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사도에 빠져 노예처럼 지낸 봄은 잔인했다

하나님의 음성 악용한 사이비에 휘둘려 한달만에 400만원 바친 청춘

2017-04-10     정윤석
▲ 현지는 직통계시자를 찜질방에서 처음 만난다(사진, 기사내용과 무관)

하나님의 음성(소위 직통계시로도 불리지만 신앙생활 현장에서 ‘하나님의 음성’으로 포장되기 때문에 이 용어를 선택합니다: 편집자주)을 듣는다는 사이비 행위자들에게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기독교 출판사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방법에 대한 책을 내고 일부 치유사역자들이 이에 대한 강연까지 하는 현실이다. 성도들은 ‘하나님의 음성’을 매우 신령하게 생각한다. 신비한 주님의 역사로도 이해한다. 그러나 실제로 신앙생활 현장에서는 심각한 문제를 낳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음성’ 듣기의 심각한 위험성과 문제점에 대해서는 어떤 가이드 라인도 제시하지 않는 상황이다. 가이드 라인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상상 못할 육체적, 정신적, 물질적 피해가 있다는 점도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기자(기독교포털뉴스 www.kportalnews.co.kr)는 2017년 4월 3일 또다시 이런 유형의 사이비를 만나 피해를 당한 신도를 만날 수 있었다. 여기 그 접근법, 말하는 유형(직통계시자들은 비슷한 패턴으로 상대를 미혹한다), 사이비에 빠진 후의 삶을 기록한다.

하나님의 음성을 빙자한 사이비, 어떻게 만나게 됐나?
피해자는 서울의 모 대학 3학년 송현지 학생(21세, 가명)이다. 지방에서 올라와 공부를 하면서 방학 중 친척집에 기거하는 게 부담스러원던 현지는 찜질방에서 잠을 자곤 했다. 서울 명동에 위치한 찜질방에서 지내던 2월 초순이었다. 그날은 찜질방에서 지내다 어떤 아주머니와 말다툼을 하게 됐는데 그 다음날 생판 모르는 아주머니가 “자매, 어제 여기서 싸웠지?”라고 말을 걸어왔다.

“어떻게 아셨어요?”
“하나님이 알려 주셨어. ‘하나님이 자매에게 들려주실 말씀이 있으시다고 해.” 이게 대화의 시작이었다. 그는 “최순실 사건은 하나님께서 이 나라가 부패한 것을 보여 주신 사건이다”며 “하나님께서 전쟁을 일으키셔서 썩어가는 이 땅을 척결하시고 대환난을 일으키신다”고 말했다. 전쟁과 환난이 다가올 것이니 성도들은 하루 빨리 회개하며 신부단장을 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 강도영(가명, 55)은 하나님께서 마지막 때에 세우신 히든카드이며 주님이 세우신 사도라는 것이었다.

현지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교회를 다녔다. 특히 중고생 시절에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며 예언하고 투시한다며 치유상담을 하는 교회를 출석했다. 당시 그 목회자의 예언 사역에 현지는 신기함을 느꼈을 때다. 말하지도 않은 속마음을 알고 예언해 주는 그 목회자의 사역을 성령의 역사라고 생각해 왔었다. 결국 아빠 승호가, ‘예언하는 교회는 거짓이다’라고 해서 다니던 교회를 떠나긴 했지만 현지의 마음에는 예언사역에 대한 신기함을 갖고 있었다.

찜질방에서 만난 50대 초반의 여자 강도영의 주장, 지금 이 나라가 겪는 환난은 주님의 심판이라는 해석에 현지는 미혹당했다. 전쟁이 터질 것이니 신부단장을 해야 하고 깨어 기도해야 한다 말에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만난 다음날 “아빠가 고향으로 내려오라고 해서 가야 한다”며 현지는 강남 고속터미널로 간다. 여기까지 따라간 강도영은 현지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심어주기 시작한다.

“현지 자매, 나를 만난 건, 하나님께서 자매에게 영복을 주시려는 거야. 지금 고향으로 내려가면 이 복을 놓치는 거라고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자매가 천국백성이 돼서 복을 받아야 하는데 그걸 방해하는 세력들이 많이 나타날거야. 집에 가지 말고 지금 나랑 함께 있자. 주님께서 자매에게 해줄 말씀이 있으시대.”

