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0 10:51 (토)
환자 울리는 ‘불건전 기도원’ 근절 방안 없나
상태바
환자 울리는 ‘불건전 기도원’ 근절 방안 없나
  • 정윤석
  • 승인 2010.07.23 07: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BS ‘기도원에 갇힌...’ 방송후 교계 인사들에 들어본 대책


 

▲ <긴급출동 SOS 24시>의 동영상 갈무리

“와 싸라와 카메세이~ 데리고 오너라! 반드시 내가 그를 고칠 것이니라. (내가)각색 암을 고치는 은사를 받았어. 약은 없어. 밀가루가 천국의 보약이야!”

흰 옷을 입은 기도원 원장이란 A 여성은 마치 하나님의 말씀을 대신 말하는 것처럼 반말을 일삼는다. 암 고치는 은사를 받았으니 자신이 안수하면 어떤 암도 고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약이라고는 밀가루를 반죽해서 붙이는 것밖에 없다. 그녀는 밀가루가 천국의 보약이라고 주장한다.

가슴에서 피고름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태인 유방암 환자 B 씨는 이 기도원에서 안수를 받고 있다. 3년전 유방암 진단을 받았지만 병원에 가는 것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처참할 만큼 육체가 파괴돼 가고 밤마다 고통으로 신음하는데도 그녀는 상처 부위에 ‘소금을 넣은 밀가루 반죽’을 붙이는 게 고작이다. B 씨는 이 과정을 통해 병이 나아가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기도원의 A 원장이 제시한 안수와 밀가루 붙이기 치료 방법에만 맹목적으로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그녀는 각색 암을 고치는 은사를 받았다는 A원장의 안수와 천국의 보약이라는 밀가루를 붙였는데도 장애 아들을 남기고 생을 마감한다.

SBS 시사고발프로그램 <긴급출동 SOS 24시>(긴급출동)가 최근 ‘기도원에 갇힌 잘못된 믿음’을 방영했다. 유방암 환자의 병을 고칠 수 있다며 안수를 하고 밀가루를 붙이는 등의 행위를 한 기도원 원장의 행각과 이를 믿고 의학적 치료를 거부하다 죽음에 이른 신도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 프로가 방영된 후 교계 인사들은 환자들을 울리는 불건전 기도원이 발붙일 수 없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독일내과의원 박관 원장(목사)은 불건전 기도원의 근절 방안과 관련, 성도들에게 균형잡힌 영성이 자리잡도록 양육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병 환자들의 신앙적 기대감을 악용해 자기 뱃속을 채우려는 불건전한 사이비 기도원이 즐비하다”며 “성도들에게 균형잡힌 영성이 무엇인지 평소에 잘 가르쳐야 위기의 순간에 불건전한 이단·사이비 단체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박 원장은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와의 전화통화에서 다음과 같은 말도 했다.

“내가 치료를 하던 환자 중 유방암 진단을 받고 기도원에 들어간 사람이 있었다. 기도원에선 그녀에게 '신학을 하지 않아 하나님이 벌을 주신 것'이라 겁을 줬다. 기도원 원장은 그녀에게 신학교 가기를 종용했고 결국 그 환자는 신학을 하며 기도원에서 봉사하는 생활을 했다. 기도원에선 안수 기도를 해주며 환자에게 '암세포가 줄었다'고, '병이 나았다'고 했으나 실제로 병원에서 검사를 해보니 암세포가 온 몸에 전이돼 있었다. 결국 이 세상을 떠나게 됐는데 이런 사례를 보면서 그리스도인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극단적 영성이란 생각을 했다. 의술, 의료행위, 약 등은 모두 하나님이 성도들에게 사용하라고 주신 것이다. 그것을 사탄의 역사라면서 거부하는 것은 오히려 하나님의 은총을 거역하는 것이다.”

박 원장은 “극단적 영성주의자들은 중병에 걸리면 ‘의학적 치료는 세상 방법이다’, ‘의사들은 믿음이 없는 사람들이다’며 ‘기도원에서 기도하고 안수 받으면 하나님이 고쳐 주신다고 약속하셨다’고 말한다”며 “기독교인들도 건강하기 위해선 일반 사람들과 동일하게 운동을 하고 잘 먹어야 하는 것처럼 치유도 하나님이 주신 과학과 의학의 영역을 인정하고 잘 활용해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종만 목사(예향교회)는 환자들을 위한 ‘적극적인 목회적 돌봄’이 강화돼야 한다는 견해다. 박 목사는 “치병이나 신유 집회를 하는 이단사이비 단체에 장로, 집사는 물론 심지어 목회자와 사모들도 왕래하는 모습을 수도 없이 목격했다”며 “일단 ‘살고 보자’,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생명부터 보존하자’는 욕구가 중병환자들을 이단 사이비 단체로 내몬다”고 분석했다.

