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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자의 눈으로 본 신천지의 실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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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자의 눈으로 본 신천지의 실상2
  • 정윤석
  • 승인 2018.11.08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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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라는 악몽에 빠져 있던 신도를 깨어나게 한 한마디

이단 상담소 간사 “나중에 사이비라는 게 깨달아지면 억울할 거예요. 지금 마지막 기회예요.”

정리: 정윤석
교정교열: 정연희
간증: 이지연 집사(가명, 38세 구리초대교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다고 할 수 있는 1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신천지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했다. 비록 나는 나쁜 것들을 실천하며 살았던 사람이지만 이 간증을 통해 신천지가 왜 이단인지, 왜 절대 그곳에 빠져서는 안 되며, 이단 예방이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알리고 싶다.

신천지에는 실상이란 교리가 있다. 나는 1년 6개월 동안 보고 느낀 신천지 내부의 실상에 대해 말하려 한다. 나는 세 자녀의 엄마다. 그런 내가 신천지에 미혹되어 아이들만 집에 남겨둔 채 가출을 감행했었다. 질풍노도 시기의 청소년도 아닌데 말이다. 나는 신천지의 교리에 중독돼 신천지 신앙을 지키지 않으면 가족들이 모두 구원받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4개월 동안 신천지에 숨어 버렸다. 보다 못한 남편이 이 사실을 CBS에 제보했고, 그 후로도 다시 4개월을 버티다 이단 상담을 통해 회심을 경험하고 나서야 완전히 돌아올 수 있었다. 이렇게 간증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다.

같은 교회 구역장으로부터 시작된 신천지 사기 포교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친구의 전도로 교회를 다녔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말씀을 잘 듣는 착한 아이로 곱디 곱게 자라 27살에 결혼해 세 자녀를 낳았다. 나는 남편과 시어머니 그리고 큰딸 서연(가명, 11세)이, 둘째 딸 수연(가명, 7세)이, 막내 동연(가명, 3세)이와 함께 교회를 다녔다.

나를 신천지로 포섭한 인물은 같은 교회를 다니던 구역장이었다. 교회마다 속장, 셀장, 목자 등 명칭이 다른데 내가 다니던 교회에선 ‘구역장’이라 불렀다. 그녀는 교회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봉사하는 분이었으나, 3년전쯤 먼저 신천지로 포섭되었고 나를 미혹하기 위해 2~3년 동안 공을 들였다.

나는 유독 입덧을 심하게 했다. 큰딸 서연이를 임신했을 때도 6개월 동안 입덧을 하며 피를 토했고 출산 후 겨우 잠잠해질 때쯤 둘째 수연이를 임신했다. 그리고는 막내까지 10년 동안 아이들을 키우며 육아를 홀로 담당해야만 했다. 남편은 일하느라 육아를 함께 할 여력이 없었고, 나는 점점 고립되고 힘이 들었다. 신천지는 이런 때를 절대 놓치지 않았다.

▲ 이만희 교주 사진 아래서 기념 촬영을 한 신천지 신도들

처음 그녀가 나를 신천지로 포섭하려 한 것은 갑작스럽게 큰 딸 서연이가 갑상샘 기능 항진증 진단을 받았을 때였다. 구역장이 그 소식을 듣고 손을 뻗쳐 왔다. 막내가 태어난 지 6~7개월이 되던 해였다. 신천지는 ‘이침’이라는 전도 도구를 사용했다. 손에 침을 놓는 걸 수지침, 귀에 놓는 걸 이침이라고 한다. 구역장은 내게 이침 강좌를 듣자고 했다. 자신의 지인의 어머니도 갑상샘 항진증을 앓았는데, 이침을 맞으면서 나았다고 했다. 그런데 마침 좋은 강사가 주민센터로 와서 이침 강좌를 하니 같이 듣자고 했다. 나는 귀가 솔깃했다. 그래서 막내를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서연이와 이침 강좌를 들으러 갔다. 그런데 강사가 강의 도중 큰아이에게 다가오더니 “너는 호르몬 계통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내가 놀라자 그는 자기 홍보를 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이침 협회에 소속돼 있고, 귀를 보면 사람의 체질과 병을 알 수 있다며 침을 놔 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천지 포교 1차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신천지는 어떤 방법으로 포교하든 성경공부로 귀결되는 데, 막내가 6개월밖에 되지 않아 내가 공부할 여건이 안 된다는 게 신천지의 판단이었다고 한다.

