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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옥 체험기”의 미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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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옥 체험기”의 미혹성
  • 정윤석
  • 승인 1997.09.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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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천국과 지옥’을 체험했다는 신비주의 내용의 테이프가 최근 시내 곳곳에서 유포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테이프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터미널이나 백화점 등에 뿌려지고 있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청와대는 물론 관공서나 심지어 해외 교민들에게까지 이 테이프가 발송된 것으로 알려져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하고 있다. 그 동안 뿌려진 테이프의 양은 한 해에 약 10만 개씩 3년째, 약 30만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년 상반기에만 벌써 7만 개가 서울과 경기를 중심으로 곳곳에 뿌려졌다.

이러한 천국과 지옥 체험기의 테이프를 뿌리는 진원지는 어느 곳인가. 그 테이프의 내용은 어떤 것이며 위험성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들은 이 테이프를 왜 뿌리는가.

   ▲ 인천 부천시 소사구에 위치한 아멘선교교회. 30여 평의 지하 공간을 예배처로 사용하고 있다
기자는 그 테이프에 적힌 연락처를 근거로 진원지를 추적해보았다.
천국과 지옥 테이프 배포의 진원지는 서울 근교의 소규모 교회 2곳으로 압축된다. 부천에 위치한 아멘선교교회(김상영 목사)와 과천 소재의 샘터교회(김정희 목사)가 그곳이다. 두 곳 모두 신도 수 50여 명 안팎의 대체로 규모가 작다는 것과 건물 지하에 위치해 있다는 점 등이 공통점이다. 그렇다고 이 두 곳이 서로 정보 등을 주고받는 것은 아니다. 각자 자신들의 단체 대표자의 절대적 지휘 아래 테이프를 제작, 배포하는 것이다. 테이프를 배포하는 것이 선교 사명이라고 신도들이 주장하는 것도 두 단체의 닮은 점이다.

지난 7월 23일(수) 기자는 부천에 위치한 아멘선교교회를 찾았다. 한 건물의 지하에 약 60여 평의 평방으로 된 이곳에는 매일 25명 정도의 청년들이 모인다. 이곳에서의 집회는 평일에는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 주일 오전 11시에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기자는 시내에서 배포된 테이프를 듣고 그 내용을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며 그 교회를 방문한 이유를 대며 집회에 참석했다. 기자는 신학을 전공한 것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집회는 어느 특정인의 인도 없이 신도들 중 누군가가 찬송가를 선창으로 시작됐다. 기자가 몇 회 이 집회를 참석해 본 결과 이 때의 찬송은 이 단체의 대표자인 김상영 목사가 집회 시간에 도착할 때까지 하는 단지 김목사의 설교를 위한 준비 단계에 불과한 형식이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집회중 우병용(25)이라는 신도가 즉석에서 보았다는 환상을 설명하는 시간이 있었다. 이들의 집회중 환상을 보는 일은 주로 우씨가 맡고 있었다. 그는 기자에게 향했다는 환상도 보았다며 그 자리에서 발표했다.

“오늘 처음 온 형제를 볼 때 불투명한 전구가 떠올랐습니다. 아주 흐릿한 기운들에 가려서 그 빛이 퍼지질 않았죠. 그러나 목사님이 손을 얹고 안수하자 탁한 것이 걷히고 전구가 제대로 빛을 내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러한 우씨의 말에 김목사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망설임 없이 해석을 해준다며 입을 열었다. 환상을 보는 것이 우씨의 몫이라면 그것을 해석해주는 일은 김목사의 담당이었다.

“전구가 흐리다는 것은 형제의 신앙 근본이 잘못됐다는 뜻이야. 근본이 잘못됐으니 지혜, 은혜, 능력은 없고 하는 일이 안돼···”

김목사는 전구의 주위가 뿌옇게 된 것을 신앙이 신학으로 인하여 가려진 것으로 해석했다. 신학은 인간이 만든 것이라며 인간이 보기에 좋은 것일 뿐 그런 것으로는 결코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까지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신학적인 관점으로 신앙생활을 해 온 것이 큰 잘못이라는 것이다. 김목사는 이 잘못을 고치기 위해서는 자신의 설교를 들어야 한다는 말을 강조하기도 했다.

   ▲ 아멘선교교회, 샘터교회에서 배포하는 테이프들
한 성도의 과거와 현재의 신앙상태 등을 알아보지도 않은 채 단지 환상에 의해 신앙을 판단하는 환상 우월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모습이었다. 김목사는 서울 봉천동 소재의 총회신학교 교수로 재직중에 있다. 환상을 본다는 우병용 씨는 김목사의 신학교 제자다.