박 목사는 “교회에 중증환자가 생기면 목회자는 그 사람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심방과 상담을 통해 지속적으로 목회적 돌봄을 시행해야 한다”며 “중증환자들은 교회의 무관심으로 방치된 가운데 ‘어떤 기도원 갔더니 죽은 자가 살아나더라’, ‘암환자도 나았다더라’는 말을 들으면 솔깃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 목사는 “중병 환자들을 위해 구원의 확신, 심리적 치유, 신유를 위한 기도, 의료적 치료 행위를 모두 적극적으로 병행하도록 영적 지도자들이 도와야 한다”고 권고했다. 교회의 적극적인 관심이 있어야 환자들이 불건전 기도원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밀가루가 천국의 보약이라는 기도원 원장. <긴급출동 SOS 24시> 동영상 갈무리

그 누구보다 기도원을 선택하는 당사자인 성도들이 주의를 기울이고 교단적 차원의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학수 목사(예장 백석측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는 “불건전 기도원에 빠져 건강은 물론 재산상의 피해를 입는 성도들을 수없이 봐왔고 지금도 수많은 상담이 들어온다”며 “성도들은 기도원을 선택할 때 매우 신중해야 하며 반드시 담임목회자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목사는 “만일 출입하는 기도원에서 ‘하나님이 당신을 저주하신다’, ‘저주를 풀려면 돈(헌금)을 바쳐야 한다’고 말하고 두려움과 공포심을 조장할 경우 그곳은 불건전한 기도원이므로 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단적 차원의 대책에 대해 김 목사는 “각 교단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가 교단에 소속한 건전한 기도원이나 권장할 만한 기도원의 리스트를 만들어 각 교회에 정보를 줘서 성도들이 옥석을 가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반면 기도원이 특정 교단에 소속하지 않고 원장의 신학사상이 불투명하고 은사를 남용하는 경우 출입을 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형택 목사(예장 합신 이단상담소장)는 “불건전 기도원의 원장들이 자신이 하나님의 말씀을 직접 듣고 말한다는 직통계시로 성도들을 속이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순진한 성도들이 '하나님께서 말씀하신다'고 하니 그대로 믿어버리면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박 목사는 “무엇보다도 먼저 직통계시에 대해 성경적으로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며 “누군가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음성을 듣거나 환상을 보고 특정 상대의 길흉화복과 생로병사에 대해 알게 됐다고 말한다면 그 사람을 주의하고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직통계시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샤머니즘에 익숙한 한국 사람의 보편적 정서가 직통계시자들을 쉽게 용인하고 있다”며 “‘직통계시는 사기다’라고 성도 스스로 정의를 내려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목사는 “교단적으로는 불건전 기도원의 특성과 행각이 무엇인지 매뉴얼을 만들어 성도들에게 주지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긴급출동> 시청자 의견란에는 ‘기도원에 갇힌 잘못된 믿음’이 방영된 후 기도원원장에 대해 분노하는 목소리와 함께 B 씨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정수연 씨는 “(B 씨가)제발 제발 잘 치료되기를 기원했는데, 사망소식은 너무나도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네요. 어제 펑펑 울었습니다”라며 “맹목적인 믿음으로 치료행위를 하는 사람들에게 법적 제재 조치가 없다고 들었는데요. 제2의 희생자가 나오지않게 도와주세요”라고 썼다.

이유철 씨는 “초기에 치료만 받았어도 몇십년은 살 수 있었던 분이셨습니다”라며 “그런데 잘못된 믿음으로 인해서 암세포가 퍼지고 퍼져 모든 장기에 퍼져서 돌아가셨는데 진짜 안타까웠습니다. 그 원장이란 사람이 한 가정을 파괴한거나 마찬가지네요”라고 지적했다.

김현준 씨는 “넉넉하지 않은 살림, 반지하방에서 장애인 아들을 두고 사는 B 씨에게 유방암 선고는 정말 날벼락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며 “항암치료와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어쩌면 집을 잡혀야 했을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모정은 그런 큰 비용을 감당하면서 자기 자신을 치료하는 것보다 ‘믿음’으로 견디려는 선택을 하게 됐을 것이다”며 B 씨의 죽음을 안타까워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