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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연’ 캘수록 “수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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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연’ 캘수록 “수상해”
  • 정윤석
  • 승인 2004.07.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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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서 규정한 이단들 무더기 면죄부

 

군소교단들의 연합체로 알려진 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예장연, 대표회장 정영진 목사, 이단대책위원장 조성훈 목사)가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이 규정한 이단들에 대해 무더기로 “이단 아니다”고 발표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교회에 적지않은 혼란이 야기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예장연의 실체와 이들이 벌인 이번 작업의 배경에 대해서도 강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예장연은 6월 20일에 발행한 <정통과 이단>이란 책자를 통해 통일교, 여호와의증인 등 9개 단체에 대해서는 이단으로 규정하면서 소위 구원파(권신찬, 박옥수, 이요한), 귀신파(김기동, 이초석), 다락방 류광수 씨, 박윤식 씨(평강제일교회), 안식교, 이재록 씨(만민중앙교회), 할렐루야기도원(김계화) 등 10개 이단(단체)은 이단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또한 그에 준하게 문제가 있다고 연구 발표된 이유빈 씨(예수전도협회), 예태해 씨, 박철수 씨(새생활영성훈련원) 등에 대해서도 신학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정했다. 반면 최삼경 목사 등 한국교회의 이단연구가들에 대해서는 이단으로 정죄했다.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연합기관이나 교단들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단체와 인사들에 대해 소위 교단연합체의 형식을 취한 기관이 “이단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예장연측은 이같이 중차대한 발표를 하고 그 일로 교계에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자신들의 실체를 당당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이광용 목사(예장연 실무총무)는 예장연이 1999년 12월 15일 교단 65개가 연합해 만들어졌고 현재는 가입교단이 120여 개로 늘어났다고만 말할 뿐 가입한 교단의 명부 공개를 거부했다. 자신들의 <정통과 이단> 책자가 나온 후에 명단을 밝히면 여러 가지로 생길 파장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예장연은 주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나 한국교회 장로교의 연합체인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연)에 소속되지 않은 교단들로 장로교 이름을 걸고 있는 군소단체들의 모임인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 정확한 실체가 드러나 있지 않은 기관이다.

예장연은 또 최근 몇몇 교계 신문보도와는 달리 사단법인 등록 여부도 불투명하다. 문화관광부 종무실의 한 관계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연합회’라는 명칭으로 등록된 사단법인은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 법인등기부등본에 등재된 사단법인체 목록 중에도 예장연은 발견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이광용 목사는 “예장연은 납세를 하는 명백한 사단법인 단체”라고 말하는가 하면 “며칠 있으면 (사단법인이) 될 것이다”고 상반된 말을 하는 등 불명확한 태도를 보였다.
<정통과 이단> 집필·감수 과정에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통과 이단> 머리말 부분에서 감수를 했다고 소개된 임희국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 교회사)는 “감수를 한 바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임 교수는 “<정통과 이단>이란 책자가 나오기까지 예장연 회원 한 사람도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없다”며 “올해 3, 4월경 다른 교수의 소개를 받고 찾아왔다는 한 목회자의 원고를 수정해 준 일이 있을 뿐인데 그것을 감수한 것으로 표현한 것 같다”며 어이없어 했다. 이로 인해 임 교수는 <정통과 이단>의 발간 총괄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이흥선 씨(한국교회문제연구소장, 기독평론신문 발행인)에게 책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고 예장 통합측 교단지인 <기독공보>에 해명서를 실어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7인의 집필위원으로 알려진 인사들 중 상당수도 집필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박영률 목사(전 한기총 총무, 중앙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는 “집필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억주 목사(한국교회 언론회 대변인)는 “집필위원을 해달라고 요청을 받은 적은 있지만 수락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심지어 예장연의 수석상임회장이라는 김국경 목사도 “집필 위원에 이름이 올라갔지만 바빠서 집필에 참여한 적이 없다”며 “<정통과 이단>이 이런 내용으로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고 이단을 해제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정이 이러함에도 예장연측은 자신들의 이번 일이 대단한 신학자들의 연구결과물인양 주장했다.
이와 관련, 예장연의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 조성훈 목사는 “집필 위원으로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모두 나에게 위임을 해줬다”며 “예장연에서 발간한 책은 우리 잣대로 발간한 자료일 뿐 한국교회 전체의 규정과는 관계가 없을 뿐더러 한국교회와는 상관이 없다”는 모호한 말을 했다.

한편 발간총괄 책임을 맡은 것으로 알려진 사람 중 이흥선 씨(기독평론신문 발행인)의 전력이 곧 예장연이 벌인 이번 일의 성격을 잘 말해주는 게 아니겠느냐는 지적이다. 그는 1995년 자신의 주간신문 <기독저널>을 통해 베뢰아아카데미 김기동 씨(서울성락교회 담임목사), 안식교 등 한국교회의 주요 이단들을 이단이 아니라고 이미 대서특필했던 사람이다.

그 일로 <기독저널>은 예장 통합측으로부터 1995년(80회 총회) ‘이단옹호언론’으로 규정되었고 그 자신은 합동측으로부터 그 일이 문제가 되어 노회를 탈퇴했으나 끝내 제명되었다. 문제의 신문 <기독저널>은 현재 나오지 않고 있고, 그는 요즘 또다시 <기독평론신문>이라는 이름의 신문 사업을 하고 있다.

예장연의 무더기 이단 면죄 발표가 나오자 교계의 몇몇 신문들은 그 내용을 크게 환영하며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한편 오랜 세월에 걸친 한국교회의 기존 이단연구 및 규정을 한마디로 ‘무분별한 것’이라고 비방하는 데 열을 올렸다. 예장연의 공신력 여부와 이흥선 씨 등의 면면이 어떠한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진실에는 눈을 감은 채 그들이 준 보도자료만을 거의 그대로 받아쓰며 일방적으로 홍보해주는 고질병적인 보도태도를 보였다. 그 같은 이유로 그 신문들의 기사가 한결같이 문장 표현까지 대동소이하게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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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정통과 이단> 심각한 오류”


최근 발행된 <정통과 이단>에 대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가 “한기총과 한국교회가 견지해오는 성경적 신앙의 입장과 판단에 위배되는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며 “한국교회가 현혹되지 말기를 바란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기총은 7월 5일 한기총 회의실에서 임원회를 갖고 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예장연)이름으로 발행된 <정통과 이단>이라는 책자에 대해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 규정하고 이단사이비대책전권위원회를 구성해 검토하고 처리키로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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