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3-25 15:18 (월)
“아름다운 원로와 후임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상태바
“아름다운 원로와 후임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 정윤석
  • 승인 2010.12.27 0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동원·진재혁 지구촌교회 담임목사 이·취임예배


 

▲ 진재혁 목사에게 가운을 입혀주는 이동원 목사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고은 시인의 <그 꽃>이라는 짧은 시다. 원로목사로서 개교회 사역에서 물러나는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65)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는 시가 될 듯하다. 이 목사는 1995년 지구촌교회를 개척 15년 동안 3만여 성도, 3천여 평신도 선교사(목자), 300명 이상의 선교사를 파송하며 333비전을 이뤘고 옥한흠·홍정길·하용조 목사와 함께 한국교회를 이끄는 리더십 4인방으로 불렸다.

 

▲ 이취임 예배에 참석한 지구촌교회 성도들



 

▲ 설교하는 홍정길 목사


그런 그가 2010년 12월 26일 65세에 은퇴하겠다던 교인과의 약속을 지키고 진재혁 목사를 담임으로 세운 뒤 원로목사로 추대됐다. 원로목사로서 은퇴하며 사역의 최일선에서 내려서는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꽃은 무엇일까? 아무튼 이제 이동원 목사는 지구촌교회라는 개교회의 한 목회자가 아니라 한국교회를 더욱 섬기는 사역자로서 태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 원로목사로 추대된 이동원 목사


지구촌교회가 2010년 12월 26일 오후 6시 분당 예배처소에서 이동원 목사를 원로로 추대하고 진재혁 목사를 새담임으로 맞이하는 이취임 예배를 드렸다. 이 목사의 은퇴가 사역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예고하는 듯 이취임 예배에 참석한 성도들의 얼굴에는 아쉬움만이 아니라 축하하고 기뻐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 축가를 부르는 가수 송정미 씨



설교를 맡은 홍정길 목사는 “이동원 목사를 40년 전에 만났다”며 “이 목사는 지금 은퇴해도 될 만큼 유감없이 하나님이 사용한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 홍 목사는 또한 새담임목사로 취임한 진재혁 목사에 대해 “지구촌교회의 후임 목사라는 엄청난 일 앞에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며 “이동원 목사님을 사용하고 축복하셨던 하나님께서 진재혁 목사님도 믿음으로 나가면 동일한 축복을 주실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도 채워주실 줄 믿는다”고 설교했다.

 

▲ 이취임 서약 후 서로 포옹하는 이동원 목사와 진재혁 목사


이동원 목사는 원로목사로서 인사하며 5가지 참회와 감사, 2가지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참회와 관련 이 목사는 △한국사회의 민주화 운동에 동참하지 못하고 △가난한 성도를 돌보는 목회를 하려 했으나 실제로는 그들의 삶을 돌보지 못했고 △바로 살라고 설교했으나 정작 설교한 대로 자신은 살지 못했으며 △교회 안의 기득권층의 눈치를 보며 예언자적 설교를 하지 못했고 △부덕함 때문에 성도들의 마음을 섭섭하게 한 것에 대해 참회한다고 밝혔다.

5가지 감사할 것에 대해 이 목사는 △죄인을 은혜로 구원해주시고 자녀 삼아주신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에 감사합니다 △구원해 주신 것만도 감사한데 하나님의 일꾼으로 불러 주시고 전도자로, 목사로 40년간을 헌신토록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의 부족함을 알면서도 인내하며 지지해 주고 사랑해준 아내와 가족, 목회 동역자와 성도들로 인해 행복한 목회를 하게 됐으니 감사합니다 △조기 은퇴의 약속을 지키고 경제적 기득권을 챙기지 않고 은퇴시켜 주시니 감사합니다(이 목사는 일체의 은퇴비를 받지 않기로 했다) △글로벌 리더를 예비하셔서 마음놓고 담임목사직을 내려놓게 하시고 한 모퉁이에서 사역을 시작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라고 고백했다.

 

▲ 축가를 부르는 지구촌소울싱어즈


앞으로의 기대에 대해 이 목사는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경험하지 못한 아름다운 원로·후임 목사의 동역의 본을 보여 드리겠다”며 “나를 사랑해주셨던 것처럼 새로운 리더와 주님의 위대한 명령을 수행해 다시 한번 진보하는 지구촌교회와 사역자들 되시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 격려사를 하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할렐루야”를 외치며 강단에 선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격려사를 통해 “이동원 목사님의 은퇴로 성도들의 마음은 많이 섭섭하겠지만 그것이 낮은 자리로 내려오신 주님의 정신이다”며 “현재 이 목사님의 뒷모습은 지금까지 했던 어떤 메시지보다도 더 큰 교훈과 감동을 남겨 주셨다”고 말했다.

