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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에 짓밟힌 가정 어디서 되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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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에 짓밟힌 가정 어디서 되찾나…
  • 정윤석
  • 승인 2005.02.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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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피해자의 한맺힌 절규

유통업을 하는 김진한 씨(가명)의 삶은 아내가 이단종파에 빠진 후 풍비박산 됐다. 종교문제로 아내와 이혼한 후 두 자녀를 혼자 키우고 있는데다 아내가 소속한 이단단체로부터 수없이 제기되는 법정소송에 끊임없이 시달려 온 것이다. 수십여 차례에 걸친 검·경찰에서의 조사로 그는 생업조차 유지할 수 없는 지경으로 내몰리기까지 했다. 그 때마다 새 생명을 주신 하나님과 자신만 바라고 사는 두 자녀를 버팀목 삼아 견뎌냈지만 그가 이단종파로 인해 겪은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필설로 다할 수 없는 김 씨의 6년간의 악몽같은 시간들을 지면에 옮긴다.   <편집자주>

 김 씨의 아내가 교주를 하나님이라고 주장하며 지구의 종말을 부르짖는 이단종파에 빠진 것은 1999년이다. 이때부터 아내는 철저하게 가정생활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구원의 진리를 발견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이단단체 내에 있는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하루 종일 맡기고 아침부터 오후까지 계속되는 포교활동에 전념했다.

가정생활은 점점 엉망이 돼갔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내는 보이지 않고 두 자녀만 김 씨를 맞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단종교에 심취한 아내는 지구의 종말을 대비해야 한다며 컵라면, 초콜릿, 부탄가스, 침낭 등이 담긴 물품박스를 40~50만원 어치를 구입하기도 했다.

어느 날은 김 씨가 퇴근해서 집에 들어갔을 때 그녀가 프라이팬에 누룽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무슨 일로 누룽지를 만드느냐고 묻자 그녀는 “종말이 오면 식품을 살 수가 없으니 나중에 물로 끓여 먹을 식량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렇게 만든 누룽지가 한 부대였다. 아내의 종교생활은 그렇게 남달랐다.

‘이건 아니다’는 판단에 2년 동안 4번을 이사했다. 이사하면 그 종교단체가 없을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내가 소속한 이단종파는 수백 개의 지부가 있는 전국규모의 조직이었다. 이제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아내에게 별거를 하자는 극약처방을 내 놓았지만, 이 방법은 오히려 아내가 이단종교에 더 깊게 빠지는 계기가 됐다.

종교 문제로 아내와의 다툼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고 아내 앞에 무릎 꿇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사정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때론 “너 죽고 나 죽자”며 완력을 쓰고 거친 언사도 퍼부었지만 아내는 요지부동이었다.
 
어느 날, 이단 단체에 가겠다는 아내를 힘으로 막고 나섰다. 아내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리고는 경찰들 앞에 언제 떼어 놨는지도 모를 진단서를 내밀었다. 예전에 밀치고 손찌검을 했을 때 병원에서 진단서를 떼어 놨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김 씨는 상습적으로 아내를 폭행하는 사람으로 몰려 경찰서에 끌려갔다.

조사를 마치고 경찰서를 나오는 날, 세상은 김 씨에게 암흑 그 자체였다. 결국 김 씨는 상습폭행에 가정폭력문제로 아내와 이혼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그런데도 아내는 양육에는 한 치의 미련도 없이 두 자녀를 놔두고 떠나버렸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아내와의 이혼 후에는 이단단체 측으로부터의 법정소송이 김 씨를 괴롭혔다. 그동안 아내를 그 이단 단체에 가지 못하게 하는 과정에서 나온 비판 등의 행동이 명예훼손이라는 이유에서다. 지금까지 받은 경찰 조사만 40~50회다. 1천700여 명이 일시에 고소한 적도 있고, 2만 5천명이 고소를 한 적도 있다. 오전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조사를 받기도 했다.

자연스레 생업에도 문제가 생겼다. 수없이 경찰조사를 받으러 다니며 송사에 휘말려 있는 그에게 일을 맡길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 씨의 매형도 재판에 연루가 돼 고생하다가 심장병으로 별세했다. 잘 유지됐던 집안 모임은 사라졌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은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다. 현실을 잊고 싶어서였다. 술 없이는 잠을 못 이룰 때도 있었다. 그렇게 그의 삶은 저 바닥까지 망가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김 씨는 한 목사님으로부터 복음을 듣고 예수를 구주로 영접하게 된다. 아무런 대가없이 자신을 사랑하는 하나님의 사랑을 알게 된 것이다.
현재는 영원히 살 수 있는 소망과 꿈을 갖게 됐다.

김 씨는 지금도 좋은 일이 있을 때면 아내 생각이 난다. 그녀의 마음이 지금이라도 돌아서기만 한다면 모든 것을 덮어주고 받아줄 마음이 있다. 아내가 미운 것이 아니라 사람의 영혼을 황폐화시키는 이단단체의 악한 행위들이 미울 뿐이다.

김 씨는 “한국사회가 어떻게 종교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가정을 파괴하고 자녀들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주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 수 없도록 만드는 그런 종교를 허용하는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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