1차 시도는 시간을 낼 수 없는 내 형편으로 무산됐지만 거기서 포기할 신천지가 아니었다. 연락이 끊겼다가 구역장이 다시 연락을 해왔다. 이제 2차 시도를 시작한 것 이다. 이번엔 같이 밥을 먹자고 했다. 나로서는 내가 좋아하는 구역장이었고 그녀의 안부가 궁금하기도 했으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녀는 함께 다니던 교회를 떠나 형님이 개척하는 교회로 옮겼다고 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어찌 하였든 나는 구역장을 만나러 나갔다. 식당에는 이미 전략적으로 세팅된 신천지 신도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갔더니 구역장이 있었고 공간 하나를 두고 옆 테이블에 또 다른 신도 A가 앉아 있었다. 구역장은 A를 향해 “어떻게 수서에 사는 분이 광명까지 오셨냐”며 반가워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자 A가 답했다. “제가 힘들 때 큰 도움을 줬던 선교사님이 계세요. 호주에 계시다가 잠깐 한국에 오셨는데, 광명에 머무신다는 소식을 듣고 그분에게 식사 대접을 하러 왔어요.” 내심 A가 만난다는 선교사가 궁금했다. 시간이 좀 지나 선교사라는 사람이 들어왔다. 선교사와 구역장은 서로가 초면인 척 연기를 했다. A와 선교사가 식사를 하고 나는 구역장과 밥을 먹었다. 그러다 서로 교차해서 말을 걸고 대화하는 자연스러운 상황이 됐다. A가 선교사를 띄우기 시작했다. “선교사님은 제 신앙을 세워주신 분이고, 기도를 하면 하나님께서 보여 주는 것들이 많으세요.”

만약 내가 신앙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그 선교사에게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신앙이 있는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신뢰하는 구역장님 지인의 신앙이 힘들 때 세워주신 분인데, 선교사님이신데다 기도도 많이 하는 분이라고 하니 나도 모르게 관심이 갔다. 그 선교사가 나를 보며 말했다. “집사님을 보니 하나님이 사랑하는 분이라는 게 느껴져요. 그런데 하나님께서 사랑을 주시려 해도 집사님에게서 단절되고 막혀 있는 느낌이 드네요.”

선교사의 말에 나는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기도도 많이 못 하고, 성경도 보지 못하는 것이 내 신앙의 현실이었다. 아이 3명을 낳고 자모실과 영아부를 오가며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말씀에 집중하지 못 하고 정신없이 보낸 세월, 확실히 나는 신앙생활을 제대로 못 하고 있었다.

선교사는 “하나님이 말씀해주시고 싶어 하지만 내가 그냥 전해줄 수는 없어요. 하나님께서 말씀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지 기도해볼게요. 연락처는 묻지 않겠습니다. 혹시 하나님께서 응답을 주셔도 A를 통해서 메시지를 전하겠습니다. 우선 기도해보지요. 다만 3가지 과제를 드리고 싶어요. 먼저 남편이 힘들게 해도 싸우지 마세요. 다음으로 하루 중 어느 시간이든 꼭 시간을 정해서 기도하세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데, 오늘 우리가 만난 것을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지 마세요. 미가서 7장 5절에서는 ‘너희는 이웃을 믿지 말며 친구를 의지하지 말며 네 품에 누운 여인에게라도 네 입의 문을 지킬지어다’라고 말하고 있어요. 입을 조심하세요. 좋은일이 있기 전에는 반드시 사탄이 틈 탈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만 들었을 때, “기도하라, 말씀 보라, 남편과 싸우지 마라!” 전혀 나쁜 내용이 없었다. 특히 입의 문을 지키는 건, 힘든 일도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그대로 순종했다. 선교사는 구역장에게 내가 이를 잘 지키는 지 지켜보라고 했다. 보통 신천지에서는 순종 여부를 파악하고 검사하기 위해 이와 같은 임무를 준다고 한다. 구역장을 통해 내가 이걸 잘 지키는지 파악한 후 잘 지킨다면 나는 아주 적합한 포교대상이 된다. 정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과제를 지키자 그 선교사라고 하는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리고 나는 그를 만나러 나갔다. 선교사가 내게 말했다.

