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0 10:51 (토)
기도원 침투 ‘영혼 사냥’
상태바
기도원 침투 ‘영혼 사냥’
  • 정윤석
  • 승인 2002.08.0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단 사이비단체 기승… “재림예수가 왔다” - “성경공부 하자”


기도원에까지 이단 사이비 단체들이 포교의 손길을 뻗치고 있다. 삶의 문제를 해결받기 위해 기도원을 찾았다가 오히려 영혼의 큰 위기를 겪게 되는 성도들이 속출하고 있다. 특별히 요즘 기도원을 무대로 ‘영혼 사냥’에 기승을 부리고 있는 자들은 주로 교주 이만희 씨를 보혜사 성령이라고 믿는 시온기독교신학원(무료성경신학원)측, 종말론이단 여호와새일파 등인 것으로 확인됐다. 재림예수가 왔다며 그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단체 신도들도 성도들을 미혹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서울 천호동에 사는 이영선 씨는 지난해 가정 문제로 기도원을 다니고 있을 때 자신에게 접근한 사람을 따라갔다가 시온기독교신학원측에 빠진 경우이다. 당시 이 씨에게 접근했던 사람은 “어젯밤 꿈에 기도원에서 여자를 만나는 환상을 하나님이 보여 주셨는데 당신 같았다”고 유혹했다. 그 유혹을 따라 이 씨는 시온기독교신학원에서 성경공부를 하고 이만희 신도가 되어버렸다. 현재 이 씨는 경기도 청평 인근의 기도원을 다니며 주로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고 어두워 보이는 사람’에게 접근해 자신이 당했던 미혹의 길을 그대로 권유하는 인생을 살고 있다.

서울에서 전도훈련 간사로 활동하던 신현미(가명) 성도는 지난 5월 서울 강북에 있는 모 기도원을 찾았다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따라가 서울역 부근 모처에서 15일간 합숙하며 성경공부를 한 후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남자친구인 조재영 씨가 경찰에 실종신고까지 하고 백방으로 알아보다 결국 신씨를 찾아낸 곳은 부산 금정구 소재 O선교회. 그녀는 단 며칠만에 “선교회에 안 가면 내 영이 죽는다”, “천국에 들어가는 사람은 14만 4천명이다”, “성경에 나오는 모든 율법을 지켜야 구원된다”고 말하는 등 정통교회의 구원관과는 전혀 다른 주장을 하며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경기도 가평에서 목회를 하는 오종만 전도사는 청평의 한 기도원에서 성경을 묵상하던 중 자신의 신분을 선교사라고 밝히며 접근해온 이단을 경험했다. 선교사라는 사람은 에스겔, 스가랴, 계시록 등 주로 예언서에 나오는 환상의 의미를 그에게 묻고 “성경은 서로 짝이 있다”는 등의 말과 함께 “궁금하면 한번 찾아오라”면서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기자가 이 번호를 입수해 직접 그 선교사라는 사람을 만나보았다. 자신을 ‘보수합동’ 소속이라고 밝힌 그는 “시대별로 구원자가 있다”, “진리의 영을 받은 또다른 보혜사를 만나야 한다”, “재림예수가 이 땅에 와 있다”는 등 황당한 주장을 했다. 재림예수를 만나게 해달라고 하자 “일단 성경공부를 하지 않으면 만나도 소용이 없다”며 “2개월 정도 성경공부를 하자”고 제의했다.

기자가 최근 기도원들을 취재하며 만난 성도 40여 명에게 “이단 집단이나 문제가 있어 보이는 단체 사람들로부터 상담이나 성경공부를 제의받은 적이 있는갚라고 질문한 결과 그 중 10여 명이 “직접 경험은 하지 못했지만 그런 사례가 있다고 들어본 적 있다”고 말했으며 2명은 “직접 그런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단대책위원회 이용호 위원장(서울영천교회)은 “교회에서 교리교육을 강화하고 이단에 대한 개괄적 교육을 통해 성도들의 영적 면역성을 키워야 한다”면서 “기도원 또한 관심을 가지고 이단단체 신도들의 기도원 유입을 막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도원을 무대로 한 이단들의 포교활동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주요 기도원들도 나름대로 대책 마련에 부심중이다.
강남금식기도원(원장 김성광 목사)은 입구 표지판에 “본원 교역자 외에는 상담이나 안수기도를 금한다”고 써놓은 한편 매일 예배시간 광고 때마다 이 내용을 주지시킨다. 영락기도원도 유인물을 뿌린다든가, 개인 면담을 해서 신도들을 어디론가 데려가려는 사람들은 발견 즉시 하산 조치를 취하는 등 미혹의 손길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도원 관계자들도 모르게 진행되는 이단들의 은밀한 포교활동을 모두 막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강남금식기도원의 한 관계자는 “문제있는 단체나 이단들의 침투를 막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많게는 2천명씩 찾아오는 성도들에게 은밀히 다가가는 이단들과 문제 단체들을 일일이 식별해 막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문제단체들을 가려내고 접근을 막는 것은 성도들 개개인의 몫인 셈이다.강남금식기도원에서 10여 년 동안 교역자 생활을 해온 정일채 목사(교무부장)는 “성도들이 기도원에 왔다가 미혹에 빠져 ‘돌이킬 수 없는 덫’에 빠진 몇몇 경우를 알고 있다”면서 “이단에 미혹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도원 담당 교역자나 인솔 교역자 이외의 사람들과는 상담이나 성경공부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남금식기도원 입구 표지판에 기재된 금지사항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