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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주사체 은닉 단체 기독교와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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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주사체 은닉 단체 기독교와 무관
  • 정윤석
  • 승인 2004.1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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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론 신봉 사이비종교 신도로 드러나

최근 경기도 용인시 A복지법인의 지하 밀실에 자신들의 교주 사체를 5년 동안 은닉한 혐의로 구속된 이 모, 신 모 씨 등은 교주 송 모 씨를 신으로 추앙하며 잘못된 종말론을 신봉해 온 일종의 사이비종교 신도였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이 경찰 수사 과정에서 ‘부활, 영생, 유일신’ 등의 용어를 사용해 이 단체가 혹시나 기독교와 관련된 것은 아닌지 교계의 우려를 낳았으나 기독교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용의자들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자신들의 종교와 관련 ‘기독교와는 무관한 단체’라고 밝히며 5년 전 죽은 교주 송 모씨(사망 당시 54살)를 신으로 우상화했음을 드러냈다. 이는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조폭2부(실장 조천용)가 12월 15일 ‘교주 사체 유기 사건’과 관련, 이 모 씨 등 4명의 용의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이날 이 씨는 죽은 송 씨를 ‘창조주 신’이라고 서슴없이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불치병에 걸려 고생할 때 사람들은 다 치료를 포기했지만 죽은 송 씨가 ‘기치료’라는 방법을 통해 고쳐줬다며 “그분은 신이었다”고 단언했다. 또 다른 용의자는 “죽은 선생님이 지금도 살아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분이 그렇게 약속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용의자들이 죽은 송 씨를 신으로 섬기며 신격화한 종교집단을 만들어 온 것으로 추정돼 우리는 조사 과정에서 ‘송ㅇㅇ 유일신교’로 불렀다”며 “죽은 교주가 부활할 것을 기다린다며 콘크리트로 밀실 입구를 막아 놓았으니 정상적 종교단체로는 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들이 다소간이나마 천주교·기독교·불교의 영향을 혼합적으로 받은 듯한 단서들도 보인다. 교주가 숨졌던 지하 밀실에는 천주교에서 주로 사용하는 공동번역 성서와 개신교의 개역성경, 불경이 발견된 데다 현재 구속된 용의자인 이 씨는 불경을, 임 씨는 성경을 강론했다는 진술이 나온 것이다. 또한 이들은 길이가 70여 미터에 이르는 대규모 지하 시설을 갖추고 유사시를 대비해 다량의 비상식량을 비축해 둔 점으로 보아 잘못된 종말론 신봉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은 A복지법인의 지하의 밀실은 1987년 설립시부터 송 씨를 신격화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A복지 법인이 재정난에 시달리자 ‘송ㅇㅇ 유일신교’와는 무관한 대표이사를 영입하면서 A복지법인에는 송 씨 추종자들과 비 추종자들이 한 데 섞여 현재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A복지법인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복지법인 내에서 같이 생활하는 우리들도 지하에 그렇게 커다란 밀실이 있고 그 속에 사람이 죽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지금도 복지법인 내에는 종교와 무관한 사람들이 서로 섞여 있는데 도매금으로 비판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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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사회복지법인 지하밀실

2004년 12월 15일 공개된 A사회복지법인의 지하 밀실은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 1.5미터 정도의 장롱을 옆으로 밀어야 들어갈 수 있었다. 장롱을 여닫이 문처럼 제치자 입구 폭이 1미터가 채 되지 않는 좁은 통로가 나왔다.  이 통로는 지하 70여 미터 정도까지 이어졌고 화장실, 부엌, 거대한 식량 창고, ‘신전’ 등 외부로 나가지 않고도 생활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이다. 식량 창고에는 말고기, 양고기, 각종 통조림 등 음식물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도록 식량박스에 담겨 있었다.

지하 밀실의 통로를 따라 끝까지 가니 ‘송ㅇㅇ 유일신교’의 신전으로 보이는 20여 평의 공간에 이르렀다.
복지법인의 한 관계자는 “이들이 종말에 자기들만 선택을 받아 산다는 주장을 했었다”며 “지하 밀실은 그것을 대비하기 위한 장소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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