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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를 당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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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를 당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 정윤석
  • 승인 2010.07.06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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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업에 종사하는 A목사가 책을 한 권 냈다. 이단사이비를 비판하는 책이었다. 책을 낸 후 한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신의 이름이 책에 나왔다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것이었다. 고소라니···. 평생 출판업에 종사했던 그에게 고소는 낯설었다. 당사자를 만났다. 만일을 위해 돈도 얼마간 준비해 갔다.

상대는 깡패같이 험상궂고 덩치가 좋은 사람을 한명 데리고 나왔다. 그 사람은 “당신 책에 내 이름이 나와 명예가 훼손당했다”며 “콩밥 좀 먹어야 겠다”고 A목사에게 으름장을 놨다. 그의 말, 행동 하나 하나가 죄인 취급하듯 고압적이었다. 그는 일천만원대의 합의금을 요구했다. A목사는 사실 일이백 정도를 요구했다면 돈을 쥐어줄 생각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천만원대라니 어이가 없었다. 거절하곤 헤어졌다. 시간이 지난 후 전화가 왔다. 경찰서였다. 고소당했으니 출두하라는 전화였다. 막상 합의하지 않았지만 경찰서에서 전화가 오자 A목사는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이단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는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변호사에게나 해야 할 질문이 법조인도 아닌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에게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법조인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이 부담돼서인 듯하다. 도대체 이단으로부터 고소를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단문제 전문지인 <교회와신앙>에 13년을 근무하면서 기자도 많은 고소 사건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 그 과정 중에 경찰 조사를 받고 무혐의·불기소 처분을 받기도 했다. 소송에서 승소한 경험도 있다. 피고소인으로는 물론 증인으로 법정에 출두한 적도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매뉴얼을 만들어 둔 적이 있다.

고소를 당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알아보자. 먼저 여기서 전제할 게 있다.

소위 정통교회에서 이단이라고 규정했다고 해서 대한민국 헌법도 그 종교를 이단으로 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고 돼 있다. 이단조차도 종교로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형법 제 310조는 사실을 적시하여 어느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하더라도 그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면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명예훼손 행위가 처벌의 대상에서 면책되기 위해서는 첫째 진실한 사실이어야 하고, 둘째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바꿔 말해서 이단을 비판한다고 해서 없는 얘기를 만든다든가, 지나치게 이단자들의 설교나 주장을 확대해석해서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렇게 되면 명예훼손의 단초를 제공하게 된다. 대한민국 헌법은 사실에 입각한 공익적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정도의 비판을 법적으로 보호한다.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막상 고소를 당하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사람들은 난감해 한다.

첫째, 이단으로부터 소송을 당했을 때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출판물 등에 적시한 내용의 사실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1차 자료다. 기자가 2003년 경 B목사의 신격화 사건을 보도한 적이 있다. 물론 고소가 들어왔다. 고소당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탈한 신도들의 증언이 아니었다. 이런 것들을 소위 2차적 자료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백마디 이탈자들의 증언보다도 B목사가 자신을 신격화한 입증 자료 한가지다. 1차 자료가 확보돼 있어야 한다. 다행히도 기자에게는 B목사와 관련한 1차 자료가 하나 있었다. 기사도 확보된 1차 자료를 토대로 작성했다. 그 한가지를 경찰에 제출했다. 이탈자들의 진술서 한 장 받지 않았다. 그렇지만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 내는 데 하등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지금도 1차 자료를 제공한 제보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자료를 준비할 때 내 주장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또다른 문서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적시한 내용이 이미 기독교신도의 정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내가 쓴 기사 이외에 또다른 언론사에서 나온 기사를 증거자료로 준비해 두는 것이 좋다. 이것을 2차 자료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자료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하고 그냥 제출해서는 안된다. 중요한 부분에는 빨간 펜으로 줄을 그어서 증거 자료를 제출하는 게 좋다. 조사하는 경찰들을 배려하는 것이다.

