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숨겨진 이민자’ 선교사 자녀 위해 사역하는 MK네스트[2편]
회복탄력성 깨우는 둥지캠프와 부모 교육… 이번 여름, 서로의 상처 보듬는 치유의 여정 떠난다
[인터뷰]‘숨겨진 이민자’ 선교사 자녀 위해 사역하는 MK네스트[1편]에 이어지는 기사입니다.
4. 타문화권에서 성장하는 MK들은 잦은 이동과 이별을 겪게 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이 관계, 정체감, 고향의 상실이라는 '인정받지 못한 슬픔'과 '계속되는 상실감'을 성인기가 되어서도 겪는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아이들은 이러한 상실감을 어떻게 표현하며, 이것이 제때 다루어지지 않았을 때 어떤 아픔으로 남게 되나요?
답변: 최융 대표(이하 최) MK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잦은 이동과 반복되는 이별입니다. 한국 MK들은 평균적으로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학교를 8번 정도 전학한다고 합니다. 저는 13번 전학한 아이도 본 적이 있습니다. 교육 전문가들에게 이야기하면 ‘그 정도면 사실상 교육을 포기한 수준’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교육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진로에 맞춰 연결되어야 하는데 계속 환경이 바뀌니 아이들이 뿌리내리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MK들에게 ‘철새 본능’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철새는 계속 이동해야 하니까 한곳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합니다.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뿌리내리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데 그런 환경이 계속 흔들리는 것이죠.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한국의 환경 전문가들이 요즘 ‘철새가 텃새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는 점입니다. 결국 먹이와 안전이 보장되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철새도 텃새처럼 머무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MK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교회와 선교단체, 파송교회가 이 아이들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TCK와 MK들을 위한 ‘군락’ 같은 환경이 필요합니다.
강민희 상담팀장(이하 강): MK들은 관계를 깊게 맺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교지에서는 누군가 오래 함께할 줄 알았는데 몇 달 만에 떠나고, 어떤 사람은 한 달 만에 떠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 안에 ‘어차피 떠날 사람’이라는 감각이 생깁니다. 스스로도 ‘이 사람이 머무는 만큼만 거리를 둔다’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이것은 자기방어입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미리 이별을 준비하는 것이죠. 그래서 새로운 곳에 가도 관계를 깊게 맺지 않으려 합니다. 공동체 안에 있어도 마음은 혼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른바 ‘군중 속의 고독’ 같은 상태입니다.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가 떠나는 순간을 견디기 어려우니까요.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우울감이나 깊은 상실감으로 이어집니다. 또래 관계를 안정적으로 경험하지 못하다 보니 성인이 된 이후에도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대학생이 된 뒤 관계 문제로 힘들어하는 MK들을 많이 만납니다. 부모와의 관계도 쉽지 않습니다. 부모님은 선교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느라 바쁘신데, 아이들은 마음속으로 ‘나는 저 사람들보다 중요하지 않은 존재인가?’라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존재감과 정체성의 혼란이 생기는 것이죠. 부모를 신뢰하지 못하게 되면 하나님까지 미워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나님 때문에 우리 부모님이 나보다 사역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한상회 목사(MK네스트사역연구소 소장, 이하 한): 어떤 MK들은 아예 가족 관계 자체를 거부하려고 하기도 합니다. 사실은 마음속에 상처와 분노가 많은데, 차라리 표현이라도 하면 좋은데 말을 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이야기를 꺼냈다가 부모님의 사역에 영향을 줄까 봐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계속 꾹꾹 눌러 담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그렇게 억눌린 감정이 어느 순간 어떤 방식으로 터져 나오느냐에 따라 위험한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평생 경험하지 못했던 환대와 공감을 제공하는 곳에 너무 쉽게 마음을 열기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단이나 왜곡된 공동체에 쉽게 끌려가는 사례들도 있습니다.