강도영은 ‘주님이 해주실 말씀이 있다’는 말로 현지가 고향에 내려가려는 계획을 포기하게 만든다. 30분만 만나자던 만남은 이후 한달 간 지속적으로 찜질방, 모텔, 기도원을 전전하며 노예처럼 지내는 날의 시작이 됐다. 다시 만난 첫날 현지는 강도영에게 머리를 내밀고 안수를 받는다. 강도영은 이렇게 기도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초림 때, 하나님께서는 세례요한을 미리 보내셔서 주님 오실 길을 예비하셨다. 내가 이 때에 사도로 세워진 것은 주님의 재림의 때가 가까웠다는 의미다, 엘리야 시대에 3년 6개월 동안 비가 내리지 않은 것처럼 한국교회는 영적 가뭄상태다. 한국교회가 하나님보다 사랑하는 게 많기 때문에 하나님은 한국교회로부터 등을 돌리셨다고 한다. 주님이 한국교회의 성전 문을 닫아버리고 싶다고 하신다. 현지야, 하나님은 부패한 한국교회를 떠나셨으니 성령님은 오직 나와 함께 하신단다. 그래서 나를 통해서만 기름 부음을 받을 수 있단다.”

▲ 직통계시자와 자주 함께 했던 OOO기도원(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마태복음 25장의 열처녀 비유도 얘기했다.

“열 처녀 중 다섯 처녀가 등은 준비했는데 기름은 가지지 않았잖아. 기름이 없으면 기름 파는 자에게 사러 가야 하는 거야. 기름 파는 자에게 사라고 하지 않았느냐? 기름은 성령인데 너도 나에게 기름을 사야 한다,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이다. 밭에 묻힌 보화는 내 전 재산을 다 바치고 팔더라도 사야 하는 거다. 나도 처음에 기름부음을 받기 위해 남편의 퇴직금도 바치고 재산도 바쳤어.”

강도영은 종종 자신에게 훈련 받았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을 예로 들며 헌금을 바치도록 명령했다.

깨어 기도하라는 음성 따라 하루 종일 기도·금식하며 노예처럼 생활
이런 얘기를 들으니 현지는 자신도 강도영에게 뭔가 바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천국은 침노하는 자의 것이다는 성경 말씀은 자신이 힘써서 얻어야 하는 무엇으로 느끼게 만들었다. 열심히 일해서 번 아르바이트비 30만원을 흰 봉투에 담아서 강도영에게 바쳤다.

신부 단장을 위한 갖은 고행은 이제 시작됐다. 강도영은 하나님의 음성을 빙자해 “사랑하는 딸아, 지금은 깨어 기도할 때다! 기도 쉬는 죄를 범치 말라”고 명령했다. 이 음성을 따라 강도영과 함께 있던 1개월 남짓한 동안을 거의 금식 기도를 하며 보냈다. 때론 4일, 5일, 7일을 금식했다. 한달을 같이 지내는 동안 거의 반 이상을 금식한 것이다. 깨어 있으라는 말씀을 따라 잠도 자지 않고 아침 7시부터 새벽 1~2시까지 밥먹는 시간 등을 제외하곤 오로지 기도에 전념해야 했다. 강도영은 현지에게 잠시도 다른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부모가 집으로 빨리 내려오라, 안수 함부로 받지 말아라, 귀신 역사하고 잘못하면 폐인된다는 문자를 보냈으나 강도영은 부모에게서 오는 모든 문자와 전화를 받지 못하게 명령하고 자신에게 보고하게 했다.

돈이 떨어지면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물질을 강도영에게 바쳤다. 금식하면서 택배 분류 작업을 한 적도 있다. 다른 아르바이트는 하루 일당이 6~7만원이라면 택배 분류 작업은 하루 일당이 10만원에 달했다. 그만큼 힘든 일이었다. 택배 분류작업을 밤새도록 하고 나서 생기는 돈은 주님께 즉시 드려야 한다는 강도영의 명령을 따라 그녀에게 바쳤으며 강도영은 자신에게 바치는 게 곧 주님께 바치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자아는 완전히 죽었고 주님이 자기 안에 사셨기 때문에 나를 대접하는 게 곧 주님을 대접하는 것이라는 것이었다.