둘째, 이단으로부터 고소를 당했으면 경찰조사를 잘 받아야 한다.
준비를 아무리 잘해도 경찰조사 과정에서 당황하거나 자신감을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 반대로 지나치게 긴장하고 경찰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서도 안된다. 명예훼손으로 이단단체가 검찰에 고소를 하든, 경찰에 고소를 하든 결국 조사는 경찰서의 조사과에 소속한 형사들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이 초동조사를 하고 ‘기소(죄가 있음)’, ‘불기소’(죄가 없음) 의견을 검찰에 올리면 검찰에서 경찰의 조사를 보고 처분을 내린다. 검찰이 처분을 내린다 해도 그 대부분이 경찰의 의견 그대로 처리됨을 이해하자.

따라서 경찰서에서 고소사건과 관련한 조사를 받을 때는 여기서 모든 승부를 봐야 한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경찰이 조사를 한다고 하니 일부 사람들은 가볍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경찰을 거의 판사라고 생각하고 입증 자료를 철저하게 준비해서 제출해야 한다.

이제 경찰서에서 직접 조사를 받을 때의 자세를 알아보자.

- 자신감을 보여야 한다
경찰들은 피고소인이 자신의 행위에 정당성을 갖고 있는지 없는지 자세히 살펴 본다. 따라서 자신의 행위가 정말 정당한 행위였다는 자신감을 갖고 경찰을 대해야 한다.

- 근거자료를 철저히 준비해서 제출해야 한다
경찰에 조사를 받을 때 자신의 행위를 입증해 주고 부연설명 해주는 준비된 자료를 함께 가져가야 한다. 이것은 경찰로 하여금 ‘아, 이 사람이 법에 대해, 어느 정도 개념을 갖고 있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이러한 철저한 준비가 경찰이 판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즉, 경찰도 피고소인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내리려면 그에 해당하는 타당한 근거가 필요하다. 그러한 자료들을 이단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피고소인이 충실히 준비해서 경찰의 ‘불기소’처분을 끌어내야 한다. 즉 경찰은 나를 도와주는 협력자란 생각으로 그를 충실히 도와 줘야 한다. 그렇다고 자료를 장황하게 제출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경찰은 피곤해진다.

- 경찰은 곧 판사란 생각으로 대해야 한다
경찰 조사에서 모든 승부를 봐야 한다. 경찰이 ‘기소’의견을 검찰에 올리면 기소 처리가 되는 거고,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 불기소가 된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니 판사를 마주한다고 생각하고 성실하게 조사를 받아야 한다. 경찰은 객관적 근거를 통해 설득하고 대화할 대상이지 싸움의 대상이 결코 아니다. 경찰도 인간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자료는 객관성있게, 일목요연하게, 짜임새 있게 제출하고 그를 판사라는 생각으로 존중하면서 대해야 한다. 당당한 자세와 자신감있는 모습을 놓쳐서도 안된다.

- 경찰의 질문에 6하원칙에 의거해 정확히 답변해야 한다.
경찰 조사는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이뤄진다. 경찰이 한 가지를 질문하면 조사 대상자가 그에 대해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경찰은 자신의 질문에 조사대상자가 말하는 대로 그대로 타이핑(독수리 타법인 경우가 많다)을 해서 받아 적는다. 질문에 답할 때는 6하원칙에 입각해 또박또박 정확하게 답변하는 게 좋다.

경찰과 기자의 공통점이 있다면 6하원칙으로 사건을 정리한다는 것쯤 될 것이다. 또한 말의 실수를 줄이기 위해 기초적으로 진술할 내용을 메모해서 갖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이 때는 고소한 내용을 미리 귀띔을 받는 게 좋다. 대략 누가 고소한 것인지 알면 그 내용도 파악이 대부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조사의 기본을 익혀 두면 실제 법정에 갔을 때도 두렵지 않다. ‘정직은 최상의 정책이다’는 속담이 있다. 고소를 당했을 때 진실만큼 강한 힘도 없다. 정직하고 진실하게 사실을 토대로 해서 공익을 위해 비판한 것이라면 이단들이 어떤 고소를 했다 해도 당당하게 소송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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