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습사기’혐의로 복역 중 사망한 교주의 집회, 판 깔아주는 경찰
집시법 뒤에 숨은 기계적 법 집행···성도들의 ‘예배권’은 누가 보호하나?
1976년 2월 28일, 서대문형무소에서 상습 사기 혐의로 복역 중 사망한 인물을 ‘재림 예수’라 주장하는 집단이 서울 대형교회 앞에서 순회 집회를 벌이고 있어 논란이다. 다른 날도 아니고 부활절을 앞두고 진행 중이다. ‘재림예수교천국복음전도회(구인회 측)’ 신도들은 2026년 3월 22일 사랑의교회와 온누리교회, 26일 오륜교회와 명성교회 앞에서 집단 시위를 했다. 이들은 다가오는 4월 5일 부활주일에도 여의도순복음교회 앞에서 집회 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지점은 공권력의 기계적인 법 집행이다. 대한민국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의 신고제 원칙을 내세워 종교 시설의 예배권 침해가 명백히 예상되는 상황임에도 집회 신고를 받아줬다. 부활절은 기독교 최대 절기인데도 이런 기독교의 정황은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오륜교회의 경우, 집회 장소를 교회 정문 바로 앞으로 지정한 신고를 그대로 수용했다. 타 교회의 경우 정문에서 일정 거리를 두게 하거나 도로 건너편으로 장소를 지정한 것과는 대조를 이뤘다.
이로 인해 오륜교회 성도들은 예배당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과거 사법당국에 의해 상습 사기 혐의로 구속됐다가 사망한 인물의 사진을 '재림 예수'로 마주해야 하는 당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 게다가 시위대는 사진만 걸어 놓은 게 아니었다. “한국 교회는 회개하고 재림 예수를 영접하라”, “목사·신부들 따라가면 심판받고 지옥 간다”는 폭언과 비난을 들어야 했다. 다행히 성도들의 성숙한 태도로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와 예배의 자유는 심각하게 저해받았다.
경찰은 이런 집회를 막을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집회와 시위와 관련한 법은 헌법 제20조에서 보장한 종교의 자유와 그에 속하는 예배를 방해받지 않는 범주에서 허용되는 것이어야 한다. 집시법 제8조에 ‘다른 사람의 주거지역이나 이와 유사한 장소로서 집회나 시위로 재산 또는 시설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사생활의 평온(平穩)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집회나 시위의 금지 또는 제한을 통고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경찰이 양자간 충돌이나 갈등, 평온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는 얼마든지 집회를 금지하거나 장소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미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사법적 판단을 받아온 인물을 신격화하고, 이를 선전하기 위해 타 종교 시설의 정문 바로 앞에서 시위를 하는 행위는 정당한 의사 표현의 범위를 넘어선 ‘도발’에 가깝다. 이러한 집회를 교회 정문 바로 앞에서 하겠다고 신고한 것을 그대로 허용한 것은 경찰이 집시법이라는 미명 아래 오히려 종교 간 갈등을 부추기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시위대의 집회의 자유가 소중한 만큼, 성도들이 방해받지 않고 예배를 드릴 권리 또한 국가가 보호해야 할 헌법적 가치다. 경찰은 이제라도 단순한 사후 중재를 넘어, 갈등이 예견되는 집회에 대해 장소 이격이나 소음 제한 등 엄격하고 세심한 행정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다가오는 4월 5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앞에서도 구인회측 신도들이 시위를 예고하는 중이다. 정확한 집회 장소가 어디인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공권력의 방관 속에 성도들의 예배권이 침해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법 집행의 공정함은 기계적인 허가가 아니라, 서로 다른 기본권이 충돌할 때 그 사이에서 합리적인 균형을 찾아내는 데 있음을 경찰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