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의 비난 여론에도 불구 반쪽짜리 속회를 강행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단독 입후보한 홍재철 목사를 18대 대표회장으로 선출했다. 그러나 예장 통합·백석·고신·합신·개혁 등 한기총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 유중현 목사)에 소속한 한기총 주요 가맹교단들은 속회 참석을 거부한 데다 홍 목사를 대표회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한기총의 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기총은 2012년 2월 14일 서울 왕성교회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235명의 총대들이 참석한 가운데 홍 목사를 대표회장으로 선출했다. 총대들은 기립 투표 방식을 선택했다. 찬성 231명, 반대 1명, 기권 3명이 나왔다. 홍 목사는 취임소감에서 “부족한 종을 18대 대표회장으로 세워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며 “비천한 사람을 사랑하고 끝까지 지지해준 총대 여러분께 깊은 존경심을 표한다”고 말했다.
홍 목사는 “한기총은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리는 기관이 돼야 한다”며 “그런 기관을 만들어 갈 테니 앞으로 많은 성원을 보내 달라”고 당부했다. 홍 목사는 또한 “보수 신앙의 기치를 드높이겠다”며 “동성애와 학생 임신을 조장하는 학생인권조례 반대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18대 대표회장으로 선출된 홍 목사의 임기는 2년이 됐다. 2011년 10월 28일 실행위에서 가결한 정관 개정안이 정기총회에서 최종 통과됐기 때문이다. 회원 자격 여부로 논란을 겪었던 합보 등 3개 교단과 북한옥수수심기범국민운동본부 1개 기관에 대해서도 총대들은 회원 자격을 주기로 결의했다. 임원 및 상임 위원장 인준 및 특별 위원장 임명은 직전 대표회장과 홍재철 목사, 전형위원 등이 조각하기로 했다. 임원 및 위원장 등에 대한 발표는 오는 2월 23일 열리는 18대 대표회장 취임감사예배 때 이뤄질 계획이다.
지난해 7월 대표회장 최종 인준을 받았으나 잔여 임기 내내 법정 송사를 겪으며 한기총 주요 가맹교단들로부터 파행 지적을 받아온 길자연 직전 대표회장은 이임사에서 “내 사명은 어려운 환경 가운데도 한기총을 지키는 것이었던 거 같다”며 “온갖 유언비어와 언론의 부정적 보도에도 단한번도 질책하지 않고 전폭적으로 밀어준 성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길 목사는 “18대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가 일을 잘 처리할 것이라 확신한다”며 “홍 목사는 복음의 열정, 용기, 사명이 있는 사람이니 총대들께서 적극적으로 지지해서 한기총 안팎의 수습 과제들을 해결하도록 큰 힘을 실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총회에는 예장 통합, 백석, 고신, 합신, 기성, 예성, 대신, 기하성 등 주요 한기총 가맹교단들이 불참했다. 1월 19일 개회됐던 정기 총회에선 왕성교회 본당이 가득 찼으나 이번 총회에선 빈 자리가 많이 보였다. 회원교단·단체 총 83개 중 50개와 총회대의원 총 409명 중 235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역대 대표회장 중에선 이만신 목사만이 눈에 띄었다. 참석자 중에는 한국교회 주요 교단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다락방측 RUTC방송사 기자들이 참석했고 예장 통합과 합동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박윤식 씨를 2005년 합동측으로 영입하기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한 박충규 목사(당시 서북노회 노회장)가 참석해 적극적으로 의사진행발언을 했다.
한기총 비대위는 총회가 열리기 하루 전 기자간담회를 통해 성명을 발표하고 한기총 정상화를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키로 했다. 비대위는 홍재철 대표회장 당선 무효는 물론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차후 진행되는 한기총 관련 행사에 불참하는 것은 물론 한기총 사업에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 한기총 17대 길자연 대표회장측의 밀어붙이기 정기총회 속회 강행에 따른 것이다.
유중현 목사(비대위 위원장)는 “오늘의 한기총 사태의 원인은 지난 해 7.7특별총회의 결과를 무시하고 이단연루자들까지 포용한 현 집행부에 있다”며 “한기총이 정상화 될 때까지 계속 정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제50 민사부는 한기총 비대위가 제기한 총회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처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