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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음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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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음의 아름다움
  • 오대희 목사
  • 승인 2012.12.10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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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희 목사(열두광주리교회 담임, 본지 칼럼니스트)

▲ 오대희 목사

옛말에 ‘약관에 과거급제하고 패가망신 안하는 집이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약관은 갓을 쓰기 시작하는 나이로 20세 이전을 말합니다. 어떤 이들은 16세라고 보기도 합니다. 이 말은 어릴 때 능력이 출중해서 일찍 성공한 사람들치고 그 성공을 끝까지 유지해 가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남들보다 일찍 성공하려고 애씁니다.

일찍 성공하면 남들보다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더 이상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남은 시간은 누리면서 살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할 수만 있다면 빨리 성공하고 싶고, 일찍 성공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약관에 과거급제하고 패가망신 안하는 집이 없다는 말은 고생하지 않고 일찍 누린 성공을 계속해서 누리기가 얼마나 어려운 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로또복권 당첨된 분들 중에 의외로 그 행운이 저주가 되어 패가망신한 예들도 적지 않습니다. 예전에 신문에서 읽은 기사인데, 케나다에서 큰 복권에 당첨된 분이 복권이 취소되기 한달전에 찾으러 왔다고 합니다. 왜 이제 왔냐고 기자들이 물으니까, 이 돈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기자가 차라리 일찍 돈을 받아 은행에 보관하고 기다리면서 생각해도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때 이분은 내가 생각하는 시간은 은행이자보다 훨씬 더 가치있는 시간이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참 지혜로운 분입니다. 이런 분은 성공이 와도 충분히 끝까지 누릴 수 있을 겁니다.

오늘 오후에 말씀을 준비하며 자료를 찾다가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할리우드 아역배들을 위한 충고 아역배우 업& 다운’이라는 기사였습니다. 거기에는 아역배우로 시작하여 지금까지 배우로서 이름을 있는 사람들, 그리고 아역배우로 대성했지만 지금 망한 사람들, 마지막으로 어떻게 될지 귀로에 서 있는 사람들로 분류해 놓았습니다.

아역배우로 출발해서 지금까지 이름을 남긴 배우들로는 베트멘의 크리스찬 베일, 양들의 침묵의 조디 포스터, 내가 좋아하는 드류 베리모어 등이 있습니다. 지금 성공과 실패의 귀로에 서 있는 사람들로는 제이미 벨, 린제이 로한, 아이엠 샘의 다코타 패닝 등입니다. 나의 관심은 탁월한 아역배우로 시작했다가 망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들은 왜 실패했을까?

급격히 추락한 아역배우는 영화 배우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그리 잘 아는 분들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식스센스에 나왔던 귀여운 꼬마 헤일리 조엘 오스먼트, 나홀로 집에의 매컬리 컬킨, 한때 최고 미녀로 불렸던 불룩 쉴즈 등이 있었습니다.

대부분 추락한 원인들을 살펴보면, 변화에 실패했습니다. 아역티를 벗지 못하고 성인으로 변화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어릴 때 성공에 도취되어 마약에 손을 대면서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아역때 너무 강한 인상을 주어 그 다음 역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들 중에 어떤 이들은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어떤 이들은 마약 등으로 인해 패가망신한 수준까지 이르기도 했습니다. 일찍 성공하는 것이 그리 좋지 않음을 잘 보여 줍니다.

오늘 내가 깨달은 것은 늦게 가고 늦게 성공하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빨리 성공한 사람들의 그늘에 가려 늘 마음 한 켠에는 그들의 그림자로 인한 부담이 없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즐겁게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너무 일찍 정점에 오르는 사람은 이제 내려갈 길밖에 남지 않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 언제 올라가게 될지 모르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나이 마흔 여섯에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교회 개척하기 전에 몇 분의 선배목사님들을 찾아 갔을 때 개척나이로는 환갑이라는 진단도 받았습니다. 늦게 시작하면 불리한 것이 참 많습니다. 일단, 용기가 없고, 체력이 따라주지 않고, 기동성이 떨어집니다. 때로는 무모한 행동들이 무엇인가를 이뤄내는데 무모한 행동을 하기에는 나이가 조금 많기 때문입니다.

돌이켜 보면 감사한 일도 많습니다. 기동성과 용기는 없을지 모르지만 일이 되게 하는 지혜를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교회사역을 통해서 사역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를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개척의 성공의 개념을 숫자의 증가에 두지 않고 성도들의 행복과 복음으로 인한 지역사회의 행복에 두고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큰 유익입니다.

때로는 여전히 앞서 가고 있는 동료들의 그림자로 인해 조금은 슬퍼질 때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슬픔은 잠시이고 여전히 희망을 갖게 됩니다. 왜냐하면 내게는 더 올라가야 할 희망들이 계속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 희망들로 인해 가슴이 설레기 때문입니다.

제 이야기만 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저와 비슷한 분들이 참 많은 것을 보게 됩니다. 동료들은 추수기에 접어드는데 이제 씨를 뿌리러 들로 나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이분들이 경험해야 할 마음의 짐과 부담이 무엇인지 저는 잘 압니다. 그러기에 격려합니다. 늦음의 아름다움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약관에 성공하는 것이 모두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늦게까지 일할 수 있는 터전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고 늦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축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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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차고도 넘치는 은혜, 열두광주리교회(http://www.12baskets.or.kr) 담임 오대희 목사는 목회자가 많이 배출된 믿음의 뿌리가 있는 가문에서 태어나서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며 자랐다.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와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사회복지대학원(석사과정)에서 공부했다. 서울 대길교회(담임:박현식목사)와 대전 새로남교회(담임:오정호목사)에서 사역을 했고 프리셉트성경연구원(대표:김경섭목사)에서 편집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열두광주리교회 개척이야기>(해피데이),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첫 설교 준비하기>, <커플들을 위한 100일 큐티>(이상 생명의 말씀사)와 <큐티 합시다>, <나의 사랑하는 성경>(이상 프리셉트)등이 있다. 본지 칼럼니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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