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신대학교 곽운우 전도사는 학생 대표로 5월 9일 기독교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곽 전도사는 한신대가 작년 10월 MOU를 체결한 예일신대가 이단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한신대의 정체성을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뉴스앤조이 한경민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예일신학대학원대학교(예일신대)는 90년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합동·통합·합신과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가 이단으로 규정한 '레마선교회'의 이명범 씨가 설립한 학교다. 이명범 씨는 성락교회 김기동 목사의 베뢰아 아카데미 1기 출신으로 1981년부터 레마선교회를 만들어 성경을 가르쳐 왔다. 당시 그가 만든 영성 훈련 프로그램인 '렘(REM)'은 많은 개신교인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짧은 시간 만에 레마선교회는 급속한 성장을 이뤘다.
일부 교단들이 레마선교회를 이단으로 규정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레마선교회가 양태론적 삼위일체를 주장하고, '마귀를 멸하기 위해 인간을 창조했다', '영에는 지능이 없다' '예수의 십자가 죽음은 인간의 육체 구원만을 위한 것이다' 등 베뢰아의 사상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것이다.
레마선교회 이명범 씨는 1999년 예일교회를 개척하고, 학교 법인 '레마학원'을 설립해 예일신대를 열었다. 이명범 씨의 뒤를 이어 그의 둘째 아들 조준환 목사가 2006년에 예일교회 담임으로 부임했고, 2012년 10월에는 예일신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예일교회는 2007년 7월 한국독립교회선교연합회(한독선연)에 가입했으나, 이단성 문제로 작년 1월 회원 자격이 정지됐다. 이 때문에 예일신대 졸업생들은 예일교회를 제외한 다른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작년 4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경기남노회가 예일교회를 받아들였다. 예일교회가 한독선연에서 회원 정지를 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 한신대는 예일신대와 '학술 교류 협력(MOU)'을 통해 예일신대 학생들이 기장 교단 내에서 목사 안수 받는 것을 돕기로 했다. (한신대학교 홈페이지 학교 뉴스 게시판 갈무리) |
6개월 후인 작년 10월에는 예일신대가 기장 총회 직영 신학교인 한신대학교(한신대)와 '학술 교류 협력(MOU)'을 체결했다. 일부 한신대 학생들은 반발했다. 80여 명의 학생들은 MOU가 발표된 작년 10월 19일 이후 학교 홈페이지와 총회 게시판에 글을 올려 문제를 제기했고, 올해 5월 9일에는 곽운우 전도사가 학생 대표로 기자회견을 열어 한신대학교의 정체성을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곽운우 전도사는 이명범 씨가 학교 총장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예일신대에서 'REM 토크의 이해'라는 수업을 강의하고 있으며, 레마선교회에서 운영하는 렘 프로그램이 예일신대 정규 교과목으로 편성돼 있다고 말했다. 예일신대 학생들은 3년 동안 6회의 렘 집회를 목회 실습으로 반드시 이수해야만 졸업할 수 있고, 예일신대가 재정의 50%를 레마선교회의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곽 전도사는 예일신대와 레마선교회가 동전의 양면과 같은 유착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제기하는 또 다른 문제는 '목사 안수 협조'다. 한신대는 MOU를 통해 예일신대 학생들이 기장 교단 내에서 목사 안수를 받도록 돕겠다는 협약을 했다. 곽운우 전도사는 목사 안수는 총회와 노회의 권한이지 학교가 협조할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학교 내에서 공식적인 협의 없이 총장 직권으로 협약이 체결된 점도 지적했다. 곽운우 전도사는 한독선연에서 회원 정지를 당한 예일교회가 이제는 기장으로 들어와 목사 안수를 받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신대·예일신대, "사실과 다르다"
한신대 채수일 총장은 일부 학생들의 주장이 정치적 의도를 가진 행동이라고 했다. 예일신대와의 MOU는 작년 10월에 체결했는데, 8월 총장 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에 이슈화시키는 행동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학교 간 MOU는 이사회로부터 위임받은 총장의 정당한 권한 중의 하나라며, 학교의 발전과 유익을 위해 총장 직권으로 체결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채 총장은 예일신대 전임교수 중에 한신대 출신들이 있고, 그들과 협력하면 학교에 유익이 될 거라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예일교회 담임목사이자 예일신대 총장 조준환 목사는 학생들의 문제 제기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자신이 작년 10월 총장으로 부임한 이후 자신의 모친인 이명범 씨는 더는 학교에서 강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렘 프로그램을 들어야만 졸업할 수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필수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서 한 학기에 1학점씩 인정해 주고 있으며, 본인의 자율적인 의사에 의해 참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레마선교회의 후원금도 자신이 총장으로 부임한 이후부터는 일절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예일신대 학교 법인 레마학원의 예산서를 보면 작년까지 '레마성서연구원'에서 후원금을 지원받았다고 나온다. 그러나 올해 예산서에는 레마성서연구원이라는 이름은 빠져 있다. 후원금 금액은 작년과 비슷하다. 이 금액은 어디서 후원받는 것일까. 조준환 목사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얼버무리다가 중동에서 사업하는 분이 후원해 주신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기장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레마선교회에 대한 공개 토론회를 열자는 제의가 올라오는 등 한신대와 예일신대의 MOU 체결 건을 총회 차원에서 제대로 조사하고 검증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노회는 이번 총회 때 레마선교회의 이단성 여부를 검증하자는 헌의안을 낼 계획이다.
2013년 5월 15일자 <뉴스앤조이> 한경민 기자의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