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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한흠 목사와 앙드레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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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한흠 목사와 앙드레 김
  • 정윤석
  • 승인 2010.08.16 0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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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때문에 서울대학병원이 분주했습니다. 한 사람은 교계에서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는 옥한흠 목사입니다. 그는 8월 8일 지병이 악화돼 이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교계언론은 옥 목사의 입원 소식을 관심 있게 다뤘습니다. 한국교회의 대표적 목회자인 옥 목사의 쾌유를 위해 많은 성도들이 기도하고 있다는 소식도 보도했습니다.

그가 입원하자 사랑의교회 담임 오정현 목사는 물론이거니와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 등 유명 목회자들이 자신의 트위터에 ‘하루 빨리 쾌유 하길 빈다’는 내용을 올렸습니다. 성도들도 그의 쾌유를 눈물로 기도했습니다. 서울대학병원에는 옥한흠 목사를 병문안하기 위한 크고 작은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서울대학병원이 또 한사람으로 인해 붐볐습니다. 이 사람은 한국 문화계가 알아주는 거장입니다. 늘 흰옷을 입고 다녔고 그의 머리는 어색한 색칠로 칠해져 있었습니다. 영어가 섞인 이상한 발음을 하는 그 사람은 앙드레 김입니다. 그가 서울대학병원에 입원했다가 폐렴과 대장암 합병증으로 별세하자 수많은 연예인들이 마음을 담아 조의를 표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장례식장을 찾은 사람은 원빈이었다고 합니다. 김희선, 최지우, 송승헌, 소지섭, 하희라, 김희애, 장나라, 고현정, 김혜수 등 당대의 내로라 하는 연예인들이 조문했습니다. 문화·정치계 인물까지 열거하면 이 페이지가 모자랄 지경이 될 겁니다.

두 사람으로 인해 서울대학병원은 지금도 분주합니다. 옥한흠 목사는 병세가 호전되고 있답니다. 그리고 또 한사람은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갔지만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70대라는 점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는 겁니다.

왜 옥 목사의 병세악화가 수많은 사람들이 기도제목이 됐고 앙드레김의 죽음이 많은 유명인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을까요?

그들은 평소 자신의 것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었던 거 같습니다. 옥한흠 목사는 ‘광인’정신으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30년 동안 미치도록 달려온 제자훈련의 길’, ‘제자훈련 열정 30년’으로 표현될 만큼 그의, 성도들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던 거 같습니다.

옥 목사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주님 앞에 가끔 이렇게 기도 했어요. ‘제 평생 짧은 기간의 목회지만 나와 함께 동역자로서 뛸 수 있는 사람 천명만 키워내면 좋겠습니다‘라고요. 이런 기도를 하고 잊고 있었는데 가끔 제 기도를 들었던 초창기 교인들이 그런 말을 해요. 저를 통해서 그리스도를 만나고 예수님을 위해 살고, 소명자로서 한 생을 살고 싶어졌다고요.”

옥 목사의 병환 소식을 듣고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처럼 관심을 갖고 기도하는 것은 그가 먼저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던지며 희생하고 헌신할 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앙드레 김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 나서 제 눈에 들어왔던 기사가 있습니다. 소프라노 조수미 씨가 22년간 세계 유수의 독창회 무대에서 앙드레김 씨가 디자인한 드레스만을 고집했다는 겁니다. 사연인즉 이렇습니다. 조 씨가 갓 대학을 졸업한 신인 소프라노에 불과했던 시절에 무척이나 경제적으로 열악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무대에 설 때도 시장에서 옷감을 사다가 동네 아주머니에게 부탁해 드레스를 지어 입었다는 거죠.

그런데 조수미 씨의 첫 귀국 독창회 무대에서 조 씨의 노래를 들은 앙드레김이 “신이 내린 목소리”라고 감탄하며 “어떻게 이런 옷을 입고 노래할 수 있느냐, 앞으로 내가 소프라노 조수미의 드레스를 지어주고 싶다”고 했다는 겁니다.

아직 풋내기 신인 소프라노였던 시절의 자신을 기억해 준 앙드레김의 마음을 조수미 씨는 마음에 새기며 의리를 저버리지 않았던 겁니다. 언제 어떤 무대에 서든지 앙드레김이 디자인한 드레스를 입은 거죠. 베르사체, 구치 등의 해외 명품 드레스를 입으라는 권유도 마다했다는 겁니다.

앙드레김이 수많은 사람의 애도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조수미 씨와의 에피소드에서 보듯이 그가 먼저 남에게 자신을 던지고 나눌 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 아닐까요.

“알프스는 사람을 찾지 않는다. 다만 사람들이 알아서 알프스를 찾을 뿐이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 속담을 생각하면서 저는 일부러 고독의 시간을 보낸 적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찾아오는 사람이 돼야지 라고 생각하며 말이죠. 그런데 요즘··· 알프스는 사람들이 찾기 전에 이미 참으로 소중한 것들을 나누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프스 공기를 마시면 10년이 젊어진다”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죠. 말없는 알프스의 나눔과 넉넉함, 그것으로 이미 알프스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나누고 헌신하고 있는 셈이 되는 거죠.

두 사람이 서울대학병원에 본의 아니게 같은 기간에 있었습니다. 한명은 기독교계에서, 또 한명은 한국문화계에서 거인으로 자리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물론 앙드레김은 독실한 불교신자인데다 알려지지 않은 사생활로 고명한 목사님과 비교하면 거부감 느낄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그 두 사람에 대한 소식을 듣고는 불현듯 알프스 생각까지하며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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