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에선 요즘 춘천중앙성결교회(유동선 목사)가 진행하는 ‘노인대학’이 어르신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하는 노인대학에 2시간 전인 8시 30분부터 노인대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정규 수업 이전에 시작되는 장기자랑에 나가 노래실력을 뽐내기 위해서다. 이날만큼은 교회 본당도 어르신들을 위한 잔치 한마당으로서, 신명나는 육자배기, 어깨춤이 어우러진다. 장기자랑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노인대학 프로그램에 수백명의 노인들이 참여한다. 서예, 중국어, 한글, 스포츠 댄스, 건강체조, 노래교실 등 반별로 학과 수업을 진행한다. 점심식사가 끝나면 보건소와 연계한 의사, 약사들의 무료 진료, 처방, 제조가 이어진다. 외과, 치과, 내과는 물론, 무료 안마와 미용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한의사협회도 여기에 동참해 침과 뜸을 놔주기도 한다. 춘천성결교회의 노인대학을 위해 지역사회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힘을 합쳐 돕는 것이다.
교회에서는 학과 수업과 함께 노인대학장인 유동선 목사(55)의 훈화 시간을 30분 정도 곁들여 놓았다. 설교보다 어쩌면 힘든 시간이 훈화다. 예수님의 ‘예’자도 넣지 않으면서도 복음이 그들에게 어떻게든 전파되도록 신경을 써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훈화를 맡은 유 목사는 비기독교인 어르신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생활과 관련한 주제로 노인대학생들을 울렸다, 웃겼다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노인대학 900여 명의 수강생 중 85%가 비기독교인이기 때문이다. 훈화를 하다가 박수를 받은 적도 있다.
“어르신들, 노인대학 올 때는 집에서 가장 좋은 옷으로 멋있게 차려 입고 오세요. 홀로 되신 분들은 자식들 눈치 보지 말고 이곳에서 눈이 맞는 분과 결혼도 하세요. 그러면 학장인 제가 직접 주례를 서 드리겠습니다. 나이 드셨다고 자포자기하지 마세요. 80세부터 인생을 시작한 모세라는 사람도 있거든요.”
결혼 문제부터 가정문제, 돈 관리, 인생사 등 어르신들의 실생활과 관계된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것이다.
노인대학 수강을 하는 박정희 노인(78)은 “개설된 프로그램이 다양하고 노인들에게 유익한 내용이 많다”며 “이곳에서 보람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춘천성결교회가 이렇듯 신나는 노인대학을 개강한 것은 올해 5월 6일, 아직 3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첫날 개교식에 1천여 명이 참석하고 900여 명이 수강신청을 하는 등 성황을 이룬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노인대학 개강 6개월 전부터 약 8억원에 가까운 투자를 하며 철저하게 준비했다.
학장인 유 목사를 비롯 노인대학 개강을 준비하는 성도들이 다른 노인대학을 직접 탐방하며 노하우를 익히고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조언을 구하며 고민을 했다. 노인대학 자원봉사자 70여 명은 미리 노인복지사 자격까지 취득했을 정도다.
70년 된 전통 깊은 교회 건물도 과감하게 현대적 감각으로 리모델링했고 교회 내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어르신들을 맞을 채비를 단단히 했다. 이런 준비 끝에 개강한 노인대학이라 춘천 시내에 소문이 자자해진 것이다.
노인대학은 지금 방학이다. 개강도 대학교 개강 날짜에 맞춰 개학을 한다. 요즘도 가끔 걸려오는 전화가 있다. ‘노인대학 언제 개강하느냐’고 묻는 전화다. 아예 방학을 없애자는 말도 나온다. 노인대학이 그만큼 신나기 때문이다.
‘노년을 즐겁게, 아름답게, 건강하게, 보람있게’란 기치를 내걸고 출발한 춘천성결교회는 개강한 후 어르신들을 위한 가을소풍을 계획 중이다.
차량 40~50대 가량을 예약하고 나들이를 가서 지역사회 노인들을 철저하게 섬기겠다는 것이다. 70년 된 전통의 춘천성결교회가 리모델링으로 새로워졌듯이 노인대학을 통한 노년의 ‘리모델링’이 지역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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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복지 위해 최선의 노력”
유동선 목사 인터뷰
“현재의 목양지를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목회에 전력하겠습니다. 노인들은 복음을 들을 기회가 줄어듭니다. 그만큼 빨리 구원의 손길을 펼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젊은이들은 아직 그에 비하면 기회가 많다고 할 수 있죠.”유동선 목사(55)는 노인대학 개설 후 지역 사회 어르신들이 교회라는 곳을 스스로 찾아오게 됐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즐거운 놀이, 유익한 배움이 공존하는 노인대학을 왔다가 교회에 등록하는 사람들을 보면 보람은 더욱 커진다.
유 목사의 꿈은 노인대학에 그치지 않는다. 실버타운, 호스피스는 물론 장묘문화까지도 연결해 노인들의 복지를 위해 땀 흘릴 생각이다. 교회가 한 가지만이라도 지역사회에 두드러지게 봉사하는 게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 목사는 2003년 5월 15일 춘천성결교회에 부임하기 전 농촌에서 13년, 미국에서 7년간을 목회했다. 농촌목회, 이민목회를 두루 경험한 셈이다.
유 목사는 자신의 다이어리 제일 첫 장에 선배 목사가 남겨 준 말을 늘 적어 놓고 있다. “잘 참아라! 기도하라! 사랑하라!” 이 세마디가 지금도 유 목사의 목회를 지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