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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암복지관, 가정당 홍보물 제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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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암복지관, 가정당 홍보물 제작 논란
  • 정윤석
  • 승인 2008.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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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후보 시각장애인용 안내문 점역…"직원이 모르고 계약"

▲ 서울 봉천동에 위치한 예장 통합측 산하 실로암복지관
예장통합(총회장 김영태 목사) 산하 재단 중 하나인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회 소속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실로암복지관, 관장 최동익 목사)이 통일교측 평화통일가정당(가정당)의 점자 홍보물을 제작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본 사이트 <교회와신앙>(www.amennews.com)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실로암 복지관측은 3월 21일경부터 10여 일간 국회의원 후보 130여 명의 점자 홍보물을 제작했다. 후보의 이력을 시각 장애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문자로 된 홍보물을 점자로 번역한 것이다. 이를 점역이라 일컫는다. 문제는 이 중에 30여 명이 평화통일가정당 후보였다는 점이다. 동대문구 을 선거구 박○○, 광양시 선거구 김○○, 익산시 갑 이○○ 후보 등이 포함됐다.

점역 당시 실로암복지관 3층~4층에 위치한 점역실과 출력실은 풀가동 됐다. 관련된 업무를 하는 직원들은 이를 위해 야근과 주일 특근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4.9 총선 기간 전에 점자홍보물을 배포하기 위해서였다.

   ▲ 실로암복지관에서 출력한 점자 홍보물.
어떻게 실로암복지관이 가정당 후보의 홍보물을 점역하게 된 것일까? 점자인쇄 선거홍보물을 실로암복지관에 의뢰한 A사는 “국회의원 점자홍보물은 우리가 직접적으로 국회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영업을 해서 수주를 해 점역하는 곳과 계약을 한 것이다”며 “점역할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있긴 했지만 실력이 좋은 실로암복지관에 넘기게 됐다”고 말했다. A사의 또다른 관계자는 “다른 정당 후보들의 경우 이미 점자 홍보물을 처리한 상황이어서 신생 정당인 통일가정당 후보들을 대상으로 중점적으로 홍보를 하게 됐다”며 “결국 물량 수주도 가정당 것을 많이 하게 됐다”고 밝혔다. 결국 가정당 후보의 것이 상당수 포함된 홍보물을 실로암복지관이 그대로 떠맡은 것이다.

▲ 실로암복지관은 총회 산하 재단인 실로암복지회에 속해 있다(통합측 홈페이지 캡쳐)
그렇다면 이 홍보물 점역 계약 건을 처리한 실로암복지관측 사람은 누구인가? 이 부분과 관련 실로암복지관의 최동익 관장과 A사측은 ‘실무 담당자’라고 밝혔다. 최 관장은 “담당 부서 관계자가 처리한 것이다”며 “(국회의원 후보 홍보물을) 계약했다는 사실 자체는 알았지만 내가 직접 관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최 관장은 “통일가정당이 있는지도, 그 당이 통일교와 관련된 곳인지도 몰랐고 홍보물이 인쇄되는지도 몰랐다”며 “나중에 알고 나서 ‘우리가 이런 곳과 계약하면 안 된다’고 직원들에게 말했다”고 주장했다(인터뷰 참고).

▲ 실로암복지관의 내부도. 점역은 점자도서관에서, 출력은 4층에서 한다(복지관 홈페이지캡쳐)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회의원 후보 홍보물에 통일가정당이 포함된 것을 최동익 관장이 몰랐을 리가 없다”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B씨는 “실무자라는 사람은 그런 일을 맘대로 할 만큼 복지관 내에서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며 “계약을 직접 한 사람은 담당자였을지 몰라도 모든 것은 최 관장이 진두지휘했다”고 주장했다. 문제제기자들은 최 관장이 실로암복지관의 총괄업무를 맡은 사람이고 따라서 장애인 복지 사업이든 어떤 일이든 복지관 내에서 사업이 집행이 되려면 복지관장의 결제나 승인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복지관장의 직인이 찍힌 자료. 뒷장에는 평화통일가정당 후보의 구체적 이력이 나와 있다. 여기에 간인까지 찍혀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이 같은 논란이 실로암복지관에서 가정당 후보의 점자 홍보물을 만들어준 사실에서 일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B씨는 “실로암복지관에서 통일교측 정당 홍보물을 제작했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관장이 목사이고 복지관 직원의 80% 이상이 크리스천이라는 점에서 다른 사람에게 말도 못할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다른 문제제기자 C씨는 “이러한 일들에 대해 수수방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내용을 소상히 알고 있다는 D씨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실로암복지관이 통일교측 정당을 알려 준 꼴이다”며 “시각 장애인들이 전화를 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답답해 했다.

그러나 실로암복지관이 소속된 사단법인 예장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회의 이사회는 이와 관련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문제 없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젔다.

최동익 관장 “나는 그 업무에 관여하지 않았다”

최동익 관장(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과의 전화 인터뷰는 6월 24일 오전 10시경 진행됐다. 그는 실로암복지관의 업무 총괄을 맡은 책임자다. 최 관장은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와의 통화에서 평화통일가정당의 점자 홍보물을 실로암복지관이 제작한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들게 된 경위에 대해 이는 전적으로 점역을 담당하는 부서의 담당자가 진행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최 관장은 이러한 홍보물의 점역 계약이 이뤄질 당시나 인쇄가 진행되는 초기에는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았고 알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 중 평화통일가정당 국회의원 후보의 홍보물이 다른 국회의원 홍보물과 함께 포함된 것을 발견했고 이미 조치를 취하기에는 늦은 상태였다는 것이다.

