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18 12:38 (목)
‘관계’와 ‘소통’의 물꼬 터주는 대한민국 인재 양성소
상태바
‘관계’와 ‘소통’의 물꼬 터주는 대한민국 인재 양성소
  • 정윤석
  • 승인 2012.10.16 06:2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남 금산 별무리학교] “하나님 참 멋지십니다, 하나님께서 하셨습니다”

▲ 박현수 학교장
별무리학교(http://www.bmrschool.net/). 아마 밤이 되면 하늘의 별을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볼 수 있는 곳이겠다. 그 일대에서 별무리학교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했다. 도심지에서 볼 수 있는 그 흔한 식당, PC방, 옷가게 하나 없다. 페스트 푸드점? 피자집? 당연히 없다. 그저 깊은 산골, 높은 산 위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자(기독교포털뉴스 www.kportalnews.co.kr)가 별무리학교를 찾은 날 박현수 교장은 노타이 차림의 수수한 모습이었다. 그에게선 자연과 벗하고 있는 듯 고요한 분위기가 저절로 풍겼다.

소통, 진정한 내려놓음에서부터
별무리학교는 “내려놓고 들어가는 곳”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학생들은 갖고 있던 휴대폰, MP3, 컴퓨터, 게임기 등을 내려놔야 한다. 한 학생이 반발한 적도 있다.
“저는 음악을 안 듣고는 잠을 잘 수가 없어요. 다른 건 몰라도 mp3는 갖고 자게 해주세요!”
박교장이 답했다. “하룻밤 mp3 없이 잠을 자본 뒤에 그래도 견디지 못하겠으면 다시 얘기하자.”

결국 그 학생도 내려놓아야 했다. 왜냐, mp3가 없어도 잠을 자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착각하는 게 있어요. 아이들이 성인 문화에 상상을 뛰어넘도록 노출돼 있어요. 그런데 학부모들은 내 아이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죠. 그 노출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학생들을 보호해줘야 해요. 개인 컴퓨터, 스마트폰, 게임기를 학교에서 사용 못하게 하는 이유입니다.”

게임과 컴퓨터를 하는 대신 별무리학교의 학생들은 사람과 관계하고 소통하는 법을 배워간다. 그 소통의 물꼬는 선생님과의 관계에서부터 먼저 열리기 시작한다. 별무리학교에는 믿음 있는 아이들을 선발한다. 대부분 모태신앙을 가진 아이들이다. 그러나 그들도 대부분의 다른 학생들처럼 학교폭력, 왕따 문제를 동일하게 고민해 왔다. 신앙을 가진 아이들이지만 이 문제 앞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 융합영재반에서 실험을 하는 학생들(이하 사진 별무리학교제공)
별무리학교가 기숙학교이다 보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선생님과 함께 먹고 자고 공부하며 논다. 하루 이틀 지내다보면 친분이 쌓이고 그동안 부모님에게는 말하지 못했던 사연들을 선생님께 털어놓으며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처럼 선생님은 아이들과 관계하고 소통하는 데 주력한다.

친구들끼리 다투고 갈등을 일으킬 때도 있다. 그럴 때는 함께 기도하며 갈등을 해소해가는 과정을 스스로 만들어가기도 한다. 상대와 말하고 듣는 법을 잘 배운 학생들은 거리낌 없이 교장실을 찾기도 한다. 때로 “교장 선생님! 시간되세요? 얘기 나누고 싶어요!”라고 말하면서.

▲ 남학생 기숙사
홈스테이를 하는 6학년 학생들 사이에서 있었던 일이다. 상호간 갈등이 생겼다. 잘못을 한 아이가 사과를 했지만 사과 받은 아이는 흡족하지 못했다. 그들은 대화했다. “네가 한 사과는 진정치 못했어.” “아냐, 나는 내 최선을 다해서 진정으로 사과한 거야.” 함께 30분을 대화하다가 “서로를 위해 기도하고 잠을 잔 다음 내일 서로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라는 절충안이 나왔다. 그대로 했다. 다음날 서로의 마음이 풀어졌다. 대화하고 타협하고 화해하는 기술을 몸으로 체득한 것이다.

