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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종말론에 대한 깊은 성찰과 반성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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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종말론에 대한 깊은 성찰과 반성 있어야
  • 기독교포털뉴스
  • 승인 2021.04.28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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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윤실 코로나19와 한국교회 연속토론회, 3주차 주제는 '종말론'
기윤실 연속토론회에서 발제하는 조주희 목사
기윤실 연속토론회에서 발제하는 조주희 목사

새벽 3시30분이었다. 모두가 잠든 야심한 시각, 조주희 목사(기윤실 공동대표, 성암교회)의 휴대폰이 울렸다. 교회 성도였다. 목회자들은 이 시간에 전화벨이 울리면 잔뜩 긴장한다. “여보세요”하고 전화를 받았더니 성도는 즉시 전화를 끊었다. 매우 의아하면서도 불쾌했는데 그 이유는 다음날 밝혀졌다. 그날 새벽에는 비가 오고 천둥이 치고 바람이 불었다. 이 성도, 주의 재림의 때가 이런 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잠들지 못했고 ‘내가 휴거되지 못하면 어떡하나’하는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힌 채 있다가 조 목사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목사가 휴거가 됐는지 안 됐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목사가 휴거되지 않은 걸 확인하고서야 그 신도는 마음이 좀 놓이게 됐다고. 자신만 이 세상에 버려진 건 아니었다는 확인이 필요했던 것이다.

코로나19상황속에서 한국교회의 종말론 이해에 심도 깊은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백종국 대표)이 2021년 4월 16일 진행한 ‘코로나19와 한국교회 연속토론회’에서 3주차 주제는 ‘빗나간 종말론에 근거한 열정, 현실에 뿌리박지 못한 신앙’이었다. 이 자리에서 조주희 목사(기윤실 공동대표)는 ‘종말론 해석이 코로나 정국에서 한국교회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발제했다. 특히 그는 한국교회에 세대주의종말론이 끼친 긍정적·부정적 기여에 대해 조명했다. 긍정적인 요소는 △구한말, 한국에 들어온 선교사들이 대다수 세대주의 종말론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로서 초기 한국교회의 선교활동과 교회 확장에 기여했다 △문자주의로서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경외하고 신뢰하게 했다 △오직 은혜로만 구원받는다는 구원론을 강화했다 △재림에 대한 기대와 종말론적 신앙을 갖게 했다고 제시했다.

반면 부정적 요소도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 목사는 늘 들림받았느냐 안 받았느냐, 심판의 대상인가 아닌가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교회와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직접 연결된 게 적그리스도의 존재라는 시각이 문제다. 어떤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사건의 배후가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으로 직결돼 쉽게 음모론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혹시 적그리스도의 세력이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고 이 세력이, 또는 저 세력이 적그리스도라는 규명을 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고 한다. 코로나19상황에서 빌게이츠가 적그리스도라는 주장처럼 누군가를 적그리스도로 지목해야 평안해지는 이상한 현상이 발현된다는 것이다.

교회도 구분하고 세상 밖도 그렇게 이분법으로 나누게 되면 세상에서 나오는 가치있는 이야기조차 아직 구원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무지하고 미련해서 하는 얘기라고 치부하며 교회와 세상을 분리하게 된다고 그는 분석했다.

한 신도가 오후 6시만 되면 예배당에 나타났다. 신앙이 참 좋은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대화해보니 “세상엔 마귀가 가득해서 내가 영이 흐려져서 그냥 잠들 수가 없어서 기도하며 영을 깨끗하게 한 후에야 쉴 수 있다”고 했다. 과연 이런 성도들이 세상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가 있을까? 이원론에 기반한 신앙은 세상에서 바른 그리스도인으로서 역할할 수 없게 된다고 비판했다.

세대주의 종말론의 매력 중 하나가 대환난을 참되게 신앙생활하는 사람들은 겪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세대주의적 전천년설은 참 신도들은 대환난을 겪지 않는 대신 남은 자들이 겪는 대환난 자체의 끔찍함을 매우 강조하는 특징을 보인다. 그래서 지나친 강조들이 성도들을 공포로 몰아가게 된다. 그 대환난을 피해 성도들은 휴거하게 되고 세상은 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설명한다는 점에서 세대주의적 전천년설에 깊게 함몰되는 게 자신의 신앙의 안전을 보전하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세대주의적 종말론은 코로나19에 대해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이게 된다고도 했다. 세계적 전염병을 재림의 전조로 파악해 방역을 영적 문제로 진단하며 그것을 거부하는 게 참 신앙인 것처럼 적대시하게 된다는 것이다. 백신도 적대세력이 가진 음모의 하나로 보게 되면 결코 협조적이지 않게 된다. “교회에서 QR코드를 안 찍으려 하는 사람이 있어서 왜 그러냐 물었더니 짐승의 표라고 하더라. 세상이 이해하기 힘든, 무지한 집단처럼 내몰리는 이유가 잘못된 종말론에 기초한 결과다.”는 게 조 목사의 비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종말론에 대한 재해석과 점검이 필요하다고 조 목사는 지적했다. 한국교회 성도들의 윤리적 수준이 낮아서 비윤리적이기보다 신학에 대한 왜곡 현상이 나타나거나 성경해석에 대한 오류들이 비윤리성을 강화시킨다고 꼬집었다.

“윤리적이라고 하는게 사회와 공유하는 지점이 있다. 이건 윤리적이다, 비윤리적이다고 나눌 수 있는 지점이 있는데 그 기준에서 볼 때 한국교회가 떨어져 보인다는 점이다. 어떤 교회의 목표는 ‘상식이 통하는 교회’였다. 한국교회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가진 표어인데 비상식적 요소 중 하나가 종말론에서 오는 신학적 왜곡과 성경해석의 오류이다. 건강한 종말론을 갖는 것은 한국교회의 과제 중 하나다. 그럼에도 종말론은 기독교의 핵심이다. 건강한 종말론을 취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건강한 종말론을 위해 조 목사는 자신의 신앙에 더 엄격해야 한다, 내일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시더라도 신앙인이 가져야 할 사명은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이다, 교회와 세상을 이분법적인 관점이 아닌 이타적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양과 염소로 구분하는 주체는 우리가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 한분 뿐이라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목사의 발제전 강성호 목사(안양 일심교회 부목사, 고려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 외래 교수)가 ‘빗나간 종말론에 근거한 열정, 현실에 뿌리박지 못한 신앙’이란 주제로 발표했다(발제자료 다운로드 바로가기 http://www.kportalnews.co.kr/bbs/view.html?idxno=40929). 사회는 신동식 목사가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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