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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연료’ 사건, 교인들 물먹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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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연료’ 사건, 교인들 물먹였나
  • 정윤석
  • 승인 2004.05.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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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배 투자이익, 수익금 북방선교”… 30여억 원 모아

최근 맹물을 연료화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며 투자자 수백명을 모집해 거액을 챙긴 사기혐의로 자칭 물연료 발명가 등이 검찰에 의해 구속 기소된 사건은 임마누엘교회(김국도 목사) 등 주로 교인들을 상대로 벌어진 교회배경 사업이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들이 교인들로부터 손쉽게 수십억의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1, 2개월 내에 수십 배의 투자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유혹과 수익금으로 북한에 1만 교회와 중국에 6만 교회를 세운다는 선교가 구실이 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 물연료시스템을 이용해 가스렌지에 불을 붙이는 장면
서울동부지방검찰청 형사 2부(부장검사 한명관)는 4월 29일 물을 연료화할 수 있는 기계(맹물연료시스템)를 발명했다고 선전하며 시연회까지 열어 기독교인 등 650여 명으로부터 32억원을 챙긴 혐의로 (주)하나그린연료의 발명가 최동민 씨(55)와 대표이사인 이상집 씨(46)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의 범행 수법에 대해 “하나님의 은총에 따라 세계의 에너지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물연료시스템을 발명하게 됐다”며 “목사, 장로, 교인 등 소개자에게 투자금의 26퍼센트를 투자유치수당으로 지급하는 다단계방식으로 650여 명을 모집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피의자들은 1, 2개월 이내에 투자금의 수십 배의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교인들을 속였다고 말했다.

▲ 물연료 시스템의 외관
맹물을 넣으면 연료가 된다는 맹물연료시스템에 대해서도 검찰은 ‘눈속임’이라고 밝혔다. 피의자들이 맹물연료시스템의 시연회를 열기 전에 미리 기계 내부에 가연성 고체 연료를 넣고 고체연료에 불을 붙이면서도 마치 물만 투입하면 에너지가 발생하는 것처럼 허위의 시연회를 개최하여 피해자들을 완전히 속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유치된 32억의 투자금 중 신기술기계제작사업에 투자된 것은 거의 없고 상당부분 투자유치수당과 회사운영비로 사용했으며 10억원 이상은 피의자들이 개인적으로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근 담당검사는 “물연료시스템이란 것은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아이템’이었을 뿐”이라며 “투자자들 상당수가 교회에서 기도하며 만난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의 조사결과에 대해 (주)하나그린연료의 맹물연료시스템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하나그린연료의 선교이사이자 자신을 합동정통측이라고 밝힌 하태수 목사는 “주주들은 검찰의 조사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며 미동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 목사는 “신앙인들이 기도하며 물을 연료화하는 일에 목사로서 신앙으로 이끌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동참하게 됐다”며 “최동민 권사님이 개발한 물연료 시스템에는 바닷물, 폐수는 물론 오줌을 넣어도 연료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맹물연료시스템이 물(H2O)에서 수소와 산소를 분리하고 이 중 수소만 농축해서 연료화하는 기계로서 가정에서는 물론 공업용으로까지 쓸 수 있도록 현실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하 목사는 기계내부에 고체연료를 미리 넣었다는 검찰측 주장에 대해 “검사는 기계내부를 살펴보지도 않은 사람이고 내부에는 물을 연료화하는 장치가 있을 뿐”이라고 반박하면서도 “기계 내부는 다른 사람이 이용할 우려가 있기에 적당한 때가 되기 전에는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을 작정이다”고 말했다. 자신을 임마누엘교회 장로라고 밝힌 한 투자자는 “같은 교회 권사가 ‘물연료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왔는데 화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물을 분해하여 연료화한다는 원리가 쉽게 이해됐다”고 말했다.

(주)하나그린연료의 홈페이지에도 물연료시스템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양승신 씨는 “고체연료가 타는 거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유해가스가 발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하나그린의 물분해연소시스템에서 나오는 화력에서 그을음 같은 게 있거나 유해가스로 인한 질식현상이 전혀 없었다”며 물이 연소돼서 나오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투자자들은 검찰의 구속기소로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4월 27일부터 5월 3일까지 추진할 계획이었던 <물연소시스템 국제언론발표회> 가 무산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주)하나그린연료의 이상집 씨가 다녔다는 임마누엘교회의 한 관계자는 “구속 기소된 이 씨는 우리 교회에 등록한 지 3개월밖에 안 된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이 문제를 담임목사님이 이미 알고 교역자들에게 ‘물을 연료화한다는데 교인들 마음이 현혹되지 않도록 교역자들이 철저하게 주의를 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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