 

▲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이취임예배에 참석한 하용조 목사


하용조 목사(온누리교회)는 “은퇴하다는 ‘retire’인데 타이어를 새롭게 교환한다는 의미도 되지 않겠느냐”며 “새타이어로 갈아 끼운다고 생각하고 이제 지구촌교회안에서가 아니라 ‘지구촌’ 곳곳으로 가셔서 주님의 사랑에 목마른 사람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목회를 하시길 바란다”고 축사했다. 하 목사는 “진재혁 목사가 창조적이고 도전하는 목회자가 되길 바란다”며 “지금까지 앞 선 세대가 쉬운 일을 감당해왔다면 진 목사는 어려운 일을 해결하며 보석같이 가꿔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


김영주 목사(교회협 총무)는 “이동원 목사님이 조금이라도 은퇴를 빨리 하게 되길 바랐다”며 “그래야 한국교회를 더욱 크게 섬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목사님의 은퇴는 은퇴가 아니라 새로운 사역을 위한 것이다”며 고은 시인이 쓴 <그꽃>이란 시를 읊어줘 많은 박수를 받았다.

 

▲ 수원중앙침례교회 고명진 목사


고명진 목사(수원중앙침례교회)는 “김장환 목사님의 후임으로 온 뒤 적어도 한국교회에 누를 끼치지 않고 하나님의 사역을 승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축복이 지구촌교회에도 임하고 아름다운 동역의 모습으로 한국교회의 귀감이 되길 바란다”고 축사했다.

이외에도 강준민 목사(동양선교교회), 박희민 목사(미주성시화운동본부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 필로버츠 총장(미드웨스턴신학대학교)이 영상축사를 보내줬고 가수 송정미, 지구촌소울싱어즈가 축가를 불렀다.

이동원 원로목사는 진재혁 담임목사에게 목사 가운을 입혀주고 교회의 열쇠와 사역 매뉴얼 9권을 인계하며 지구촌교회의 모든 사역에서 물러남을 공식화했다. 이동원 목사의 사역을 승계한 진재혁 목사는 버지니아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에서 M.Div, 퓰러신학교에서 Ph.D 과정을 마쳤다. 워싱턴지구촌침례교회 인턴전도사를 거쳐 산호세뉴비전침례교회 담임목사를 지냈다.

한편 지구촌교회 이취임예배는 여느 예배와 달리 시종 웃음꽃이 사라지지 않았다. 아마도 이동원 목사의 은퇴가 사역의 은퇴가 아니라 새로운 사역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있는 출발이라는 점에서였을 것이다. 이·취임 자리에서 성도들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게하거나 의미심장하게 했던 멘트를 정리해 보았다.

홍정길 목사 “아직도 목회 일선에 있는 선배인 나보다 먼저 이동원 목사가 은퇴한다고 해서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이동원 목사 “나는 사역하면서 늘 홍정길 목사님의 뒤만 좇아다녔다. 그런데 은퇴만큼은 홍 목사님보다 내가 앞서 하게 됐다. ···그래도 목사님보다 끝내 뒤쳐졌으면 하는 게 있다. 홍 목사님 장례예배 설교는 내가 하게 되기를 바란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예수님의 정신은 채우지 않고 덜 가지고 버리고 희생하는 것이다. 이동원 목사님은 원로목사라는 타이틀도 없이, 이취임 예배는 축가도 없이 이런 수천명이 모이는 예배도 없이 더 가지지 말고 깨끗이 떠나셨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 은퇴하시면 말없이 떠나시고 나타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북녘 땅, 캄캄한 곳, 불빛도 십자가도 없는 곳, 예수도, 사랑도 없는 그런 곳에 가셔서 복음을 전하시는 삶이 되셨으면 좋겠다.”

하용조 목사 “이동원 목사님의 얼굴과 ‘원로’라는 명칭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오늘은 원로목사가 아니라 새신랑 같다. ···지구촌교회는 은퇴하시고 ‘지구촌’으로 가셔라. 전세계를 다니며 주님의 사랑에 목마른 영혼들을 찾아다시시고 그곳에 가서 격려와 위로를 주는 목회를 하시길 바란다.···이동원 목사님은 새로운 보석을 캐는 능력이 있다. 그런데 어디서 이렇게 ‘진’보석(진재혁 후임목사를 의미함)을 캐 왔는가?”

고명진 목사 “김장환 목사님 후임으로 수원중앙침례교회를 담임하면서 한국교회에 누를 끼치지 않고 사역을 승계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월간 조선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해서 후임목사로 취임한지 5년만에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그들이 기사 제목을 이렇게 뽑았더라. ‘김장환 목사 후임은 아무나 하나.’ 사실 하나님의 절대적인 은혜가 있어야 후임목사를 할 수가 있는 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