최: 저는 착한 MK들이 참 안타깝습니다. 부모님 사역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자기 감정을 끝까지 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미션 스테이 사역을 하다 보면, 부모님이 긴급한 상황에서도 사역 때문에 자녀 곁으로 오지 못하는 경우들을 만나게 됩니다. 결국 이런 부분은 개인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교단체와 교회 공동체 전체가 함께 책임감을 가지고 고민해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5. 고립된 오지의 MK와 도심지 MK들은 각각 제공받는 교육, 문화에 큰 차이가 있을 거 같습니다. 오지나 낯선 환경에 고립된 아이들의 정서적, 학업적 어려움, 이건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요?
최: 이 부분은 조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선교사가 선교지에 나가는 목적이 자녀 교육 때문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선교지에서 자녀에게 어떤 교육 환경을 제공할 것인지 고민하고, 가능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접근해야 합니다. 국제학교, 현지 학교 등 여러 선택지가 있지만, 한국교회 안에는 아직도 ‘고생해야 선교’라는 문화가 남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학교가 더 좋으냐가 아니라, 각각의 교육 옵션이 가진 장단점을 이해하고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해 줄 것인가입니다. 현지학교를 다닌다고 해서 무조건 낙후된 것도 아닙니다. 결국 선교의 방향성과 함께 자녀 교육을 어떻게 균형 있게 세워갈 것인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또 많은 MK가 현지학교나 국제학교에서 한국어, 한국 역사와 사회문화 등을 제대로 배우지 못합니다. 그래서 한국 선교사 사회 안에는 주말 학교 같은 보완 시스템들이 생겨났습니다. 주말에 한국사 등 한국인으로서 필요한 소양을 배우는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죠.
강: 한국 선교사 가정 가운데는 어린 자녀를 아주 이른 나이부터 타지역 학교에 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지에서 사역하다 보니 아이들을 곁에 둘 수 없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중학교 1학년도 아직 어린 나이인데, 초등학교 1학년은 더 말할 나위가 없죠. 아이들이 몸이 아프거나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부모가 곁에 없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큰 정서적 어려움이 됩니다.
또 어떤 아이들은 다른 가정집에 얹혀살기도 합니다. 부모가 아닌 타인의 집에서 눈치를 보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죠. 홈스쿨 형태로 교육을 이어가는 가정들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현지학교를 보내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전기가 자주 끊기는 환경 속에서 홈스쿨을 운영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런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겪는 외로움과 불안, 정서적 부담은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한: 교육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오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 가정들을 위해 가장 현실적인 대안 가운데 하나가 ‘순회교사’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순회교사는 방학 기간 등을 활용해 선교지로 직접 들어가 MK들의 학습을 실제로 보충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제도가 단순히 정규 교과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접근되어서는 안 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MK들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타문화권에서 성장한 아이들이기 때문에 정서적·문화적 특징이 매우 다릅니다. 그래서 현장에 들어가기 전, 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어떤 방식으로 학습을 도와야 하는지 충분한 훈련과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결국 이 사역은 선교사 한 사람을 파송하는 것이 아니라 선교사 가정을 함께 파송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한국교회와 선교단체가 오지에 남겨진 아이들의 현실적인 상황을 더 깊이 바라봐야 합니다. 단지 사역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학습과 정서적 어려움까지 함께 돌볼 수 있는 실제적인 관심과 동역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6. 현지 학교에서 일부 MK가 인종차별이나 왕따를 당하고 이것이 정서 심리적 병리 현상으로 진행되거나, 심지어 자살 시도를 하는 등 사례를 취재 현장에서 종종 접하게 됩니다. MK들이 타문화권에서 소외되면서 겪을 수 있는 가장 치명적인 위험 요소는 무엇이고 이를 위한 대안이나 막을 수 있는 방비책은 뭐라고 보십니까?
