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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언론 이단 띄우기 “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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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언론 이단 띄우기 “심하네”
  • 정윤석
  • 승인 2005.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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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 광고 통해 무비판적 홍보 악영향 심각

   

▲ 일반 언론에 60차례 이상 소개된 안상홍증인회.
한국교회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단체들을 일부 교계 언론이 수시로 호의적·무비판적으로 보도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일반 언론까지 ‘이단 띄워주기’에 가세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일반 언론의 이단 띄워주기는 ‘일방적인 홍보성’ 기사도 있지만 단순 사실보도도 상당수 있어서 무조건적 항의나 비판이 아닌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반 언론의 이단 띄워주기는 일부 소규모 매체는 물론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거대 언론까지 포함하며 일간지에서부터 월간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단단체 중 박옥수 씨(구원파)·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안상홍 증인회)·이만희 씨(신천지)·이재록 씨(만민중앙성결교회) 등이 일반 언론에 등장하는 빈도수가 높은 측에 속한다.

▲ 일간 주요 언론에 기성교회처럼 소개받고 있는 박옥수 씨.
기성교회와 목사들이 성경적이지 않고 올바른 진리도 없다고 주장하는 박옥수 씨와 기쁜소식선교회에 대해 시사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믹리뷰>는 “오직 하나님에게만 기댄 채 한국교회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교회”(2004년 11월 23일자), <경향신문>은 “교회개혁의 선두주자”(2004년 6월 11일자), <일간스포츠>는 “한국교회의 뉴리더”(5월 31일)라고 기사화했다. 특히 박 씨는 ‘조·중·동’으로 불리는 3대 언론사의 <월간중앙>(2001년 4월호), <월간조선>(2002년 4월호), <신동아>(2003년 5월호)에 차례대로 소개되기도 했다.

1985년에 죽은 안상홍 씨를 하나님이라고 주장하는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안증회)도 언론의 단골 손님으로 자리하고 있다. 안증회는 작년 한해에만 스트레이트성 기사 형태 등으로 신문·잡지·TV·인터넷언론 등에 60여 차례나 보도됐다. <경인일보>는 “국내외 어려운 이웃돕기 앞장”(2004년 11월 24일), <한국일보>는 “하나님의 교회 26명 포상”(2004년 8월 26일) 등의 제목으로 기사화했다. 하나님의 교회의 어머니라는 장길자 씨의 훈장 수상, 환경정화 운동, 이웃돕기 등의 단순 사실 보도 형식을 취한 경우가 주류를 이뤘다.

보혜사라는 이만희 씨측도 <경인일보>가 “교단전체가 사회봉사 나섰죠”(2004년 10월 6일), <중부일보>가 “무료로 성경 가르쳐 주는 신학원 운영”(2004년 10월 30일)이란 내용으로 소개했다. 1999년 신도들의 MBC 방송국 난입사건 이후 언론에 잘 등장하지 않던 만민중앙교회의 이재록 씨도 언론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주간지인 <시사포커스>가 작년 12월 17일 커버스토리로, <월요신문>이 “폭발적인 성령의 권능의 역사가 나타나고 있는 만민중앙교회”(2004년 11월 21일)란 제목으로 이재록 씨와 관련한 내용을 다뤘다.

▲ 사회 봉사하는 종교단체로 소개된 신전지.
일반 언론의 입장에서는 기독교나 이단이나 같은 종교 중의 하나일 뿐이다. 더구나 이들에게 있어 이단단체의 반사회성에 대한 인식이 없는 한 홍보적으로 소개하는 데 하등 문제가 안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보도행태에 대해 한국 기독교계가 어떤 목소리도 내지 않고 있는 것도 일반 언론의 이단 띄우기가 계속되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단단체와 관련한 기사를 쓴 일반 언론사의 한 기자는 “기독교계에서 이단으로 취급하는 단체에 대해 기사를 썼지만 기사를 쓴 후 항의가 4, 5건 정도 들어왔을 뿐 큰 문제를 삼는 사람은 없었다”며 “항의하는 내용도 ‘그곳은 이단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감정적인 이유일 뿐이었다”고 말한다.

늘어만 가는 일반 언론의 이단 관련 홍보성 기사에 대해 기독교계의 지혜로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진용식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단대책위원회 부위원장)는 “이단문제로 상담을 하다 보면 이단단체 신도들이 자신들을 호의적으로 보도한 신문기사를 갖고 다니는 경우를 많이 본다”며 “언론에 소개되는 공인된 단체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였다”고 지적한다. 일반 언론에 소개된 내용이 기성교인들을 미혹하기 위한 효과적 포교곂ズ?수단이 된다는 지적이다.

일반 언론의 이단보도행태에 대해 침묵할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를 대표할 수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 등 교회연합기구를 중심으로 실효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경기도 영통 인근에서 목회하는 정재현 목사(새순교회)는 “기독교계가 이단으로 규정하고 교류하지 않는 인물을 일반 언론이 미화하는 모습을 보고는 너무도 분개해 고발 문제를 놓고 변호사와 상담을 한 적이 있을 정도였다”며 “한 사람의 힘으로는 안 되니 한기총 이단대책위원회(이대위), 교회협은 물론 교단 총회 이대위와 지역기독교연합회가 힘을 합쳐 이단보도행위에 대해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 언론이 기독교계의 보편적 정서와 교리적 차이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조차 확인하지 않고 기사와 광고를 게재하는 현실을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중앙대학교 이상철 교수(신문방송학)는 “일반언론은 기독교의 교리적 차이나 이단논쟁에 대해 모를 뿐만 아니라 관심도 없다”며 “결국 이단으로 규정한 해당 기독교 단체가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기사나 효과적 홍보 방법을 동원해 충분히 알리고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단으로 규정하는 데서 소임을 끝낼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을 체계적으로, 꾸준히 알리고 일반 언론에 어떻게 소개가 되는지 관심의 끈을 놓치 말라는 뜻이다.

박영근 대표(아담재, 전 한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일반 언론이 이단단체에 대한 기사를 쓸 때 단순사실 보도만 하고 이단단체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는 보여주지 않는 진실치 않은 기사를 쓰는 경우가 있다”며 “기독교계가 그러한 편파적인 보도를 잘 파악해서 균형 잡힌 보도를 하도록 정보를 주고 때에 따라 강력하게 요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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