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시대, 기독교 사학이 다시 희망이 되자”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 140주년 기념 비전선포식···“AI 시대, 스승의 귀환 절실”
140여 년 전, 이 땅에 근대 교육과 대한민국 현대화의 씨앗을 뿌렸던 기독교 사학들이 다시 한번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밝히기 위해 뭉쳤다. 사학법인미션네트워크(사미네, 이사장 이재훈 목사)가 주최하고 중앙기독학교(이사장 김요셉 목사)와 원천침례교회(이계원 대표목사)가 주관한 2025 사학미션콘퍼런스 현장은 입시 경쟁과 성공 지상주의에 멍든 교육 현실을 넘어, ‘진리’와 ‘생명’의 가치를 되찾으려는 기독교 사학 관계자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위대한 유산, 담대한 도전’을 주제로 원천침례교회 아엠센터에서 2025년 12월 4일 열린 이번 콘퍼런스는 예배뿐 아니라 교육관련한 강연에 이어 잔잔한 가야금 공연, 힘찬 태권도 격파, 열정적 두드림(난타), 장엄한 애국가 제창과 비전 선포식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2025 사미네 콘퍼런스는 참석자들에게 마치 웰메이드 드라마 한 편을 보는 듯한 큰감동을 안겨 줬다.
사학미션콘퍼런스의 문은 예배로 열었다. 고명진 목사(수원중앙침례교회, 예닮학원 이사장)는 사사기 2장 10절을 본문으로 한국 교회의 아픈 현실을 꼬집었다. 고 목사는 “여호수아 이후 사사 시대에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다른 세대’가 일어난 것은 배우는 자들 입장에서는 ‘공부를 안 해서’, 가르치는 자들 입장에서는 ‘교육 실패’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는 학생들이 ‘다른 세대’(another generation)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책임지는 ‘다음 세대’(Next Generation)가 되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목사는 “기독교 학교는 단순한 윤리 도덕을 넘어 복음을 가르치고 거듭난 생명을 길러 내야 한다”며 “성경적 가치관으로 시대를 시원케 하는 거룩한 발자취를 남기자”고 도전했다. 예배의 기도는 한지민 교장(경신고), 성경봉독은 장운석 목사(배재고 교목)가 맡았고 김종준 목사(사미네 이사, 꽃동산교회)가 축도했다.
콘퍼런스의 환영사를 전한 이재훈 목사(사학미션 이사장, 온누리교회)는 “사람들이 미래예측을 하기 위해 애쓰는데 가장 확실한 미래 예측은 현재 교육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며 “사미네의 설립 목적은 기독교학교들이 정체성과 소명을 확인하고 헌신하도록 돕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또한 “지난 50년간 이어진 평준화 교육이 기여한 바도 있지만, 이제는 획일화된 시스템을 넘어 ‘평준화 2.0’ 시대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변화는 정치가가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물방울 하나가 바위를 깨뜨리듯, 우리의 작은 몸부림과 기도가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새롭게 할 것입니다. 우리가 먼저 모델을 보여주고 변화를 이끌어냅시다.”
한기채 목사(중앙성결교회 담임, 서울신대 이사장)는 “140여 년 동안 기독교 사학이 대한민국 사회를 이끄는 큰 역할을 감당해왔다”며 “이 때문에 세계가 주목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었는데 이제 오대양 육대주로 한국형 기독교 사학이 재현돼 나가길 기대하고 이 자리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축사했다. 이후 정계·교육계 인사들의 강연이 이어졌다.