학부모와 학생간의 소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별무리학교의 과제다. 학생 한 명이 있었다. 공부를 잘했다. 성품도 조용했다.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욱’하고 폭발하면 걷잡을 수 없었다. 목사님 자녀였다. 붙잡고 대화를 나눴다. 내면을 조용히 탐색했다. 그 아이는 어릴 때부터 ‘목사 아들이···.’라는 말로 ‘엄하게’, ‘바르게’라는 기준으로 억눌려져 왔다. 폭발하면 걷잡을 수 없이 변했던 이유다. 별무리학교에선 부모를 모셔왔다. 과정을 설명하자 아빠가 “나 때문이에요. 내가 그렇게 키웠어요. 아이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풀어주기보다 ‘너는 목사 아들이니까 이러해야 한다.’며 늘 테두리로 규정된 강요된 삶을 제시해왔어요.”

이 학생은 아버지와의 관계가 숙제였다. 오랜 동안 억압의 주체가 됐던 인물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한 이불 힐링’이 제공됐다. 그저 한 이불 속에서 자며 같이 대화하고 아버지가 먼저 용서를 비는 방법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가정의 관계성은 더욱 탄탄해져간다는 것이다.

▲ 학교 주변 공동주택들. 50여 명의 공립학교 교사들이 마을 주변에 산다
별무리학교에는 학부모와 학생이 함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가 마련돼 있다. 부모와 학생이 원할 경우 3일 동안 함께 지내는 ‘힐링캠프’역할을 하는 곳이다. 3일동안 성경읽기, 산책대화 등으로 부모와 학생 간의 마음의 벽을 허무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별무리학교는 올해 1학기에 처음 신입생을 받은 신생 대안학교다. 한 학기 동안 가장 애써서 만들어 놓은 문화가 바로 상대를 이해하고 대화하고 소통하는 훈련이다.
 

사교육 대신 특성화교육
별무리학교에 들어갈 땐 ‘사교육’에 대한 욕심도 내려놔야 한다. 서약서까지 받는다. ‘사교육을 금지한다’고. 사교육으로 성적을 올릴 수는 있지만, 그것이 진정한 실력은 아니라는게 학교측의 입장이다.

박 교장은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스펙을 쌓으면 성공과 행복이 따라오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게 박 교장의 주장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뭔가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그 특성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창조해 가도록 격려 받는다.

별무리학교가 지향하는 교육의 목표는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 있다. 가장 먼저 이 문제를 갖고 학부모를 설득한다. 공교육 시스템에서는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게 사실상 가장 중요한 과제다. 부모도 그것을 원한다.

그러나 별무리학교에선 학생들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소중한 존재라는 정체성부터 일깨워준다. 그런 건강한 자아를 갖고 인생을 자신감 있게 살도록 하는 것부터 가르친다. 공부는 그 다음 문제다. 박 교장은 “아이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면 무섭게 공부한다”고 강조한다. 우선순위가 뒤바뀌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 선생님과 함께한 학생들
이런 동기부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진학에 초점을 맞춘 공부를 시키며 나타나는 폐단이 바로 전교 1, 2등 학생의 자살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목표를 발견하기까지 부모가 할 일이 있다고 말한다. ‘보상’, ‘투영’의 자세를 갖지 말고 그저 아이를 믿고 기다려 주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이렇게 가는 게 얼마나 복된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결코 여기 있는 아이들이 실패의 길을 걷지 않으리라는 것을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을 갖고 세상에 나누면서 세상문화를 변혁시킬 인재가 별무리학교에서 나올 것입니다. 이들은 농부가 되더라도, 정치인이 되더라도 그 어디에 가더라도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그들 손에서 하나님의 창조 세계가 회복되는 기적을 볼 것입니다. 자기 스스로 행복하고 타인을 행복하게 하는 인재로 양성시키겠습니다. 믿고 맡겨 주십시오.”

별무리학교의 자랑은 ‘교사’에 있다. 학부모들은 많은 대안학교 중에서 별무리 학교의 입학을 결정할 때 화려한 외형을 보고 하지 않았다. 교사를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박 교장은 “특히 기독교교육이 그렇습니다. 아이를 잘 키우느냐, 못 키우느냐의 문제는 선생님의 삶과 인격에 아이들이 공감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입니다.”라며 “이게 안되면 주입식 교육 밖에 되지 않습니다.”라고 강조한다.

별무리학교 교사 11명 중 7명이 공립학교 교사 출신이다. 정년과 보장된 미래를 내려 놓고 별무리학교로 왔다. 영어마을처럼 별무리학교는 교육마을의 꿈이 있다. 별무리학교 주변에는 현재 교직에 몸담고 있는 선생님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 주변에 조성돼 있다.

별무리학교 주변 33세대에 사는 주민 중 50여 명이 대전, 논산, 금산에서 교사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 별무리학교와 함께 소명을 누리는 교사들이다. 이들은 학교에 재능을 기부하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별무리학교와 교사, 학생들을 위해 기도한다.

