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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과 개념은 안드로메다로 보낸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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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과 개념은 안드로메다로 보낸거니?
  • 정윤석
  • 승인 2009.01.30 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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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담배를 피울 수밖에 없었다. 아내와의 종교적 갈등 때문에 부부싸움을 계속해오길 2년여.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다. 방금도 아내와 심하게 다퉜다. 이혼하기로 양자 간에 합의까지 했다. 베란다로 나왔다. ‘에휴 내가 왜 사나. 이건 사는 게 아니야. 그래도 예쁜 마누라 얻어서 행복해 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상한 작자를 하나님이라고 믿고 있으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우리들 헤어지면 애들은 어떻게 하지….’ 끊임없는 생각들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베란다에서 습관적으로 담배를 꺼냈다. 끊었던 담배를 새롭게 피우기 시작한 지 1년이 돼 간다. 아내가 그 단체에 빠진 것을 알았던 때와 비슷한 시기에 담배를 다시 물었다.

담배 연기 사이로 지난 일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아내에게 무릎 꿇고 제발 그 단체를 가지 말라고 설득했다. 기존 교회를 가자고 하면 묵묵히 따라다니겠노라고도 했다. 아내는 그러자고 해 놓고도 얼마간 함께 교회를 다니는 척 하다가 몰래몰래 그 단체를 다녔다.

어린 아이들의 입에서 교주의 이름이 언급되기도 했다. 그의 마음은 분노로 차 올랐다. 아내에게 속았던 것이다. 그 단체에 회칼을 들고 찾아갔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야 이 미친××들아! OOO이 하나님이야? 나오라 그래!!!”

온갖 행패를 부렸으나 아내는 돌아서지 않았다. 휘발유를 갖고 가려고 한 적도 있다. 다 태워버리겠다는 것이다.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아내는 꿈쩍하지 않았다. 그도 더 이상 어쩔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 우리들 인연은 여기까지다. 이제 끝내자.”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그는 베란다를 보면서 처량하게 담배를 피웠고 아내는 거실에서 그를 외면하며 여기저기 통화만 하고 있다. 시간이 조금 흘렀다. 베란다 창밖으로 용달 차 한 대가 멈춰 섰다. 그 단체의 남자 신도들 3명이 내렸다. 전에 그 단체에서 난동을 부릴 때 그를 말리던 사람들이다. 낯이 익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것들도 종교인이라고 우리 부부가 헤어진다고 하니까 이혼만은 안 된다고 설득하러 왔나보군. 에휴 피곤해!’

단체 신도 3명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들은 다짜고짜 세탁기로 향했다. 그리고는 코드를 뽑고 세탁기를 들고 나가려고 했다. 부부를 설득하러 온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그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니 당신들 뭐야? 왜 남의 집 세탁기를 들고 가는 거야? 거기 놓지 못해?” 남자 신도들이 오히려 황당하다는 듯 대답했다. “아니 부인이랑 이혼한다면서요! 이혼하면 세탁기는 부인 주기로 했다면서요! 당신 부인이 말했어요. ‘이혼하면 세탁기는 나 주기로 했으니 우리 단체에서 쓰는 게 좋겠다’고요. 그래서 미리 가져가는 거예요.”

그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너희들은 도대체 상식과 개념이란 건 안드로메다로 보낸 거니?’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질 않았다.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에게 이 말을 하면서 그는 “이 단체만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고 말한다. 그리고 ‘도저히 상식이 통하지 않는 단체’로 생각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한다. 물론 그녀의 아내는 지금 그 단체를 나와서 아이들을 잘 키우면서 일반교회에서 신앙생활도 잘 하고 잘 살고 있다. 그 교주를 떠나서도 그녀는 아주 행복하다. 반면 그 단체, 신도들 이혼하는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그렇게 취해간 살림세간, 재산이 또 있겠지? 그들은 과연 그것들로 풍요롭고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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