조정훈 의원(국민의힘, 국회교육위원회 간사)은 첫 발제에서 “오늘의 교실은 내일의 세상”이라고 전제하며, 기독교 교육이 지향해야 할 핵심 가치로 ‘교육 약자’를 위한 포용과 ‘팔로워십(Followership)’의 회복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의 기독교 학교들이 의대나 법대 진학 같은 입시 결과만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며 “예수님이 다시 오셔서 학교 교육을 한다면 어떤 고민을 하실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특히 조 간사는 수능을 치르지 않는 25%의 학생들과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인생을 설계하는 청년들을 언급하며, 입시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기독교 마이스터고 설립 등 구체적인 대안 교육이 필요한 때라고 제안했다. 그는 AI가 지식을 대체하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리더십보다 “동료 시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능력”과 팀플레이를 즐기는 팔로워십이라며, 기독교 교육이 비신자들에게도 박수받을 수 있는 사회적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헌법 테두리 안에서 사학의 건학 이념이 자유롭게 구현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대한민국 미래 교육의 새로운 길’을 제목으로 발제했다. 그는 “기독교 사학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이라며 한국 근대사 속 미션스쿨의 선구적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정치가 ‘위로부터의 변화’라면 교육은 ‘안으로부터의 지속 가능한 변화’라고 정의하며, 경기도의 교육은 물론 대한민국이 나아갈 본질적인 교육의 방향으로 ‘올바른 인성’과 ‘탄탄한 기초 역량’의 조화를 제시했다.
임 교육감은 인성이 단순히 착한 성품을 넘어 "다른 생각을 하는 타인과 협력하며 함께 살아가는 능력"임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책상 앞 공부 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단체 체육, 봉사활동 등 협동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김포 지역의 사례를 들며, 아침 체육 활동 등을 통해 학교 폭력이 과격화되지 않고 학생들의 주도적인 생활 태도가 형성되는 등 교육 현장의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한민국 근대화와 현대사는 기독교 사학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교육의 본질은 결국 ‘인성’이며, 기독교 사학이 그 중심에 서 달라”고 당부했다.
미래 교육에 대한 통찰도 이어졌다. 염재호 총장(태재대)은 ‘AI 시대 한국교회와 기독교학교’라는 제목으로 발제하며 “미션스쿨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가능했다”며 사학의 건학 이념을 훼손하는 획일화된 규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습니다. 그는 AI가 노벨상을 휩쓸고 전문직의 영역까지 대체하는 '특이점'의 시대가 왔다고 언급하며, “이제는 정답을 잘 맞히는 학생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던지는 호기심 많은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 총장은 대학과 교회가 동시에 소멸 위기를 겪는 현실을 지적하며,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닌 학생의 삶을 보듬는 ‘스승 귀환’의 시대가 도래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두 사람과 관련한 일화를 소개했다.
“중학생 때 영어 선생님이 있었어요. 뭐를 가르치셨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제가 아플 때 양호실에 데리고 가서는 ‘내 아들이니 잘 돌봐 주세요’라고 하시는 거예요. 선생님이 주신 그 감동은 대학 총장이 된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고등학생이 돼서는 학생들이 담배 피우고 말썽 피우다 걸려 학교에서 잘리는 일도 있었어요. 그때 교목이신 목사님이 퇴학당하는 아이들이 있으면 학교측에 ‘절대 그러지 말아달라. 교육이 그렇게 쉬우면 누가 못하겠느냐.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같이 고민하자’고 하셨어요. 아이들에게 진짜 마음을 나눠 주고 사랑과 신뢰를 갖고 가르치는 참 스승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AI시대가 될 수록 참스승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발제 후에는 2부 순서 중 하나로 기념 만찬이 있었다. 중앙기독학교 식당에서 준비한 해물찜, 연어 샐러드, 갈비찜 등으로 풍성한 식탁교제를 한 다음 아엠센터에서 다시 2부 행사를 진행했다.
2부 행사의 축사를 한 오정호 목사(새로남교회, 새로남학원 이사장)는 “다음 세대가 진정한 미래의 주역(Next Generation)이 되길 소망한다”며 “이번 사학 미션 네트워크의 모임이 단순한 동맹이 아닌 끈끈한 '혈맹'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또한 오 목사는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신 은총의 계절에 수원에서 열린 이번 콘퍼런스가 다음에는 대전에서 열리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교진 교육부장관은 "지난 140년간 지식 전달을 넘어 인성 교육과 대한민국의 민주화·인권 운동에 지대한 공헌을 한 기독교 사학 관계자들께 깊이 감사한다"며 “현대 한국교육은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도 아이들을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내몰고 있는데 이제 인공지능시대를 이끌 미래 세대가 되도록 교육에 대한 고민을 더 깊이 해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AI 시대를 이끌 미래 세대를 위해 단 한 명의 아이도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국가 책임을 강화하겠다"며 “오늘 이 자리가 기독교교육의 철학과 대한민국 교육 미래의 비전을 보는 자리이고 2부 순서에 아이들 공연이 있다고 해서 끝까지 참석하겠다”고 관심을 드러냈다.
