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지 못한 이야기”···MBC, 탁명환 피살사건 다시 꺼낸다
탁지일·탁지원·탁지웅 삼형제의 외침 “배후는 따로 있다”, MBC 2부작 '사이비헌터' 특집 방영
MBC가 2부작 특집 다큐멘터리 ‘사이비 헌터’를 통해 대한민국 종교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인 고 탁명환 소장 피살 사건을 심층 재조명한다. 이번 방송은 2026년 5월 19일(화)과 26일(화) 양일간 밤 9시에 시청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이번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은 영화 ‘사바하’에서 배우 이정재가 연기한 ‘박목사’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다. 바로 국제종교문제연구소 탁명환 소장이다. 그는 통일교, JMS, 신천지, 구원파 등 신흥 종교들의 비리를 세상에 알린 국내 1호 종교 연구가이자 저널리스트였다. 활동 당시 그는 약 70여 차례에 달하는 테러와 암살 위협에 시달렸다. 차량 폭발과 납치 등 죽음의 문턱을 수없이 넘나들며 매일 유서를 품고 살았던 그는, 결국 1994년 2월 18일 자택 복도에서 괴한의 칼날에 생을 마감했다.
당시 범인으로 검거된 사람이 있었다. 당시 대성교회(현 평강제일교회) 박윤식 목사의 운전기사였던 임홍천 씨다. 탁소장 피살사건과 관련 임 씨는 끝까지 ‘단독 범행’을 주장했다. 당시 살인 배후로 지목된 박윤식 목사는 임 씨가 구속되던 날 미국으로 출국했고 3년 후 귀국했을 때는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임홍천 씨의 단독범행으로 마무리된 이 사건은 MBC에 의해 다시 한번 재조명된다. 제작진은 2026년 취재 과정에서 충격적인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출소한 임 씨가 과거 교회 측에 “진실을 폭로하겠다”며 금전을 요구했고, 실제로 돈이 건네졌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이다. 이는 유가족인 세 아들(탁지일 교수, 탁지원 대표, 탁지웅 신부)이 30년 넘게 외쳐온 ‘조직적 배후설’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단초가 될 전망이다.
방송을 앞두고 MBC를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이 제기된다. 신청인은 총 3인이었다. 박윤식 목사의 아들, 평강제일교회 측, 그리고 임홍천 씨다. 이들은 제작금지 및 방송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으나 2026년 5월 6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종교 활동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를 알리고 주의를 촉구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세 건의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이번 다큐멘터리는 MBC로서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탁 소장은 1994년 MBC ‘PD수첩’에 출연해 사이비 비리를 폭로한 지 불과 사흘 만에 목숨을 잃었다. 당시 제작진은 그의 영정 앞에서 끝까지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사이비 헌터’ 제작진은 “어떤 의미에서는 이번 다큐가 30년 전 ‘PD수첩’이 미처 끝내지 못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출은 MBC ‘PD수첩’ PD이자 진행자 출신 서정문 PD가 맡았다. 서 PD는 “취재 중 나와 가족이 위협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 순간 탁명환 소장이 매일 어떤 심정으로 살았는지를 몸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이비 헌터’는 사이비 종교의 폐해와 맞서 싸운 ‘헌터’의 시선으로 접근했다”며 “어두운 살인 사건을 다루면서도 경쾌한 활극적 요소를 함께 담았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제작사 키이스트와 공동 제작한 이번 다큐는 탁 소장의 긴박했던 활약상을 감각적인 재연과 방대한 취재 아카이브를 결합해 활극적인 문법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사이비 헌터’ 1부는 오는 19일 밤 9시 MBC에서 방영된다.
아버지를 잃은 세 아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사이비 종교 문제에 맞서는 길을 택했다. 첫째 탁지일 교수는 목사이자, 부산장신대 교수, 둘째 탁지원 소장은 탁 소장이 세운 ‘현대종교’의 대표이자 ‘국제종교문제연구소’ 소장이다. 셋째 탁지웅 신부는 일본에서 성공회 신부로서 헌신 중이다. 세 형제는 아버지를 살해한 임홍천 씨에게 사형이 구형됐을 때 두 차례에 걸쳐 감형 탄원서를 제출했다. “그를 살려야 진실이 밝혀진다”는 이유에서였고, 결국 재판부는 임홍천 씨에게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임홍천은 30년 동안 침묵을 유지했으며, 세 아들은 줄곧 탁명환 소장 살해사건에는 배후 세력이 있다고 지속해서 주장해 왔다. 이번 MBC의 방영은 탁 소장 살해 사건의 배후에 조금더 다가갈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