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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읽어봐요,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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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읽어봐요, 재미있어요”
  • 정윤석
  • 승인 2004.04.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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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있는…’ 출간한 오경준 목사

‘“성경책을 소설 읽듯 재미있고 편하게 읽어요.” 최근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 성경에는 없다>(홍성사)라는 책을 통해 성경 읽기에 재미를 붙여주고 있는 오경준 목사(39)의 성경 읽는 방법이다. 공원 벤치에서, 친구들을 기다리면서, 또는 영화를 보기 위해 잠시 시간이 났을 때, 소파에 누워 편한 마음으로 펼쳐드는 소설처럼 성경을 펴서 읽는다는 얘기다. 거룩한 경전인 성경을 소설 읽듯 하라니 당장 ‘불경스럽다’고 지적하는 성도들도 있겠지만 오 목사의 얘기를 들어보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성경을 안 읽는 성도들이 많아요. 잘 안 읽으면서 한 번 읽으려고 마음 먹으면 너무 심각하게 시작을 하곤 합니다. 하루 할당량을 채우는 데 급급하다보면 성경이 갖고 있는 내용과 재미가 반감되고 내용이 기억도 안 나게 되죠. 그러다 작심삼일이 되고….”

이런 차원에서 오 목사는 한 단락을 읽더라도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마음에 그려보고 그 다음에 어떤 장면이 연출될 지 기대하며 읽으라고 조언한다. 성경을 읽는다며 자세를 딱 잡고 시작할 게 아니라 누워서, 재밌게 편하게 읽다보면 어느 순간 눈에 이슬이 맺히게 하는 것이 성경의 힘이라는 얘기. 편하게, 자주 접하다 보면 차츰 성경의 진리가 성도들을 변화시킨다는 믿음이 오 목사에게 있다.

물론 오 목사의 성경 읽는 방법은 재미에서 끝나지 않는다. 재미에 의심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경 말씀을 읽으면서 “왜 이랬을까, 진짜 그런가?” 등 이성의 작용을 통해 질문하고 의심하다보면 그 다음에 연구를 하게 되고 결국 하나님께 무릎꿇게 된다는 것이다. 오 목사는 이 순간을 “신비의 세계로 가는 출입문”이라고 표현하며 “하나님의 영적 권능은 질문과 의심이라는 관문을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의사로 알려진 누가도 예수님의 모든 일을 근원부터 자세히 살폈다고 했어요. 누가가 예수님의 동정녀 탄생에 대해 누구보다도 상세하게 기록했죠.”
오 목사는 한국교회에 성경에 대한 바른 깨달음과 진리에 대한 대화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목사, 신학교 교수들뿐만 아니라 주일학교 교사와 성가대, 모든 교회의 성도들이 성경읽기와 묵상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풍성하게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 목사가 보는 한국교회의 현실은 이와 반대다. △성도들 중에 성경읽기와 설교 듣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성경읽기를 게을리하면서도 성경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 선입견, 성경을 대충 알고 있는 성도들이 허다하다 △처음에는 말씀에 흥미를 느끼던 새신자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기존신자들의 이런 모습에 동화된다 △아는 설교 본문을 채택하면 어떤 설교를 할지 다 아는 척한다는 것이다.

이런 성도들에게 성경이 재밌고 무궁무진한 영적 진리가 담겨 있다는 것을 한시라도 빨리 깨닫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경에 담긴 더 나은 깨달음을 추구하며 오 목사는 현재 연세대학교대학원에서 신약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이 과정을 거치기 전 오 목사는 남다른 경험도 많이 쌓았다. 서른이 되기 전부터 교회를 개척해 9년 정도 목회를 했다. 작은 교회 2, 3개가 연합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은 담임 목사직을 내려놓고 동기 목사와 교회를 합친 적도 있다. 너무 젊을 때 목회를 해서 고정화되고 딱딱해지는 자신을 개혁(?)하기 위해 생활 전선에도 뛰어 들어 보았다. 학원강사, 꽃 배달, 퀵 서비스, 정보지 배송 등등. 이런 경험을 통해 오 목사는 ‘삼팔선’(38세가 되면 직장에서 선선히 물러나라는 은어)이란 말을 실감했다. 자신의 나이가 교회 내에서는 적은 나이지만 직장에서는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며 성도들의 힘든 신앙생활을 몸소 겪었다. 한국교회에 성경읽기에 재미를 불어넣어 준 오 목사는 “지금 한국교회는 쉬어야 할 때”라며 “앞으로 나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은데 말씀으로 교회를 재정비하고 차분하게 앉아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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