신학을 했다는 기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그가 신학교 교수라는 것과 환상을 수시로 보고 그것을 김목사에게 말해주는 이가 신학교 학생이며 그의 제자라는 것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신학교 교수라는 김목사가 신학을 전공했다는 기자와 신학적인 전반에 대화를 해보지도 않은 가운데 기자의 신학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이 집회에 참석하면서 우병용 씨와 같이 환상을 보았다는 신도들의 환상 내용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 자신이 홍보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테이프에 들어 있는 천국과 지옥 체험의 내용은 들을 수가 없었다. 그 테이프의 내용은 이곳 신도들이 경험한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86년 천국과 지옥을 체험했다는 박영문 장로(곡성 다니엘 수양관 원장)의 간증 내용을 도용한 것이다. 홍보하는 내용과 실제 자신들의 경험하는 내용과는 다른 모습이다.

박장로의 간증 중에는 “오늘 같은 증거를 듣고도 예수를 믿지 않으면 그 사람은 어쩌면 하나님의 택한 자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 자리에 앉아 계신 여러분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가 가슴에 오지 안습니까. 어쩌면 하나님 여러분을 버렸는지 모릅니다”는 식의 체험의 절대성을 강조하는 대목이 나온다.

기자는 김목사에게 박장로의 간증 내용에 대해 물었다. 그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김목사는 “그 내용은 성경적이다”며 일축했다. 자신은 직접 그런 경험을 하지는 않았지만, 믿음으로 받아들이며 그것을 홍보하는 사명을 받았다는 것이다. 김목사처럼 신도들 중에도 천국과 지옥을 경험한 사람은 없다고 한다. 그런 경험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멘선교교회와 같이 신도들의 신앙을 천국과 지옥 체험과 연결시키는 등 환상에 의존하는 곳이 또 있다.

과천에 위치한 샘터교회(김정희 목사)가 바로 그 곳. 샘터교회는 격주로 약 1,000명의 회원들에게 김정희 목사의 설교 테이프를 보내 준다. ‘6인의 사후세계증언’, ‘오라 너희를 쉬게 하리라’ 등의 제목이 붙은 테이프가 홍보용으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것.

샘터교회 신도들은 60여 명이 조를 나누어 주로 휴일을 이용해 과천 대공원 주변, 터미널, 잠실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광고 전단지와 함께 이 테이프를 뿌린다.

‘6인의 ···’ 테이프에는 이미 10여 년 전 비성경적인 천국체험으로 한국교회에 문제를 일으켰던 펄시콜레를 비롯 6명의 사후세계 경험자들의 간증 내용이 짜집기 식으로 만들어졌다. 아멘선교교회가 도용했던 박영문 장로의 간증 내용도 들어있었다.

이 테이프에는 ‘예수님은 잔인한 사람’이라는 식의 비상식적인 내용이 들어 있었다.
“손에 잡힐 만한 곳에 부모가 옷을 홀랑 다 벗고. 얼굴은 다 어그러진 거예요. 저는 그 순간.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예수님의 잔인성을 그 순간 깨달을 수 있었어요.”

 ‘오라 ···’의 테이프는 샘터교회의 대표인 김정희 씨와 몇몇 신도들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그곳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천국에서는 예수와 지옥에서는 고 육영수 여사와 만나 대화했다는 황당한 내용들이다.

이들이 배포하는 테이프를 듣고 샘터교회에 상담 전화를 하면 신도들은 자신들의 사무실로 직접 방문할 것을 요청한다. 기자가 교회에 찾아갔을 때, 2명의 안내원들은 ‘좋은 곳에서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며 ‘영수술’을 할 것을 권했다. 영적으로 잘못된 부분을 수술을 하듯이 오려낸다는 것이다.

영수술이라는 것은 천국과 지옥 체험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바로 ‘오라 ···’의 테이프 내용을 20-30번 반복해서 듣는 것이 영수술이라는 것이다. 테이프의 내용으로 신도들을 세뇌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때문인지 기자가 만난 신도들은 그 테이프의 내용들을 정확하게 숙지하고 있었다.

기자가 샘터교회를 취재한 날, 무엇인가 영적으로 ‘수술’을 당한 듯한 샘터교회 신도들은 30여 평의 좁은 지하방에서 자신들의 홍보용 테이프 발송 준비로 정신없이 보내고 있었다. 현재 발송하는 수는 국내외를 합쳐 1천여 곳. 발송 수를 5만까지 늘리라는 김정희 목사의 지시가 있었다며 신도들은 자신들의 조직이 커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아멘선교교회와 샘터교회에서 홍보용으로 사용하는 소위 천국과 지옥 체험의 간증 내용에 대해서 정훈택 교수(총신대학 신약신학)는 “비성경적인 내용이다”며 일축했다. 그는 “성경에서 말하고 있지 않는 내용을 성경 이상으로 취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안영복 교수(전 고신대 대학원)도 “완성된 신구약의 계시를 무시한 채 환상을 갖고 신앙의 근본을 평가하는 것은 성경의 기초를 벗어난 행위이다”라며 정훈택 교수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아멘선교교회와 샘터교회의 규모는 비교적 작지만 이들이 배포하고 있는 천국과 지옥 체험의 신비주의적인 테이프의 수는 30만에 가까운 적지 않은 수에 이르고 있다. 한국교회 성도들의 올바른 분별력이 요구된다.
(월간 <교회와신앙> 1997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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