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어학원 원어민 강사 신천지 신도 의혹

익명의 제보자 “성경을 비유로 보고 요한계시록 알아야 구원받는다” 주장했다

2020-06-14     정윤석 기자

학원측 “제보자의 주장일 뿐 신천지 신도인 증명 없어···경찰 고소 결과 기다려야”

서울의 유명 어학원의 원어민 강사가 신천지 신도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기포스(기독교포털뉴스 www.kportalnews.co.kr)는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익명의 제보자를 2020년 5월 1일 만났다. 이 제보자는 “Tandam이라는 언어교환 앱을 통해 한 남자를 알게 됐고 그와 사귀게 됐다”며 “그 사람은 유명 어학원의 강사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와 만나면서 이상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신천지 신도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유명 어학원의 원어민 강사

“자신이 다닌다는 교회 신도랑 하루 종일 카톡, 문자, 전화로 업무보고하듯 연락했어요. 내가 좋아하는 교회가 있는데 그곳의 리더를 ‘이리 옷을 입은 거짓 선지자’라고 쉽게 정죄하더군요. 사귀던 초반부터 자기가 신학 코스 6개월을 들어야 한다고 했고, 테스트가 있다면서 신학원을 가야 한다는 거예요. 월화목금은 아침 일찍 학원 수업을 하고 쉬는 시간을 이용해 신학원을 갔다가 다시 학원 수업하러 갈 정도로 열정적으로 다녔어요. 데이트를 할 때도 신학원을 들렀다가 왔구요. 교회에 다니는 나를 지지하기보다 ‘네가 모르는 진실과 천국의 비밀을 알려 주겠다’, ‘마지막 때에는 요한계시록을 알아야 구원을 받는다’며 맨날 입으로 truth, truth를 입에 달고 살았어요.”

제보자가 본사에 보낸 메일

그는 성경은 비유로 풀어야 한다든가, 세상은 어둡고 잘못됐으며, 세상에 제대로 된 교회가 없지만 자신은 진리의 교회를 다닌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한다.

제보자가 본사에 보낸 메일

진리를 말하면서도 그는 전도 대상을 정해 놓고 움직였다고 한다. 제보자는 이 원어민 강사가 “남자·북미·유럽·흑인 여성들은 너무 완고해 그들과 대화하는 건 시간 낭비”라며 “학원 학생들, 특히 젊은 여학생들 위주로 카톡을 추가해서 사적인 대화를 하는 거 같았다”고 지적했다.

이 제보자는 “신천지 신앙을 외국인이 직접 포교하는 사례는 아직까지 알려진 적이 없는 거 같다”면서 “원어민 어학 강사를 통해서도 신천지가 전파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이 강사와 제보자가 교제하던 기간, 이 제보자는 “지옥처럼 힘들었다”고 말한다. 종교 규율을 강요하며 어떤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늘 정죄를 당했다고 주장한다. 제보자는 신천지 의혹 신도가 “너는 잘못된 기준을 갖고 있다”며 “아직 고쳐지려면 멀었다”고 비판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심지어 헤어지던 날에도 “너는 잘못된 점을 고쳐야 한다”며 “나만이 너를 인도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를 사귀던 기간, 정말 환자가 된 느낌이었다고 한다. 만날 때는 물론 헤어지고 나서도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제보자는 “다시는 나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신천지는 한국인만이 아니라 외국인까지 활동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유념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원어민 강사 신천지 신도 의혹’에 대해 해당 어학원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혀 사실 무근이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천지 의혹을 제기하려면 타당성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내가 보기에 당사자들간에 교회 얘기를 주고 받은 것을 신천지라고 몰아가는 것으로 보였다”고 반박했다. 어학원 관계자는 “원어민 강사가 만일 신천지 관련 활동을 했다면 여러 의혹이 제기됐을 텐데 유일하게 단 한사람을 통해서만 문제제기가 되고 있다는 점도 이상하다”며 “종교적 문제 외에도 강사를 문제 삼았는데 그 사항은 전혀 사실 무근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 문제로 강사가 너무 힘들어 해 의혹 제기자를 경찰에 고소했다”며 “7월 경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니 그때까지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제보자가 제공한 원어민 강사와의 카카오톡 문자. 하얀바탕의 문자에서 어학원 강사가 자신이 어떤 과정을 밟고 있다며, 그 과정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해서 자신의 대부분의 시간을 써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일주일에 4번, 매회 3시간씩 6개월 동안이라고 밝히고 있다. 신천지 센터 시간과 비슷하다. 

한편 신천지문제전문가들은 외국인 신천지 신도들의 포교활동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충일 전도사(안산 상록교회)는 “신천지 소속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활동하는 사례는 아직 들어본 바가 없다”며 “만일 활동을 한다면 ‘설마 신천지일 리가 있나’라며 의심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전도사는 “신천지 신도들이 특화된 신분을 이용, 영어공부를 매개로 접근한 다음 전도대상자의 정보를 신천지 전도에 악용할 가능성은 있다”고 지적했다.

서민준 간사(구리이단상담소)는 “2014년 이후부터 신천지 국제부가 본격적으로 외국인 포교에 집중했다”며 “SMC(신천지 다문화 센터), 신천지 봉사단체, 플립마켓을 통해 외국인들이 신천지 신도가 된 사례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서 간사는 “외국인들이 한국인을 상대로 영어공부를 시키다가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이면 ‘나는 크리스천인데, 한국의 아는 목사님이 정말 성경을 잘 가르쳐 주신다’고 소개하며 신천지 복음방으로 유도하는 경우가 있다”며 “몰몬교처럼 정장입고 다니는 외국인만 가려내는 정도로는 신천지의 전도법을 당해낼 수 없다”고 경고했다.

제보자가 제공한 카카오톡 문자. 하얀바탕의 문자에서 신학 과정을 밟을 것이라는 신천지 의혹 원어민 강사

특히 서 간사는 기자가 보여준 신천지 의혹 원어민 강사와 제보자 간에 주고 받은 파일을 확인하고 몇 가지 미심쩍은 점을 지적했다. 서 간사는 △진실을 말해주겠다면서 신학을 한다고 말한 점 △신학 공부 시간이 신천지 센터 시간과 비슷한 점 △재림에 대해 말하면서 올바른 장소로 너를 이끌겠다고 한 점 △특정 교회에 대해 양의 옷을 입은(이리와 같은)교회라고 비난한 점은 신천지이거나 아니면 어딘가 이상한 데 빠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신학과정을 밟는다는 원어민 강사가 문자에서 좋은 교회를 찾는 게 매우 어렵다며 불행하게도 많은 교회가 좋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은 그것을 깨닫기 전에 6개월 동안 교회를 다녔다고 문자를 했다. 그가 신학을 어디서 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