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공조, 안보위해”… 전투병 파견 주장
한기총, 미묘한 문제 찬·반 입장 안 밝혀
‘주한미군철수반대일천만서명운동본부’(서명본부·본부장 김한식 목사)를 비롯한 금란교회(김홍도 목사), 사랑제일교회(전광훈 목사) 교인 1천여 명은 3월 28일 해병전우회 등 우익 단체들과 함께 국회 앞에서 ‘파병지지 집회’를 열며 한국군의 이라크전 파병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이날 거리 집회를 주도한 서명본부의 김한식 목사는 “한국군의 이라크 전 파병은 한·미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북한 공산세력을 막고 안보를 견고히 하기 위해선 파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또 “후세인과 그의 정권은 생화학 살상무기를 개발하여 쿠르드족 5천여 명을 몰살시켰다”고 주장하고 “김정일과 같은 독재자인 후세인을 옹호하고 한·미 동맹을 저해하는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는 다음 총선에서 강력하게 저항할 것을 결의한다”고 천명했다.
시민단체들이 파병을 ‘지지한’ 국회의원들에 대해 낙선운동을 전개할 것이라는 주장과는 반대로 서명본부측은 파병을 ‘반대한’ 국회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파병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겉으로는 평화를 주장하지만 속으로는 ‘반미’를 주장하는 사람들”이라며 “결국 이라크 전쟁을 빌미로 한·미 동맹관계를 깨뜨려 이 땅에 제2의 6·25를 불러들이려는 세력”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김 목사 등과 함께 파병 지지를 주장하며 나선 한사랑선교회·금란교회·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은 집회시간 동안 파병 지지 구호를 외쳤다.
이 날 한켠에서는 파병을 반대하는 시위대의 집회가 열렸다. 서명본부측은 이들이 평화를 주장하면서도 시위 방법은 매우 거칠었다고 비난했다.
서울 시청앞에서 ‘반핵반김(反核反金)자유통일 3·1절 국민대회’를 주도하며 우익 진영을 결집시키는 데 앞장섰던 김상철 변호사(전 서울시장, 머릿돌교회 장로)는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은 세계의 평화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고 이라크의 독재자인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고 민주 정부를 세우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은 미국의 군사 동맹국으로서 이 전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참전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그는 이번 전쟁을 미국이 이라크의 석유를 지배하기 위한 ‘석유전쟁’이란 지적에 대해 “미국 정부가 이라크를 그대로 좌시한다면 이라크는 중동의 주도권을 갖게 되고 석유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국제 질서를 위협하는 독재자의 수중에 ‘석유’가 들어가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꼭 필요한 전쟁”이라고 역설했다. 김 변호사는 이런 전쟁에 비전투병만 파병할 것이 아니라 특전사 등 실제 전투병력도 파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만약 지금 파병을 하지 않는다면 장차 한반도에 위기가 왔을 때 어떻게 미국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겠느냐”며 “현재 주한미군도 필요없고 앞으로 미국의 어떤 군사적 지원도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파병반대를 계속 외쳐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독교계의 일부 우익 진영이 이라크 파병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반면 정작 보수측의 대표적 연합 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길자연 목사)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한국군 파병에 대해 아직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와 교계의 각종 현안에 대해 즉각적으로 성명을 발표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했던 한기총이 유독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표명도 하지 않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기총이 반전여론을 의식하여 이라크침공과 파병을 지지하는 ‘내심’을 섣불리 내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속 교단과 단체들의 복잡한 시각 차이를 감안하여 한기총 본부측이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한편 서명본부의 김한식 목사는 3월 29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후세인과 같이 반인륜적인 독재를 자행하고 침략 야욕을 불태운다면 미국이 북한과도 ‘의로운 전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목사는 “꼭 전쟁을 하자는 얘기는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