“기도하며 환상을 봤어요. 아름드리나무가 있고 열매가 무성한데 안을 들여다보니 다 썩었더군요. 어항도 봤어요. 어항 안에 물고기 두 마리가 있는데 물이 없어 아사 직전이에요.” 선교사는 이것이 구역장과 내 신앙의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물고기가 물이 없어 아사 직전이라는 것은 말씀이 없어 병들어 있는 상태를 뜻하는 것이라며, 하나님께서는 내게 말씀 알기를 원하신다고 말했다. 나도 모르게 수긍했다. 구역장은 ‘지연아 같이 해 보자!’며 성경공부하기를 권했다.

그렇게 복음방을 다니기 시작했다. 복음방 과정에서 처음으로 암송하라 한 구절이 요한복음 1장 1절~5절까지였다. 이 구절을 인용하며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죠? 그럼 하나님을 알려면 뭘 알아야하죠?”라고 선교사(복음방 교사)가 물었다. 즉, 말씀(성경)을 아는 것이 곧 하나님을 아는 것이기 때문에 성경공부를 통해 말씀을 아는 게 곧 하나님을 아는 거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이 말씀을 통해 나는 성경공부를 꼭 해야겠다 결심했다. 그리고 호세아 4장 6절 “내 백성이 지식이 없어 망한다”라는 구절을 강조해서 이 구절 보면서도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중요하구나, 그러려면 성경을 공부해야겠다는 결론을 얻게 했다.

 

실제로 나는 현란한 그들의 성경강연에 혀를 내둘렀다. 창세기, 출애굽기, 요한복음, 요한계시록을 종횡무진 오가면서도, 어떠한 해석이나 주석도 없이 오로지 성경만으로 강연이 진행되었다. 그것은 내게 무척이나 성경적으로 보였다. 어느덧 2주 복음방 과정을 마친 2016년 1월 18일, 나는 센터 입성을 했다. 보통 2~3개월 정도의 복음방 과정을 해야 센터로 옮긴다고 하는데 나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였다. 그만큼 나는 깊고 빠르게 신천지에 빠져 들어갔다. 나는 정말 죽을 만큼 성경공부를 열심히 했다. 센터에서는 분필을 사용하는 흑판으로 강의하고, 나는 학원 의자에 앉아 강의를 들었다.

말씀이 너무 재밌어서 “이곳은 어디입니까?”라고 물으면 그들은 “말씀이 사라진 시대에 원로 목사님들이 이를 안타까워하며 말씀을 재능 기부하듯 가르쳐 주시는 곳”이라고 답했다. 여기서 신천지에 잘 미혹되지 않는 사람의 특징이 드러난다. 첫째로 성경이 하나도 궁금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신천지에 빠질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잠이 많고 게을러! 공부하는 게 싫어! 이런 사람 또한 신천지에 잘 빠지지 않을 것이다. 성경을 읽으면서 헷갈리고 궁금한 게 많아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열정이 가득한 사람, 한번 몰두하면 잠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올인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위험하다.

비유풀이 가르치던 강사, “계시록의 새 하늘 새 땅을 한자로 하면 뭐요?”
신천지에서는 부지런하고 열심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서연이를 학교에 보내고, 둘째 수연이와 막내 동연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나면, 나는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오전 10시까지 센터로 뛰어갔다. 매일매일이 전쟁 같았다. 그런데도 그렇게 열심히 하는 게 너무 재밌었다. 그럼에도 신천지는 그 재밌는 성경공부 자료를 주지 않았다. 학습 목표, 제목과 내용을 모두 열심히 필기한 뒤에도 그 자료는 뒷자리에 놓고 다녀야 했다. 나는 그 공부가 너무 좋아서 칠판을 사진으로 찍듯, 스캔하듯 제목과 학습 목표를 외우고, 복음방 교사에게 매일 요약해서 전송할 정도로 열심히 했다. 장난으로 “이렇게 공부하면 하버드대 가겠구나.”라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센터에서는 비유 풀이에 완전히 세뇌되기 전까지 이만희 교주에 대해 오픈하지 않았다.