▲ 학교 본관 건물

 


별무리학교를 세운 교사선교회는 1974년 경인교대 동문들의 모임에서부터 시작했다. 1988년부터는 단순한 모임에 그치지 않고 제자훈련을 시작했다. 3가지 모토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학급에서 제자를 만든다, 예비교사를 제자로 만든다, 또다른 선생님을 제자로 만든다였다.

10년 정도 제자양육에 교사선교회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1997년이 됐다. 당시 박현수 교장은 밀러의 세계관 강의를 들었다. 존 듀이의 예화가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 존듀이는 목사님의 아들이다. 신앙으로 컸다. 대학에 가서는 진화론과 헤겔의 변증법적 철학에 심취했다. 생각이 뒤바뀌었다. 인본주의적 교육의 창시자가 된 것이다. 시카고 대학은 그의 실험학교였다. 콜럼비아대학은 듀이의 교육철학을 전미국과 전세계로 퍼트린 학교가 된다. 그 제자들이 전 세계에 인본주의 교육 철학을 퍼뜨렸다. 세계교육계는 그로 인해 장악당했다.

그러면 그렇게 될 때까지 기독교인 교사들은 무엇을 했는가? 교회에선 신앙을 가르쳤지만 신앙·학문의 영역에선 세속적 가치에 지배당하도록 수수방관했단 말인가. 박 교장은 이분법적으로 나뉜 기독교인들의 가치관이 결국 그런 불행을 초래했다고 생각했다. 강의 시간은 단 10분이었다. 그러나 그의 인생의 밑그림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가장 큰 사건이었다.

교사로서 큰 충격을 받은 박교장은 ‘나도 믿음의 아이들을 잘못 가르칠 수 있겠구나, 신앙은 좋지만 사회에 나가면 전혀 기독교인답지 못한 사고를 하는 아이들을 만들 수 있겠다’라는 위기감을 느꼈다. 그때부터 기독교철학, 기독교세계관을 파기 시작했다. 혼자하기 어려우니 같이 하자며 교사선교회에 기독교세계관 연구의 바람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2001년까지 세계관에 대한 책이란 책은 모두 읽을 정도로 심취했다. 교사선교회 안에 일대 논쟁이 벌어졌다. 제자 양육이냐, 기독교세계관이냐 하는 논쟁이었다. 공동체가 양육에 강조점을 둬야 한다는 결정을 하자 그 결단을 존중했다. 그러나 박 교장은 세계관에 대한 공부를 쉬지 않았다. 고신대에서 기독교교육 박사과정을 밟았다. 양육에 전념하다가 2003년 교사선교회의 대표를 맡은 후 기독교적 세계관을 갖춘 학교를 세우는 것이 하나님이 허락하신 비전이라는 것을 선교회 소속 선생님들과 공유한다.

2008년도에 드디어 학교설립준비위원회가 세워지게 된다. 그리고 2009년에 박 교장은 교사선교회의 대표를 사임하고 학교설립설립위원장을 맡는다. 4년간의 철저한 준비기간을 거쳐 별무리학교는 2012년 개교하게 됐다. 한 사람의 꿈으로 세워진 게 아니라 오랜 세월 꿈을 공유해온 교사들의 피와 땀과 눈물의 기도 가운데 얻어진 결과였다.

학교 설립은 대다수 후원 헌금으로 충당됐다. 설립위원장을 맡은 후 후원요청을 했을 때 8개월만에 14억원의 후원금이 답지했다. 하나님께서 주신 비전이었기 때문에 1년만에 학교 설립을 위한 비용이 모두 마련됐다. 이를 보면서 교사들은 고백했다고 한다. “하나님, 참 멋지십니다. 하나님께서 하셨습니다.” 

이 학교의 입학설명회는 10월 16일(화) 오후 4시(사랑의교회, 소망관 202호)에 진행된 데 이어 10월 20일(토) 오후 2시(부산역, 회의실 103호), 11월 3일(토) 오후 2시(서울역, 회의실 KTX 별실), 11월 17일(토) 오후 2시(별무리학교, 로뎀홀)에 진행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바라기 2012-11-13 15:13:23
참 멋진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앞으로 주께서 친히 행하시는 것을 모든 만민이 보게 하시고 하나님 기뻐하시는 교육으로 온전히 회복되어지는데 밀알로 별무리학교를 사용하여 주시옵소서 . 이 모든 일을 계획하시고 이뤄가시는 하나님은 온전히 찬양합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