최: MK들이 타문화권에서 겪는 가장 큰 위험 가운데 하나는 결국 ‘고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부모의 관심과 선교 공동체의 준비가 중요합니다. 실제 현장에는 이런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선교지에서는 교통사고나 각종 응급 상황에 대비한 시스템은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는데, 정작 자녀들을 위한 정서적·심리적 안전망은 준비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태국에 있을 때도 선교사들을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결국 대화의 끝은 늘 자녀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그런데도 MK 사역자들을 전문 선교사로 파송하는 구조는 아직 많지 않습니다. 이제는 선교의 개념 자체를 더 넓게 봐야 합니다. 선교사 개인만이 아니라 선교사 가정 전체를 돌보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와의 ‘대화의 문’을 닫지 않는 것입니다. 부모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것이 잔소리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선교 공동체 안에 부모 외에도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멘토와 커리큘럼, 돌봄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강: 인종차별과 왕따 문제는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입니다. 러시아권이든 무슬림 지역이든, 국제학교든 현지학교든, 심지어 한국형 국제학교 안에서도 왕따는 존재합니다. 그런데 외국에서 경험하는 왕따는 아이들에게 상상 이상의 충격으로 남습니다. 길을 지나가다가 침을 뱉거나 노골적인 조롱을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많은 MK들이 이런 일을 부모에게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부모가 마음 아파할까 봐 참는 경우도 많고, ‘그 사람들도 사랑해야 할 대상’이라는 말을 들으며 스스로 감정을 억누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 입장에서는 폭언과 폭행을 당했는데도 부모가 자신보다 가해자의 입장을 더 이해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결국 ‘내가 가장 힘들 때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이 없다’는 깊은 상처로 남게 됩니다. 우리는 크리스천이고 부모는 선교사이기 때문에 참고 사랑해야 한다는 압박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더 큰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정작 내 상처를 보듬어 줄 사람은 없는데, 나를 힘들게 한 사람은 이해하고 품어야 한다고 배우기 때문입니다.
최: 또 하나 현장에서 발견한 위험 요소는 검증되지 않은 폐쇄형 대안학교 문제입니다. 사춘기 아이들을 선교지로 데려가는 것 자체가 정서적으로 쉽지 않은데, 부모들이 사역 때문에 아이들을 한국의 대안학교 등에 두고 선교지로 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일부 대안학교 가운데는 건강하지 못한 신앙 체계나 사이비적 요소와 연결된 곳들도 있었습니다. MK 캠프 등을 통해 그런 사례들이 실제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강: 일부 대안학교 중 기독교라는 이름을 걸고 있지만, 이단 교리를 바탕으로 운영하는 대안학교가 있어요. 그곳에서 MK들이 교육을 받기도 합니다. 상담하다 보면 교회 이름을 여러 번 바꾸며 폐쇄적으로 운영하거나 복음의 개념 자체가 왜곡된 곳, 신사도운동 계열이나 특정 인물의 책을 읽도록 강요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대학가나 청년층을 중심으로 심리검사나 상담을 빙자한 접근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원래 상담과 심리검사는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와 안전한 환경 안에서 진행되어야 하는데, 길거리나 캠퍼스에서 쉽게 접근하는 방식은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MK들은 정서적으로 외롭고 관계적 갈증이 큰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대와 관심을 가장한 왜곡된 공동체에 쉽게 끌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건강한 신앙 공동체와 안전한 돌봄 체계를 미리 연결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7. ‘아빠의 자녀가 아닌 사역 대상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선교 현장에서 ‘사역’과 ‘가족(자녀 양육)’ 사이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최: 목회자와 선교사의 안타까운 공통점 중 하나가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이 없다'는 것입니다. 현장에서는 사역에 몰두하느라 가정 사역을 강조하지 못하고, 자칫 가정 사역을 강조하면 교회의 힘이나 영성이 약해진다고 오해하는 경향마저 있습니다. 선교 현장에서도 가족 공동체의 중요성이 계속 강조되어야 함에도, 막상 부모 교육 세미나를 열면 지원자가 거의 없을 만큼 무관심한 것이 현실입니다. 가끔은 파송 교회가 선교사 자녀들의 국제학교 진학 등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거나, 고난받는 선교사의 이미지만을 기대하다 보니 선교사들이 안식년이나 자녀 케어 등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조차 은근히 요구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한국 교회는 '선교사 개인'을 파송한 것이 아니라 '선교사 가정'을 파송했다는 확고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MK 사역, 즉 가정 사역은 부수적인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선교 사역'입니다.