신천지에서는 열매 하나를 맺기 위해 (만국을 소성케 하는) 잎사귀가 필요하다며 전도대상자를 “열매”라 하고 옆에서 감시하는 신천지 교인을 “잎사귀”라 한다. 잎사귀는 신분을 철저히 숨기고 옆에서 보고자 역할을 한다. 내 잎사귀 역할을 하던 구역장은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자 바쁘다며 다른 신천지 사람을 붙여 줬다. 그는 매일 성경 구절 암송하는 걸 체크하고 내가 아침에 온 시간, 나와 점심에 나눈 얘기, 저녁에 나눈 얘기를 전도사와 강사에게 보고했다. 그들은 SNS로 카카오톡 보다는 텔레그램이라는 걸 사용했다. 구역장, 선교사, A, 잎사귀, 강사, 전도사 등이 방을 만들어 나에 대해 공유했다. 예를 들어 내가 “여기 이상하지 않아요?”라고 잎사귀에게 말하면 잎사귀는 즉시 텔레그램에 “아무래도 단속이 필요할 것 같음.”이라며 정보를 공유하고 대책을 마련한다.

나에게 이상한 낌새가 감지되면 강사(여기서는 ‘목사’라 칭하지 않고 ‘강사’라고 부른다)가 나를 살짝 부른다. “집사님 요즘 마음 상태가 어때요? 약간 의심이 들어간 거 같은데 하나님이 염려하고 계세요.” 그러면 나는 뜨끔한다. 정말 영성이 뛰어난 분인가 보다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신천지에 잠식당한다. 대화의 채널도 신천지에 집중된다. 매일 성경을 묵상하고 느낀 점, 회개할 점, 감사할 점을 전도사에게 강사에게 전송하라고 해서 그걸 하다 보면 자연스레 신천지 신도들과만 교제하게 된다. 월, 화, 목, 금에는 성경공부를 하고, 수요일, 일요일에는 센터에서 예배, 토요일은 전도를 나간다. 결국 일주일 내내 신천지에 출석하다 보니 나는 그들과만 교제하고 그들과 생활하는 셈이 됐다.

센터에서 입교하려면 한 명의 열매가 필요하다. 전도해야만 입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입교하기 위해 전도를 해야 했다. 그런 내게 한 명이 눈에 띄었다. 그분은 교회에서 열심히 전도를 하다, 시험에 들어 잠깐 쉬고 계셨던 분이었다. ‘좋다, 이 분을 전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나는 두어 번 커피숍에서 그분을 만났고, 그분은 너무도 나를 잘 따랐다. 결국 2016년 6월, 나는 그분을 센터에 입성시켰다. 신천지에서는 신천지 2~3개월 초등과정이 끝나면, 특히 비유 풀이에 세뇌가 됐다고 판단된다면, 그때 “이곳이 신천지 예수교 증거 장막 성전입니다!”라고 오픈한다.

그냥 하는 게 아니라 반드시 비유 풀이에 세뇌돼서 신천지라고 공개해도 시험에 들지 않을 사람이라고 판단이 설 때에라야 그렇게 하는 것이다.

▲ 이지연 집사가 활동하던 구역 식구들과 함께

“성도들이 들어갈 새 하늘 새 땅을 한자로 하면 뭐죠?”
“‘신천신지’인가요?”
“그걸 줄이면요?”
“네?? 여기가 신천지예요?”
“이것 보세요. 신천지가 성경에 있어요, 없어요?”

이렇게 신천지에 가게 되는 것이다.

앞에 개울이 흐른다. 그리고 징검다리가 하나 있다. 다리가 단단한지 단단하지 않은지는 모른다. 그럴 땐 두드려보면 된다. 이단으로 한걸음 나아가봐야 알 수 있다. 그런데 불안하다. 이때 이단들은 성경 구절을 들이민다. “몇 장 몇 절, 나와 안 나와?” “나와요.” “그러면 밟아!” 그다음 징검다리가 있다. 그때도 마찬가지다. 이단은 성경 구절을 들이밀고, 나는 하나하나 돌을 밟아 나간다. 그렇게 개울을 건너다 앞을 바라보면 내 앞엔 어느새 이만희 교주가 서 있는 것이다.