현지는 기도와 금식과 더불어 아르바이트에 전념한 반면 강도영은 놀고 먹는 생활을 지속했다. ‘내가 제자인 너를 훈련하느라 해산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 머리가 하얗게 된 것은 너를 훈련하느라 단백질이 빠져 나가서다, 이게 다 네 탓이다’ 등 갖은 말을 해서 현지의 헌신을 끌어냈다. 금식중인 현지에게 강도영은 단백질이 빠져 나갔으니 고기를 사오라는 심부름을 시켰다. 고기를 사다 바친 날, 금식하는 현지 옆에서 강도영은 혼자서 맛있게 고기를 뜯어 먹었다. 이외에도 옷, 여성 마스크 팩을 사다 바쳤고 캐피탈 회사를 지명하며 대출을 받아서 자신에게 바치라는 명령에 현지는 장학금 대출을 받아서 강도영에게 바치기도 했다. 학교에서 준 장학금도 자신을 만나서 하나님이 복을 주신 거라는 것이었다. 부모가 보내주는 책값, 용돈, 택배 아르바이트 대금, 모든 게 강도영의 몫이었다. 현지가 한달간 바친 돈이 약 400여 만원에 이르렀다.

▲ 직통계시자의 명을 따라 하나님께서 교회를 심판하시는 것을 묘사해서 그렸다.

그녀의 인도를 따라 안수를 받고 나면 자주 “뭐가 보이느냐?” 환상과 계시를 그림으로 그리며 노예같은 생활을 지속하던 3월 초순, 현지의 삶이 완전히 망가져갈 때, 현지의 아버지가 전화를 했다. 아빠 승호(58세)는 전화로 호통을 쳤다. “현지야, 너 어디서 뭐하고 지내냐? 내가 너를 좀 만나야겠다!!”

서울 고속터미널에서 현지를 한달만에 만난 날 현지의 아빠 승호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다. 얼굴에는 핏기가 없이 피폐했다. 피골이 상접한 상태였다. 현지를 억지로 끌고 집으로 내려갔다. 현지는 내려가면서도 아빠를 향해 성령훼방죄를 지어서는 안 된다고 반항했다. 평소에 강도영은 네 부모가 진리의 길을 가는 것을 부모가 방해할 것이고 그것을 이겨내야 한다고 늘 안수기도를 받으며 세뇌를 했었다. 

강도영은 △아빠가 너를 데려가려는 건 너를 지옥 끌고 가는 거다 △엄마 아빠는 너를 끌어내리고 파멸한 피값까지 물게 될 것이다 △부모가 나를 비난할 때 네가 동조하면 성령훼방죄를 짓는 것이니 동조하지 말아라 △누가 부모형제인가, 주님 뜻대로 사는 우리들이 곧 부모 형제다라고 가르쳤다. 아빠 승호의 손에 끌려 내려가면서도 반항했던 현지의 생각은 강도영과 떨어져 지내며 아빠의 인도를 따라 목회자들과 상담하며 점차 회복되기 시작한다. 수면을 충분히 취했고 밥도 잘 먹기 시작했다.

상담을 해준 목회자들은 ‘하나님의 음성’을 빙자해 물질을 착취하고 가족관계를 끊는 것은 전형적인 사이비 행각이라고 지적했다. 아빠와 함께 지내며 현지의 마음은 조금씩 회복의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현지는 요즘도 노예같은 생활을 하면서 보낸 지난 한달간의 기간을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누더기같은 옷을 입고 허름한 가방을 메고 거처도, 가족도 불분명한 강도영이 말하는 ‘하나님의 음성’에 휘둘려 노예처럼 생활을 한 날이 참담해서다. 지금도 강도영은 찜질방에서, 기도원에서, 아니면 또다른 곳에서 자신이 노예로 삼을, 만만하고 순진한 크리스천을 타깃으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