강: 선교 사역을 이유로 아이를 타 지역 기숙사에 떼어놓거나 덩그러니 남겨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지점에서 정말 치열한 균형이 필요합니다. 부모님들께 자녀들에게 50%의 에너지를 쏟으라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 10~15%라도 자녀에게 온전히 관심을 두고 질문을 던져주기를 바랍니다. 호스텔에서 지켜보면 낯선 한국 땅에서 꿋꿋하게 적응을 잘하는 아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부모와의 끈끈한 관계와 신앙입니다. 반대로 사역이 바쁘다며 자녀를 방치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부모 역할을 하려 들면 깊은 갈등이 생기고, 부모와 관계가 깨진 아이들은 결국 교회마저 떠나며 신앙이 무너지는 결과를 낳습니다. 아이들이 홀로 한국에 와서 낯선 서류를 준비하고 입시를 치르는 과정은 그야말로 '피 터지는' 외로운 싸움입니다. 아무리 바쁘시더라도, 아이가 한국 대학에 진학하는 시기만큼은 최소 6개월이라도 한국에서 함께 지내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또한 아이들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행사에는 꼭!!! 참석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최: 부모님들이 오시지 못해 아이들 가슴에 상처로 남는 그 빈자리를, 안타깝게도 결국 저희 사역자들이 ‘대리 부모’ 역할을 하며 채워줄 때가 많습니다.
한: 사역과 양육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질적인 시간 못지않게 '의도적인 양적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족이 함께 대화하고 소통하는 깊이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부모와의 건강한 소통을 하며 든든한 지지를 받은 아이들은 타문화권에서의 잦은 이별과 상실감을 이겨낼 수 있는 강한 '회복탄력성'을 지니게 됩니다.
9. MK들이 현지에서뿐 아니라 한국에 재입국해서 몸담을 수 있는 안전한 공동체가 필요할 텐데요.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MK네스트가 이를 위해 하는 일은 무엇인지 소개해 주세요.
최: 저희가 10년 주기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케어기버(Care-giver)'로서의 역할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결국 가장 핵심은 귀국 전 철저한 준비와 부모와의 원활한 소통입니다. 고향에 돌아온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 주는 'MK 코리아'나 '호스텔' 같은 MK 공동체가 이 완충 역할을 훌륭하게 감당하고 있습니다. 만약 파송 교회가 이들을 그저 봉사자로 소비하지 않고, 온전히 적응하고 양육 받을 수 있는 따뜻한 환경을 제공해 준다면 아이들이 겪는 문제의 상당 부분이 해소될 것입니다. 이론적인 돌봄도 중요하지만, 부모와의 건강한 관계 그리고 한국 교회의 전인적인 환대라는 통로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MK들이 고국에 돌아올 때 엄청난 힘과 위로를 얻게 됩니다.
강: 교회 차원에서 MK들의 현실적인 필요를 세심하게 살펴주셨으면 합니다. 안식년이나 귀국 시, 선교사 자녀들이 머물 수 있는 거처를 한두 개만 오픈하고 제공해 주셔도 이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처럼 큰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귀국 전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낯선 환경은 두렵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무작정 아이를 학교로 내몰지 말고, 한두 달 정도는 온 가족이 함께 머물며 문화 적응 기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대중교통도 이용해 보고 그 한국 문화도 맛보면서 ‘이곳은 안전한 곳이다’라는 심리적 확신을 심어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10. 낯선 타문화권이나 열악한 선교 현지에서 아이들이 겪는 말 못 할 상처나 충격적인 사건들도 많을 텐데요. 사역자로서 상담하며 접하신 가슴 아픈 사례들이 있다면요.