그때는 진리인 것 같고 성경적인 것 같지만 회심하고 보니 자기네가 의도한대로 아전인수격으로 성경을 인용하고 왜곡했다는 게 보인다. 그러나 그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이런 식으로 신천지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열매로 정해서 입교시킨 그분, 일명 ‘열매 집사’는 신천지라고 공개한 순간, “어, PD수첩에 나왔던 사람이네!”라고 외쳤다. 비록 그도 신천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었으나, 열매 집사는 PD수첩에서 보았던 이만희 영상을 떠올렸고 그토록 신천지의 비유 풀이에 세뇌되어왔음에도 더 이상 신천지에 나가지 않기로 결단했다고 한다. 그리고 또한 나를 불쌍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자신만 중단할 게 아니라 ‘신천지인지도 모르고 다니는 이지연 집사를 구해줘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구리 상담소(신현욱 목사)로 전화를 걸었다.

“저는 나왔는데, 나랑 공부를 같이 한 사람이 있어요. 이지연 집사라는 사람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거 같아요. 꺼내줘야 하는데, 어떡하죠?”
“집사님, 이지연 집사라는 사람이 신천지인 겁니다.”
“아니에요! 그분은 가족 3대가 신앙인이고, 남편과 자녀들과 함께 교회를 다니는데 신천지라니요. 그럴 수가 없어요!”

구리 상담소에서는 열매 집사가 담임목사님께 이지연 집사가 신천지라는 걸 알리도록 권유했다. 많은 사람들을 미혹할 수 있고 그래서 교회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래서 열매 집사는 먼저 부목사님께 갔다고 한다. 부목사님께 “이지연 집사라는 사람이 신천지다”고 했더니 당황하시더란다. 나는 이 소식을 듣고 그때부터 교회는 물론 가족들에게 “나, 신천지 아니야. 너무 억울해. 나를 어떻게 신천지라고 하느냐?”라고 눈물을 흘리며 신천지의 피드백대로 거짓말을 했다. 속으로는 피가 마를 정도로 힘이 들었다. 남편이 나를 거들어 줬다.

“좋다! 나도 화가 난다. 어떻게 당신을 의심하느냐? 내가 담임목사님을 만나서 해명해야겠다.” 나는 사실 남편이 목사님을 만나는 걸 원치 않았다. ‘이미 증거가 다 있으니까 나를 신천지라고 할 텐데. 남편이 담임목사님을 만나면 내가 신천지인 것이 탄로가 날 텐데’라며 고민했다. 담임목사님을 만나고 온 남편은 역시나 내가 신천지라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9월 18일 열리는 신천지 만국회의가 얼마 남지 않은 때, 나는 신천지라는 게 탄로가 났다. 새 하늘과 새 땅이 열리면 세상을 호령하는 왕이 돼야 하는데, 친정 부모님이 집을 오가고 시댁에서 매일 찾아 오고, 정말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가족들과는 이미 대화가 되지 않았다. 한 달 동안 가족들은 “그곳이 이단이다, 가지마라,” 나를 말렸고, “아니다 나는 진리의 길을 가야 한다”며 대치했다. 어른들의 싸움과 갈등을 보며 심상찮은 집안 분위기에 아이들은 매일을 눈물로 지냈다.

그러나 나는 서연이만은 내 얘기를 들어줄 거 같아 말했다. “네가 한번 들어봐라! 내가 뭐가 잘못됐니? 내가 말하는 게 옳지 않냐!”며 요한계시록을 가르쳤다. 결국 나는 10월 21일 가출을 감행한다. 이단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가족들의 말을 거절하고 난동을 피웠다. 이미 나는 신천지에서 이단 상담소에 가면 개종 교육을 받고 영이 죽는다는 교육을 받은 상태였다. 가족들이 이단 상담소에서 너를 어떻게 하지도 않을 거고, 만일 감금·폭행한다면 우리가 막아주겠다 하였으나, 소용없었다.

