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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 송사, 철저하게 법논리로 대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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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 송사, 철저하게 법논리로 대응하라"
  • 정윤석
  • 승인 2007.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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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배 변호사…"변호하다 이단측의 고소 당하기도"

정일배 변호사(38, 믿음합동법률사무소)의 별칭은 ‘이단·사이비 문제 전문 변호사’다. 지난 2003년 이단·사이비와 관련한 송사를 맡은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이단·사이비 단체와 관련한 수십 건의 사건을 맡아왔다. 정 변호사는 4월 6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대형 이단·사이비 단체와 법정 소송을 벌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개인의 힘으로 이단·사이비라는 거대 조직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기독교가 이런 이들에게 법률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단 단체와의 법정 소송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한 범 기독교적 차원의 법률구제서비스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가 지금까지 송사를 벌이며 경험한 대형 이단단체들의 특징은 엄청난 재력을 갖고, 대형 로펌을 선호하며, 철저한 법의 논리로 사건에 접근한다는 점이다. 이단 단체들은 법정 소송이 벌어지면 ‘패소’하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자신들의 이미지가 실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게다가 이들은 철저하게 법리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개인의 힘으로 대항하고 맞서기에는 너무도 버겁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단단체와의 법정소송을 대하는 이단 피해자들이나 개인의 자세도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법으로 공격하는 이단단체에 대해 철저하게 법리적 무장을 하고 방어해야 함에도 이단단체 피해자들은 ‘법’보다 ‘감정’을 앞세우는 게 현실이다.

“과거에는 이단 전문지나 언론사에서 어떤 단체를 ‘이단’이라고 비판하면 이단측은 숨어 들고 위축되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철저한 법논리로 무장하며 공격에 나선다. 언론사를 대상으로도 그러니 개인을 대상으로는 더 심하지 않겠는가? 또한 법이 관심을 갖는 것은 어떤 단체가 이단이냐, 아니냐라는 교리적 문제가 아니다. 순수하게 법 논리로 가야 한다. 이단·사이비 관련 재판을 하면서 발견한 이단측의 특성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들은 법리적 접근을 한다. 법의 논리를 알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이단과 소송을 벌이는 사람들은 다르다. ‘그 단체는 이단이기 때문에 잘못됐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접근한다. 그 심정을 이해는 한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설득력이 없다. 법원에서는 이단이냐, 아니냐를 가리지 않는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나, 없나를 가린다.”

이단단체와 관련한 사건을 맡을 때 어려움을 겪는 것은 변호사들도 마찬가지라고 정 변호사는 말한다. 일반사건을 맡는 것과 달리 이단단체와 관련한 법정 소송은 독특한 일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변호사가 의뢰인을 변호하기 위해 준비서면을 작성하게 된다. 이 서면을 보고 이단단체측 사람들이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경우가 있었다. 변호사 업무를 하며 처음 당하는 일이었다. 의뢰인들에게 법률 자문을 해주기 위해 현장에 나갔는데 그것을 목도하고 고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에까지 진정서를 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정말 예전에 경험치 못했던 일들을 많이 당했다.”

정 변호사는 지금까지 이단단체와 관련한 송사를 진행하면서 ‘헌금’과 관련해서도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원래 헌금은 자발적인 신앙심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돌려 받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그 헌금을 하게 된 계기를 봐야 한다. 그 단체의 지도자를 신뢰하고 그의 지도에 따라 돈을 바쳤는데 그 지도한 내용이 기망이냐, 아니냐의 여부가 관건이다. 만일 지도자의 잘못된 주장에 속아서 헌금한 것이라면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예를 들면 병을 고쳐 주겠다, 몇 년 안에 종말이 오니 돈을 바치라, 재산을 바치라고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몇 년 전에 ‘생명수 사건’이란 것이 있었다. 이곳의 교주는 자신이 주는 물을 바르면 병이 낫고 죽은 자가 살아난다며 물을 판매하고 헌금을 강요했다. 사기에 해당한다. 형사 고소 후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액을 돌려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이비 지도자들은 대체적으로 교묘하다. 사건을 입증하는 방법이 과학적이 돼야 하는 이유다. 신도를 확실하게 속였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줘야 한다.”

정 변호사는 고법 판례에 비추어 교주가 신도를 속이는 사례를 △나는 영생불사의 존재다 △○○월 ○○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돈을 바치면 어떤 병이든 고쳐 준다 △나를 따르지 않으면 큰 불행과 저주가 따른다라고 주장하는 경우라고 제시했다. 이와 함께 이단단체에 빠졌던 사람들의 증언과 이단단체와 관련한 비상식적인 헌금액이 나온다면 사기와 함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 변호사는 “헌금과 관련해 손해 배상청구 소송을 할 경우 ‘소멸 시효’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며 “일정 기간 내에 행사를 하지 않으면 권리가 없어지는데 그 시효는 3년이다”라고 말했다. 3년이란 시효도 ‘불법행위를 안 날로부터 3년’, ‘교주가 불법행위로 구속된 후 3년’ 등 경우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이단단체와의 법정 소송은 변호사의 철저한 자문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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