강: 선교지에 도착한 바로 다음 날, 부모의 사역 일정 때문에 현지 학교에 덩그러니 던져지듯 간 친구가 있었습니다.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아 화장실을 찾지 못했고, 결국 바지에 실례를 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낯선 선교지에서 부모님이 얼마나 힘들어하시는지 눈에 빤히 보이니, 아이는 그 끔찍한 수치심과 충격을 부모님께 끝내 말하지 못했습니다.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그 상처가 잊히지 않아 가슴에 맺혀 있습니다.
가장 뼈아픈 것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상담을 하다 보면 정말 상상조차 하기 힘든 끔찍한 일들을 겪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부모님은 가해자 가족이나 현지 교회와의 얽힌 관계, 그리고 자신의 사역에 차질이 생길까 두려워 가해자에게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오히려 가해자를 두둔하며 피해자인 자녀에게 “그 아이에게도 복음이 필요하다”거나,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라며 내 아이의 고통보다 선교 사역의 필요에만 꽂혀서 자녀의 피해를 해석하는 일입니다.
현지에서 단기팀이나 현지인에게 추행, 성폭행을 당하는 경우를 가끔 이야기 듣게 됩니다. 이럴 때 자녀 등 피해자를 탓하기보다 위급한 상황이고, 아이에게 트라우마가 될 상황에서는 먼저 아이의 마음을 돌아봐주시고, 무조건 아이 편이 되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어떤 사건은 누구의 탓도 아니고 더군다나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는 위로가 필요합니다. 어떤 위기 상황도 가족이 하나 되고 위로하며 서로 세워가면 극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크리스천이기 이전에 부모입니다. 아무리 중요한 사역일지라도, 내 아이의 찢어진 아픔을 최우선으로 품고 대변해 주는 것이 부모의 가장 마땅하고도 중요한 책무라는 걸 잊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11. 마지막으로 MK 네스트가 다가오는 여름에 준비하고 있는 사역 계획, 그리고 선교사 부모님들과 한국 교회에 마지막으로 꼭 남기고 싶은 당부의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최: 선교 현장에서는 사역에 쫓기다 보니 부모와 자녀가 특별한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는 가족이 온전히 함께하며 관계를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둔 특별한 일정을 준비했습니다. 현재 20여 가정이 등록한 상태이며, 홈스테이 및 3박 4일 한국 여행을 진행하며 정서적 교감과 문화 적응의 시간을 가집니다. 이후 4박 5일간 심도 깊은 ‘주제 캠프’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모든 여정은 마지막 날에는 서울의 이수 방주교회에서 다 함께 어우러지는 ‘캠프 콘서트’를 열고, 이 시간을 통해 가족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다시 든든하게 세워지는 시간을 준비 중입니다.
한: 한국 교회와 파송 단체에 간곡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MK 사역은 결코 ‘부수적인 사역’이나 곁가지가 아닙니다. 이 아이들은 그 자체로 너무나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들입니다. 선교사 부모와 파송 교회, 그리고 선교 단체 모두가 MK 사역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선교지에서 자녀 양육과 관련된 여러 이슈가 발생했을 때, 방치하거나 숨기지 않고 공동체가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 나간다면 아이들의 회복탄력성은 눈에 띄게 좋아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MK 사역의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동역자는 바로 '부모님'입니다. 선교사님들이 사역자이기 이전에 부모로서 적극적으로 MK 사역자들과 동역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강: ‘가정 사역은 곧 선교입니다.’ 부모님들은 선교지 영혼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지만, 정작 내 품에 있는 내 자녀에게도 예수의 복음과 사랑이 너무나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삶을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자녀는, 결국 부모님의 뒷모습과 삶의 태도를 통해 예수님을 보고 듣고 배웁니다.
지금, 내 자녀의 얼굴을 온전히 바라보고 계신가요? 거창한 시간을 내라는 것이 아닙니다. 단 하루 5분이라도 좋으니 하던 일을 멈추고 내 자녀의 눈을 맞추며, 아이의 얼굴에 온전히 집중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거기가 바로 우리의 진짜 선교가 시작되는 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