가족들이 나를 상담소로 데리고 가려하자 나는 “사람 살려!”라고 외쳤다. 엄마, 아빠, 남편이 당황했다. 원피스에 청재킷을 입은 나는 원피스가 뒤집혀 올라가도 창피한 줄도 모르고 영이 죽을까봐 온갖 난동을 피웠다. 주변에 민원이 들어갔는지 경찰이 왔다. “가족들을 고소할 거냐?”고 물었다. 나는 “아니다. 다만 이들과 격리시켜 달라, 쉼터로 가겠다”고 말한 후 신천지로 곧장 달려갔다. 2016년 10월 21일 가출 후 4개월 동안 아이들과도, 남편, 친정 부모와도 연락을 끊었다. 이후 나는 아바타처럼 살았다.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순복하라”(롬 13:1)는 말씀대로 ‘순종해야 한다.’는 말을 너무도 많이 들었다. 모세의 영도력에 반역해 반란을 일으킴으로써(민 16장; 26:9~11) 땅이 고라를 삼킨 이야기, 신명기 28장 말씀에서 복은 14절 밖에 나오지 않지만 그 4배에 가까운 15절~68절까지가 저주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때는 너무 무서웠다.

▲ 신천지에 빠진 이지연 집사가 가출했다는 소식을 전한 CBS

어머니 환갑잔치에 드린 선물, ‘특수 감금 남치’ 고소장 통보
가출해서 신천지로 들어간 뒤, 그들의 지시대로 사는 삶이 시작됐다. 10월 25일은 친정 엄마의 환갑이 되는 날이었다. 그날 나는 엄마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충격을 안겨 드린다. 나는 경찰에 엄마를 ‘특수 감금 납치’로 고소했다. 신천지에 빠진 딸이 드린 이상한 환갑 선물이었다. 신천지를 나온 지금은 너무도 어머니께 죄송하다. 평생 효도하며 속죄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처럼 신천지에 빠지면 상상 못 할 어마어마한 일을 저지른다. 신천지 측은 나에게 이혼을 종용했다. “집사님 가족들이 너무 강성이다. 왕 같은 제사장이 되기 위해,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이혼하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부모나 아이는 이혼하더라도 가족들이지만, 남편은 이혼하면 남이 된다. 그러면 남편은 영벌의 길을 가게 되는 거였다. 그래서 이혼도 섣불리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 명의로 남편이 분양받아 준 아파트가 한 채 있었다. 신천지의 한 관계자는 그걸 알고 아파트를 매매해서 현금을 보유한 후 남편에게 이혼을 통보하라는 지시를 했다. 가출한 상태이기에 분양권이 없어서 매매가 불가능하다고 하니 경찰을 대동해서 집에 들어가서 패물과 집 분양권 등 돈이 될만한 것들을 챙겨나오라 했다. 그런데 그럴 수는 없었다. ‘진리의 길을 간다고 집을 나오긴 했지만, 아직 아이들이 어린데, 경찰을 데리고 집에 들어가서 패물을 다 갖고 나온다면?’ 도저히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신천지 신앙을 지키기 위해 집을 나왔지 돈 때문에 나온 건 아니었다. 그러자 신문에 2주간 분양권 분실 공고를 낸 후 재발급을 받고 팔자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나는 실제로 구역장과 함께 분양받은 아파트가 있는 지역에 찾아가 매매가를 알아보고 집을 내놓고 돌아왔다. 또한 매매를 위해 필요한 인감증명서도 가족들이 뗄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집 근처 주민센터를 찾아가 본인만 인감을 뗄 수 있게 변경신청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안하고 집주변 주민센터에 들러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했던것 같다. 

나는 신천지로 갈 때 아무것도 가지고 간 게 없었다. 그래서 4개월 동안 신천지에서 후원받는 돈으로 살았다. 강사가 되고 싶은 청년들 중에는 가출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숙소도 많았다. 강사가 받는 돈은 20만원에서 30만원이었다. 아이들 셋을 두고 가출한 나에게도 지원금이 30만원이나 나왔다. 난 지원금이 들어오는 걸 보고 ‘이곳은 이단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이단은 교인들의 재산을 착취해 가는데 신천지는 이렇게 지원금도 주지 않는가.’라는 생각이었다. 지원금을 받고 밥은 교회 식권으로 해결했다. 신천지 안에서 교육부 팀장을 맡으며 나는 가출하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던 신천지의 참된 실상을 보게 됐다.