사학미션콘퍼런스의 백미는 예배와 발제를 뛰어넘어 뭉클한 감동을 주는 공연이었다. 부드럽고 잔잔한 가야금으로 학생들이 사명(주님이 홀로 가신 그 길 나도 따라가오)을 연주했다.
‘두드림’ 팀의 난타 공연이 시작되자 장내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강렬한 고음의 태평소 소리, 묵직한 북소리가 강렬하게 어울러지는 가운데 ‘대~한민국’ 응원가가 펼쳐졌고 학생들은 태권도 격파 시범과 함께 태극기를 휘날리고 화려한 부채춤을 선보였다. 공연한 학생들은 다 같이 모여 애국가를 제창했다.
합창단의 “대한이 살았다”는 압권이었다. 유소년들의 청아한 목소리와 청년들의 강력한 중저음과 고음이 어우러져 청중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이후 K-POP 댄스, 중앙기독학교 학생들의 경쾌한 합창이 끝나며 공연에 참석한 모든 학생들이 무대에 등단해 한국대학생선교회 설립자 고 김준곤 목사가 작시, 이성균 씨가 작곡한 CCM ‘그리스도의 계절’을 불렀다.
합창 후 김은호 목사(오륜교회 원로, 영훈학원 이사장)가 등단해 “아름답고 멋지고 위대하고 의미있는 공연이었다”며 “준비해 주신 학생들과 선생님 등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교육현장이 어둡고 우리가 넘어서야 할 벽들이 높지만 많은 지도자들이 도와 주신다면 슬로건처럼 새롭고 위대한 역사를 이어가게 될 것이다”며 “당당하게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우리 삶의 현장, 교육의 현장 속에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역사가 이뤄지길 소망한다”고 격려사를 전했다.
이후 학생대표, 선생님 대표 등이 등단해 비전선포식을 거행했다. 이날 행사의 마침표를 찍은 김요셉 이사장(중앙기독학교)은 “오늘 학생들이 부른 애국가의 곡조는 본래 스코틀랜드 민요 곡조에 맞춘 찬송가였다”고 상기시키며,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은 140년 전 오산학교를 세운 남강 이승훈 장로, 대성학교를 세운 도산 안창호 선생이 건넨 '교육 구국'의 바통을 이어받은 주역들"이라고 치하했다. 김 이사장은 ”옥고를 치르면서도 무궁화 확산 운동을 펼친 남궁억 목사와 7개의 기독교 학교를 설립한 한경직 목사의 교육에 대한 일념은 현재의 기독교 사학으로 이어졌고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선교사들이 학교를 세우는 역사로 계속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목포, 벌교 등 먼 곳에서 12시간을 달려온 교사들과 학교의 생명줄을 지탱하는 학부모들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며 ”폭설로 귀갓길이 험난한 상황일 텐데 불평이 아닌, 나라와 다음 세대를 위한 기도의 시간으로 채워달라"고 당부했다. 이어지는 통성 기도와 축도를 통해 그는 "우리 자녀들에게서 복음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고, 하나님을 모르는 세대가 일어나지 않고 주님을 경외하는 세대가 일어나도록 지켜달라"고 호소하며, "제2의 도산 안창호, 제2의 한경직이 배출되는 거룩한 현장이 바로 기독교 학교가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염원했다.
한편 2025 사미네 콘퍼런스에는 기사에 언급한 인사 외에도 오세훈 서울시장, 박찬대·박홍근·송기헌·김영호·김준혁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 김기현·윤상현·조정훈·김대식·김용태·서지영·정성국 의원(이상 국민의힘), 강경숙 의원(조국혁신당)이 축사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