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비실명제 게시판 문제에 대한 박영근 교수(아담재 대표)의 생각은 단호하다. 이제는 익명의 가면에서 나와 자신의 입장을 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 실명제 게시판 글 쓰기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생각이다.
박 교수는 그 동안 익명 게시판이 수직 커뮤니케이션 사회에 수평·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한 혁명적 역할을 감당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익명 게시판이 지금까지 많은 장점으로 사람들의 속을 후련하게 틔워줬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일이 끝나면 사람들이 회식을 하며 직장이나 상사에 대해 소위 ‘씹어대는’ 문화가 있었죠. 그것이 그대로 익명의 게시판으로 옮겨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문화가 정치까지 변화시켰어요. 노무현 씨가 대통령이 되자 영국의 가디언지는 세계 역사상 최초로 대한민국에서 인터넷 대통령이 선출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모두 인터넷 게시판과 네티즌들의 힘으로 이룬 혁명이죠.”
그러나 박 교수는 한 나라의 대통령과 평검사가 만나 ‘막가는’ 말을 할 정도로 의사소통이 활발한 시대인데 더 이상 익명의 가면을 쓰고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떳떳치 못하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익명을 빌미로 건전한 비판이 아니라 조소를 퍼붓고 비아냥과 욕설을 하는 것은 크리스천들의 신앙양심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교회의 개혁은 고사하고 서로의 감정만 상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OECD가입국 중 우리나라의 인터넷 가입 숫자가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이젠 우리 사회를 ‘정보화 사회’가 아니라 ‘정보사회’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익명 게시판은 전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신분을 밝히고 떳떳하게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는 성숙한 인터넷 문화 정착이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한 박 교수는 익명의 교회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건전한 비판풍토마저 퇴색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