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최성규 목사)가 ‘보수꼴통’이라는 일부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포용력 있는 보수로 변신하기 위해 부심 중이어서 주목된다.
한기총은 3월 17일~18일 양일간 강화도 성산 예수마을에서 임원들과 위원장 등 주요 인사 17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정책협의회를 열고 한기총의 정체성과 관련한 심도 깊은 논의와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같은 정책협의회는 한기총이 설립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자리에서 최성규 대표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국내에서는 ‘중간’, ‘중도’를 얘기하면 회색분자로 낙인찍히는 바람에 중용을 말하는 사람이 적어졌다”며 “한기총이 명실상부한 한국기독교의 대표적 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보수는 물론 진보 진영의 옳은 주장에 대해서도 수용하며 중용을 지켜가는 기관이 돼야 한다”고 한기총의 향후 정치적·사회적 지향성을 설명했다.
이러한 방향설정은 보수적 신학을 견지하면서도 대사회적·정치적 이슈와 관련해서는 극단을 피하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겠다는 의미라는 게 한기총측의 설명이다. 이는 한기총이 이미 사회적으로 한국기독교를 대표하는 핵심 기관으로 인식되는 현실에서 ‘선교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한다는 평가다.
이번 정책협의회에 참석한 한기총 기독학생운동본부장 고직한 선교사는 “한기총이 아직까지는 사람들에게 수구보수적 이미지로 통하지만 복음주의적 젊은이들의 견해들을 포용하는 기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한기총이 한국기독교를 대표하는 기관이 되기 위해서 좌나 우로 치우치는 극단을 피하겠다는 발상은 매우 중요한 결정이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경석 목사(인권위원장)도 “한기총의 시대에 발맞춰 가려는 의지를 높게 평가하고 싶다”며 “사회적·정치적 이슈와 관련, 다양한 목소리를 인정하고 포용하고 끌어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기총은 최근의 변화 의지에 따라 올해 신설한 10여 개 위원회의 위원장들을 대부분 ‘서울 시청 앞 기도회’ 이미지와는 다른 인사들로 포진시켰다. 가정 사역위원장에 송길원 목사, 인권위원장에 서경석 목사, 목회자 훈련원장에 이동원 목사, 기독학생 운동본부에 고직한 선교사, 교회연합성장연구원에 오정현 목사를 선임한 것이다.
그러나 한기총이 중도포용적 보수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넘어서야 할 산도 많다. 전병금 목사(기장 전 총회장, 강남교회)는 한기총 정책협의회에서 ‘한기총의 역할-한국교회 부흥과 연합을 위하여’란 주제로 강연하며 한기총이 △미국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비판과 충고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도덕성 회복을 통해 사회의 양심세력으로 나서야 한다 △개교회주의와 교파주의를 지양하고 연합교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번 정책협의회에서는 이수영 목사(새문안교회)가 한국의 미래-선교120년의 조명과 미래전망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개회예배에서는 백도웅 총무(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축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