 힘있는 놈 약한 놈 구별하는 거 보소.”라는 반감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 메르스 관련 하나님에 대한 반감의 댓글이 달린 블로그

일부 기독교인들이 네이버 밴드, 카카오톡으로 ‘메르스는 동성애·이슬람과의 화친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라는 취지의 글들을 퍼뜨리는 가운데 방수현 목사(원천교회)는 네이버 밴드에 올린 한 글에서 “현재 메르스의 확산으로 전국민이 불안감과 심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에서 ‘메르스가 동성애 축제를 막기 위해서 하나님이 보내 주신 것’이라는 뉘앙스는 그렇지 않아도 반 기독교적 정서를 갖고 있는 비기독교인들에게 기독교의 복음과 하나님에 대한 반감과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가 글을 올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방 목사는 “지금은 더 이상 메르스가 확산되지 않고 진정이 되며 또한 감염되신 분들이 빨리 회복될 수 있도록 기도를 해야 할 때다”라고 덧붙였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양병희 목사)도 최근 성명에서 “한국교회와 일천만 성도들은 온갖 떠도는 괴담에 현혹되지 말고 막연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면서, 한국사회에 메르스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격리 수용된 감염자들이 조속히 완치되어 가정과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할 것을 요청한다”고 발표했다.

이병주 변호사는 ‘우리가 개독교로 불리는 이유···· 긍휼없음’(해당 기사 보기)이라는 글에서 “세월호 사건의 와중에서 등장한 욕먹는 목사님들과 욕먹는 장로님의 발언은 공감능력을 상실한 한국 개신교의 초월적(超越的) 영역에서의 냉혹함을 드러내 보여주었다”며 “(기독교의 문제는) ‘긍휼 없음(No Mercy)’”이라고 쓴 바 있다. 세월호 사건이 터졌을 때 모든 국민이 다함께 슬퍼하며 먹먹한 안타까움에 싸여 있을 때,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대한민국의 기독교(개신교)가 메르스 사태 앞에서 어떻게 한국사회의 평가를 받게 될지 한국교회 스스로 주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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