나에게는 이혼을 종용하던 다른 부서의 부장이 있었다. “머지않아 하나님 나라가 이뤄질 것이며 우리는 계시록 20장 4절의 14만 4천의 영과 육이 합일 되는 영계와 새 하늘 새 땅을 꿈꿔야 한다. 그날이 5분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하며 나에겐 이혼을 종용하던 그 사람은 정작 재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것도 자기가 포섭한 사람과 재혼을 꿈꿨다. 게다가 시부모에게는 교회 전도사라고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이건 아니지 않나?’ 싶었다. 신도들은 일정한 돈벌이 없이 아침부터 밤까지 신천지 전도 일만 하다가 신용불량자가 됐다. 당연히 그 가정의 자녀들은 부모의 보호로 부터 방치됐다. 신천지에 올인한 부모들 때문에 탈선하는 비행 청소년들이 너무나 많은 것 또한 봤다. ‘여기가 진짜 하나님 나라가 맞을까?’

▲ 첫장막의 발자취를 탐방했던 이지연 집사

센터 고등과정 중에 이런 적도 있다. 신천지 전도사가 수강생들에게 검정색 표지 성경책을 보여주며 이게 무슨 색이냐고 물었다. 수강생들이 “검정색”이라고 대답하니 “만약 총회장님이 이걸 흰색이라고 하면 어떻게 할 건가?”라고 전도사가 다시 물었다. 수강생 중 반은 “흰색인데···” 반은 “검정색···” 우물쭈물하니 전도사는 “총회장님이 흰색이라 하면 흰색인 거예요!”라고 잘라 말했다. 계시 받은 분이 그렇게 얘기하면 그런 거라는 말에 다들 “네···”라고 했었다. 맹목, 무조건적 순종을 하라는 얘기였다. 살짝 거부감이 들었다.

거짓말도 스스럼없이 했다. 나도 했을 뿐만 아니라 신천지 신도들이 하는 걸 너무 많이 목도했다. 그럴 때마다 정말 이곳이 하나님의 나라인가라는 회의감이 들었다. 가출한 뒤 큰딸 서연이와 밖에서 만난 적이 있다. 아이는 혼자 나왔지만 나는 신천지 인을 대동했다. 그 때문인지 아이가 어색해 했다. 엄마를 만나는데 옆에 신천지 인이 있다는 게, 아직 4학년밖에 되지 않은 맏딸 입장에선 이해되지 않았다. 가족들은 엄마와 큰아이가 만나니 이제 집에 들어오겠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서연이를 만난 후에도 아이만 집으로 올려 보내고 다시 신천지로 갔다.

잠시 설명하자면, 이 글을 보시며 이단에 빠져서 가출하고, 이혼하고, 학업을 포기하는 게 이해가 안 되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하지만 미혹의 영은 반드시 있기에 육적인 것은 육적으로, 영적인 것은 영적으로 이해하는 눈이 필요하다. 감기 걸린 사람이 기침을 하고 콧물이 난다고 해서 이해가 안 된다 하지 않듯이 이단에 빠지면 나타나는 증상들이 가출, 이혼, 학업포기로 나타나는 것이다. 지금은 신천지에 빠져있는 영혼들이 너무나 불쌍하고 안타깝다.

아무튼, 그러던 중 신랑이 우리 가정의 일을 CBS에 제보를 했다. 당시 내 이야기는 ‘신천지의 사라진 엄마’(https://www.youtube.com/watch?v=7FNjuXoQT7Y)라는 제목으로 보도되었다.

