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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코로나19 사태 후 한국교회는 대한민국에서 어떤 종교로 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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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코로나19 사태 후 한국교회는 대한민국에서 어떤 종교로 남을까?
  • 정윤석 기자
  • 승인 2020.08.21 2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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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최대 위기 상황이다. 어떤 말을 붙여도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국교회는 절체절명의 위기 가운데 놓여 있다. 한국교회가 전광훈 씨에 대해 목사 면직에 이단 또는 문제인사로 규정하며 선을 그어온 것은 천만 다행한 일이다. 그런데도 한국 시민사회는 교회에 대한 불만과 불신에서 오는 비난을 거두지 않고 있다. 그 중대한 이유는 전광훈 씨의 비상식적, 극우적 난동을 제어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암묵적 동의는 물론 적극적 지지를 한 다수의 정통 교회들이 있기 때문이다. 즉, 전광훈 씨와 한몸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 기독교계 일각의 모습이 결국 비난을 온몸으로 받게 된 중요한 요인이 된 것이다. 이는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먼저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했던 것보다 더 치밀하게 정부의 방역 시책에 협조해야 한다. 보수 기독교의 대표격이 되는 예장 고신·합신·대신이 2020년 8월 21일 함께 성명서를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정부의 방역실패의 책임을 교회에만 돌리는 것에는 유감이지만 그러나 교회를 정치 세력화하는 무리들을 제어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하며 정부의 방역시책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방역시책에 협조하는 것은 요한계시록 13장의 짐승의 표를 받는 것도 아니고, 하나님을 배도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감염병이 창궐한 때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한국교회의 당연한 의무이다. 우리는 두 나라에 살고 있다. 하나님의 나라,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시민 사회에 동시에 살고 있다. 이 사회에서 살고 있는 이상 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의무사항에 누구보다 더 철저하고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금까지 잘해 왔는데 방역의 모든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한다고 볼멘소리를 해도 소용없다. 이전보다 더 치밀하게 해야 한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더 철저한 모습으로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철저한 방역을 지속해야 잃었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다음으로 한국교회는 정치와 신앙을 혼합한 모습에서 떠나 철저하게 정교분리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전광훈이 지금까지 한국교회의 극우보수적 목소리를 대변하는 모습인양 설치고 다닌 이유는 그가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 내려라, 한번 자고 싶다 해보고 그대로 하면 내 성도요, 거절하면 똥이다”(2005년 1월 19일), “나는 하나님 보좌를 딱 잡고 살아. 하나님 꼼짝 마.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2019년 10월 22일)라며 상식적 목사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쓰레기 같은 소리를 내왔음에도 선 긋기를 게을리하고 암묵적 동의를 하거나 정치적 집회에 함께한 기독교 내부의 적극적 동조 세력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쓰레기 같은 소리를 해도 그와 정치적 프레임 속에 있으면 동조해 온 모습이 한국교회에 있지 않았는가. 정치와 신앙을 혼합해서 전광훈을 따르면 하나님을 제대로 믿는 것이고, 전광훈을 반대하면 주사파 빨갱이에 신앙이 없는 사람처럼 매도해 온 게 전광훈 아니던가. 그럼에도 일부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전광훈과 정치적 색깔이 같다는 이유로 그의 이단·사이비적 행각을 철저히 배제하지 못하고 동조하면서 이 문제가 터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교회는 전광훈을 둘러싼 비상식적 행각들이 왜 가능한지 진단해야 한다. 시민들은 한국교회가 지금 신천지보다 더 무섭고 더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광복절 집회에 다녀온 교회 신도들의 모습은 정말 상식적이지 못하다. 불순분자가 바이러스테러를 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보건소의 확진 결과를 믿지 못해 도피한 사람도 있다. 보건서 직원을 껴안고 침을 뱉은 신도도 있다. 사랑제일교회는 명단을 숨기고 방역당국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 이 모든 행위는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비난해온 신천지보다 못하면 못했지 나을 게 하나 없는 매우 무책임하고 부도덕하고 몰상식한 태도다. 갑작스레 쏟아질 비난이 두려워서이기도 하겠지만 그 내면에는 뭔가 현 정부를 뿔 달린 악마처럼 인식하도록 하고 정부에 순응하는 것은 불신앙적이라는 이상한 프레임으로 신도들이 교육받아왔기 때문이 아닌가. 검체를 거부하는 신도들 중에는 “우리를 탄압하거나 허위로 우리를 가두려고 한다”, “정부에서 일부러 사랑제일교회하고 우리 전광훈 목사님을 죽이려고 일부러 확진자 나왔다고 그러는 거고 다 거짓”이라는 의식을 드러내는 신도들도 있다. 이는 하나님의 나라의 백성으로서의 의식뿐 아니라 이 세상 나라에서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바른 관점 또한 균형있게 갖출 수 있도록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처참한 결과가 아닌지 안타까운 심정으로 한국교회는 되물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사회는 신천지의 문제점을 통렬히 지적해 왔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2020년 8월 15일 광복절 집회 후 신천지보다 나을 게 뭐가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 직면하게 됐다. 참으로 비통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한국교회는 1992년 10월 28일 시한부 종말론으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바르게 살아가는 길을 포기하고 피안의 세계로 도피하려는 탈사회적인 사이비의 모습으로 비쳐졌다. 시한부 종말론 후 한국기독교가 개독교로 취급받게 됐다는 의견까지 있다. 이제 전광훈 사태로 한국교회는 다시한번 시한부 종말론으로 공신력이 막장을 치달았던 30여년 전의 상황이 데자뷰되는 현실 앞에 놓이게 됐다. 과연 코로나19가 호전되는 시점에 한국교회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어떤 종교로 남게 될까. 심히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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