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피해자들 "내 아이 돌려보내라"
전남지역 가출자 가족 신학원 앞 눈물의 시위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장 이만희 씨)에 다니다가 가출한 자녀를 둔 부모들의 절규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조남운 집사(52)와 전남 신천지 피해자 모임(신피모) 회원 20여 명은 10월 19일 광주역 인근에 위치한 신천지신학교육원 앞에서 “이만희 보혜사는 가출한 자녀를 돌려보내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시위자의 손에는 “착하고 예의바르던 딸이 신천지 공부하더니 가출했다”, “신천지는 사랑하는 내 딸을 속히 집으로 보내라”는 피켓을 들었고, 차량에는 “이만희 보혜사여 내 딸을 속히 돌려 보내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 중에는 아직도 자녀가 집을 나간 후 돌아오지 않아 고통을 당하는 사람도 있다. 박응구 장로(53)가 그 같은 경우다. 박 장로는 “내 아들은 가출한 지 2개월이 되는데 자녀를 가정으로 돌려보내 주지 않는 종교는 종교도 아니다”며 “이북에 있는 이산가족들도 남한 사람들과 서로 만날 수 있는 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이러한 시위 장면을 지켜보던 한 지역 주민은 “내 아들이 나갔다면 나도 가만 있지 않았을 것이다”며 “자녀 가출로 인한 부모들의 시위가 계속되는 것을 지켜 보자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변에서 장사를 하는 또다른 상인은 “저런 시위가 허구한 날 계속되고 있다”며 “자녀의 가출을 방조한 단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조 집사 등의 시위가 계속되던 사이 신천지측 한 관계자가 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는 “딸을 돌려 보내줄테니 일단 대화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조 집사는 “이 자리에서 시위하며 폭행도 당했고 그런 얘기는 골백번도 더 들었지만 죄다 거짓말이었다”며 “내 딸만 내 가정으로 돌려 보내달라는 데 무슨 대화가 더 필요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신천지의 한 관계자는 조 집사의 시위에 대해 “딸을 보내려면 대화가 필요하다는데도 조 씨가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며 “가출한 자녀를 되돌리는 목적이 아니라 누군가 뒤에서 다른 목적을 갖고 사주하고 조정하지 않는 이상 저렇게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조 씨의 딸이 가출한 이유를 무조건 교리적 차원에서 비롯된 일로 몰아가는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며 “직접적인 원인은 조 씨의 가정에서의 폭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 집사는 “가출할 당시 딸은 ‘종교의 견해가 맞지 않아 나갑니다’라고 분명히 쪽지를 남기고 떠났는데 무슨 가정 폭력이냐”며 “내가 딸을 얼마나 아끼고 예뻐한 사람이었는지는 그 누구보다 아내가 잘 안다”고 반박했다. 조 집사는 “딸을 찾기 위해 나의 모든 것을 다 바쳐 투쟁할 것이다”며 “그러나 신천지가 딸을 보내주기만 한다면 그 이후에는 더 이상 신천지에 가서 시위하는 일은 하지도 않을 것이고 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집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시위를 진행했다.
전북 군산 수송동 신천지 신학원 앞에서는 강정덕 권사(55)가 9월 13일부터 한 달 넘는 기간 동안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다. 강 권사는 신천지에 포섭된 아들 문여명 씨(가명, 22세)가 한마디 말도 없이 8월 28일 가출한 뒤 생업을 포기한 채 이 일에 매달리고 있다. 피켓에는 “착하고 사랑스런 내 아들이 신천지 보혜사 성령을 공부한 뒤 학교도 그만두고 가출했다. 신천지 이만희 교주는 내 아들을 돌려 보내고 출교 제명하라!”고 써 붙였다.
“여명이는 신천지에 다니기 전까지만 해도 교회에서 건축을 한다고 하면 아르바이트해서 돈을 모아 건축헌금을 드렸던 착한 아이였어요. 대학에 진학해 학교에 다니던 어느 날 익명의 사람이 전화를 해서 ‘아들이 신천지에 빠진 것 같다’고 귀띔해 줬을 때도 그리 불안하지 않았어요. 부모 속 한 번 상하게 하지 않았던 착한 아이라 신뢰했던 거죠.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가 달라져가더군요.”
외박도 잘 안하던 아이가 ‘친구 집에서 잔다’며 외박하는 일이 잦아졌고 ‘신천지’ 얘기만 하면 인상을 쓰고 부모의 말문을 막았다는 것이다. 가출을 할 때는 부모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쪽지 한 장 남기지도 않았다. 벌써 2개월이 돼간다. 강 권사가 군산 수송동 신학교육원에서 시위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들이 이곳에 들어가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던 것이다.
강 권사는 “추석 때도 시위를 중단하지 않았다”며 “여명이가 돌아오는 날이 곧 시위가 중단되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신천지측 수송동 신학원은 강 권사의 시위에 발맞춰 현수막을 내걸었다. 신천지측은 현수막에 “문여명이 누구인가? 알지 못하고 듣지도 못한 문여명이를 우리에게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갚라며 “정작 문여명이 부모님 뒤에서 시위 조종하며 비방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인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만난 군산 수송동 신학원측의 한 관계자는 “문 씨와 신학원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며 “문 씨의 부모가 왜 이곳에서 시위를 벌이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신천지측은 강 권사의 시위가 담임 목사의 조언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 강 권사의 교회 공예배 시간에 몰려가 역시위를 벌여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한편 신천지에 다니며 가출을 이미 경험했다가 신천지를 탈퇴한 한 신도는 “가족들이 포기하지 않으면 이단에 빠졌더라도 반드시 돌아오게 돼 있다”며 “그게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돌아온다는 믿음을 갖고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100% 돌아온다”고 말했다. 이 신도는 “가출한 자녀들을 돌아서게 하는 요인 중 가장 큰 것이 가족들의 끊을 수 없는 사랑이다”며 “신천지는 그 가출자를 위해 목숨을 걸 수 없지만 부모님은 자녀들을 목숨을 걸고 사랑하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