부서 담당자가 점자 홍보물 제작을 의뢰한 기획사로부터 130여 명의 국회의원 명단을 받았고, 그중 30여 명이 통일가정당 후보였지만 이를 중간에 중단 조치하는 것은 계약위반에 해당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위약시 두배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결국 작업은 진행돼 납품이 이뤄졌다. 최 관장은 이사회를 통해 이와 관련한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사회에서 경과보고를 받고 검토를 한 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자가 이러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자 최 관장은 통화 도중 “니가 뭔데 책임을 물어? 버릇없는 자식 같으니라고! 내 얘기 들어!”라고 언성을 높여 기자에게 폭언을 하는 등 매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최 관장은 이사회에서 매듭지은 문제를 더 이상 제기하는 것은 순수한 의도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며 이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다음은 최 관장과 기자가 전화로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실로암복지관에서 4.9 총선 당시 국회의원 후보 홍보물을 점역한 것 중 통일가정당이 포함돼 있다. 어떻게 된 건가?
나는 4.9총선과 관련해서 통일가정당이 있다는 자체도 몰랐고 그 정당이 통일교와 관련 있는 것도 몰랐다. 그 다음! 정당으로부터 직접 인쇄 요청을 받은 것은 민주당 하나였고 그 외에 개인적으로 요청받은 것은 민주당, 한나라당, 자유선진당이었다. 평화통일가정당과는 일체 거래한 바가 없다. 다만 기획사가 하나 있었다. 기획사는 국회의원 후보자들에 대한 홍보물을 취합해서 통째로 계약하는 곳이다. 기획사와 계약한 내용은 기획사가 수주한 130여 명에 대한 물량을 점자 홍보물로 제작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기획사와 계약한 일이 있다. 그 중에 평화통일가정당이 있었다. 30명 정도로 파악된다. 그러나 평화통일가정당과는 협의한 바가 없고, 기획사를 통해서 자료만 넘겨 받았다. 그 자료를 토대로 그대로 점자로 만들어 납품해주면 되는 것이다. 평화통일가정당 의원들을 접촉한다든가, 통일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이다. 만일에 우리가 평화통일가정당과 직접 계약을 했다면 오해와 의심을 살 행동을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기획사와 130여 명의 물량과 관련한 수주를 한 것뿐이다. 그 중에 평화통일 가정당 후보가 있었을 뿐이다.

그러면 최 관장은 평화통일가정당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평화통일가정당이) 통일교측과 관련이 있는 것도 모르고 받아들인 건가?
내가 받은 게 아니다.

누가 받았나?
이것은 담당 부서 실무자가 처리한 것이다. 이 사람은 교회 다니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평화통일가정당이 통일교측과 관련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기획사와 협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관장은 계약, 작업 진행, 납품의 모든 단계에서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는가?
계약했다는 사실 자체는 알고 있지만 내가 직접 관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까지는 몰랐다. 기획사 이름을 담당자가 보고했지만 내가 어느 기획사인지 알 필요가 없었다. 일일이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업무가 진행되는 과정 중에 평화통일가정당이 포함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점자 출력이 들어갔을 때부터였다. 직원들은 당시 작업 일정을 맞추기 위해 거의 밤을 세워서 일했다. 내가 새벽 1~2시경까지 업무보조를 해 준 적이 있다. 그런데 점자를 읽다 보니 평화통일가정당이 있었다. 그래서 이게 도대체 무슨 당이냐? 물어보니 직원들이 ‘통일교에서 만든 당인거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우리가 이런 곳과 계약하지는 말아라. 우리는 이런 곳과 계약하면 안 된다. 그런데 이미 기획사와 계약했으니 앞으로는 이런 당과는 직접적인 거래는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얘기하고 넘어간 적은 있다. 그게 전부다.

진행과정 중에 작업을 취소를 하거나 중단 조치를 할 의미가 없었다고 본 건가?
우리는 기획사와 계약을 한 것이고 평화통일가정당이나 통일교와 계약을 한 것이 아니다. 복지관에서 무슨 돈이 있다고 계약을 파기하고 두 배씩 위약금을 물어 내겠는가? 기획사와 계약을 해지할 만한 명분도 없었다. 만일 평화통일가정당 것만 한다면 해지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라 일부만 있었다. 기자는 그런 이유로 계약을 파기하고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고 질문하는 건가?

점역을 실로암만 할 수 있는 건가?
개별 점역을 다량으로 할 수 있는 곳은 우리밖에 없다.

국회의원 선거를 할 때 짧은 시간에 다량으로 찍어 낼 수 있는 곳은 실로암 밖에 없다는 의미인가?
다량에는 두가지 의미가 있다. 한 종류를 다량으로 찍어내는 것, 이것은 여러 군데가 가능하다. 그러나 여러 명의 자료를 다량의 부수로 찍어내는 곳은 우리가 유일하다. 예를 들어 다른 곳에서 이런 종류의 일을 맡았다가 위약이 된 적이 있다. 그래서 이런 종류의 일을 할 수 있는 우리에게 의뢰가 들어온 것이다.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가 확보한 자료 중에 ‘해독확인필’이라는 것이 있다. 기획사에서 원고를 넘기면 점역을 하고 점역과 원본의 내용이 정확하게 해독된 것인지 확인했다는 내용이다. 그곳에 관장직인이 찍혔는데 관장이 찍은 거 아닌가?
내가 안 찍는다. 직원들이 찍는다. 해독확인필 서류에 도장도 내가 직접 찍지 않았다. 아까 말했지만 업무에 내가 직접 관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담당 부서에서 처리한 것이다. 간인도 그렇다.

이사회에서 내린 결론은 이 사안이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나?
그렇게 됐다.

결론을 내린 문서를 보고 싶다.
줄 수 없다. 실로암측을 비판하는 사람이 실로암 이사회에 속한 통합측 목사님들을 전부 제거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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