총회에서는 CBS 보도를 본 후 “자녀 3명을 두고 가출한 사람이 도대체 누구야!!”라며 전국 지파를 통해 방송에 나온 내가 누군지 수소문했고, 총회로 즉각 들어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내가 가출해서 4개월을 지낸 건 어느 누가 보더라도 정상적 상황이 아니었다. 교회라는 곳에서 이런 신도가 있다면 집으로 돌아가 가정을 지키고 자녀를 돌보면서 신앙생활을 하라고 해야 정상인데 오히려 신앙을 지키라며 가출시키고 지원금까지 준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아도 신천지에 득이 되는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가출이 능사는 아니구나. 집에 들어가서 해결을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떻게 들어가지?’라며 고민하던 차에 시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족과 4개월 동안 연락을 두절했다가 92살의 시할머니가 돌아가신 다음날, 2017년 2월 12일, 나는 대구에 있는 장례식장에 갔다. 그리고 장례식장에서 4개월 만에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돌아가면 회심 교육을 받자고 했지만, 나는 끝까지 안 받겠다고 말했다. 남편은 불안해했다. 지금은 집으로 가지만, 내가 다시 신천지로 돌아가게 될까봐서였다.

반면 나는 남편이 두려웠다. 나를 다시 이단상담소로 데리고 갈까봐 말이다. 그래서 택시를 타고 도망갔다. 이번엔 신천지로 가지 않고 친정엄마 집으로 갔다. 가면서 신천지 인들과 연락을 계속했다. 친정으로 간다고 했더니 신천지 측 인사가 “절대 그대로 가지 말고, 우리를 한 번만 보고 가라, 이대로 가면 죽는다.”고 했다. 내가 주저하자 총회 관계자에게서까지 전화가 왔다. 그도 잠깐 나에게 보고 올라가라고 했다. 내가 한마디 했다. “지금 장례식장에서 총회 들렀다가 가면 택시비가 30만 원이 나와요. 그거 대 주실래요?” 잠시 기다리라고 했던 신천지 관계자는 “그럼 그냥 친정으로 가라”고 알려왔다.

신천지에 들어갈 때, 나는 우리 집 주소를 다 오픈했다. 주민등록 등본, 차량 등록증을 공개하고 신변 보호 요청서까지 써야 입교가 되기 때문이다. 신변 보호 요청서란 회심상담을 받는 상황이 될 때 내 신변을 신천지에 위탁하겠다는 것 이였다. 그러나 나는 이상하게도 친정에 대해서는 알리지 않았다.

친정으로 가서 다시 4개월 동안 버티면서, 회심 교육을 받지 않겠다며 남편을 또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지금 되돌아보면 너무 부끄럽다. 남편은 끝까지 울면서 나에게 이단 상담 교육을 한 번만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그거 받기 싫으면 인터넷이라도 한번 봐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들어줄 수가 없었다. 하나님께서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고 하신 것이 선악과인데, 인터넷도 보지 말아야 할 선악과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천지와 관련한 인터넷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남편이 나를 가둬놓고 자꾸 인터넷을 보게 한다고 나는 고소했다. 친정 식구들도 “지연아, 어떻게 이렇게 바뀌었냐? 제발 예전의 네 모습으로 돌아와 주렴”하고 눈물지었다.

▲ 가출한 뒤에 카페에서 딸을 만난 이지연 집사

양심이 살짝 고개를 들던 순간, 그리고 회심
그렇게 4개월 지나갈 무렵이었다. 서연이반 학부모 참여 수업이 있었다. 선생님이 반 아이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질문이 있으면 아이가 반을 쓰고 나머지 반은 엄마인 내가 쓰는 설문 조사였다. 질문이 이랬다. ‘최근에 가장 행복한 때는?’ ‘요즘 들어 가장 고민되는 건?’ 나는 차마 답을 쓰지 못했다. 큰딸 서연이의 답만 쳐다봤다. 서연이는 이렇게 썼다.

최근에 가장 행복했을 때는?
딸의 답: 엄마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요즘 들어 가장 큰 고민은?
딸의 답: 엄마 아빠가 매일 싸우는 거.

나는 선생님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선생님이 말했다. “어머니, 서연이가 제게 했던 표현을 그대로 어머니께 해볼게요. ‘선생님, 우리 엄마가 이단·사이비 신천지에 빠졌어요!! 그런데 회심 상담을 받지 않아요. 우리 엄마 어떻게 하면 좋아요?’ 어머니, 아이의 어린 시절은 행복한 시간으로 채우고 채워도 부족한 때랍니다. 엄마가 이단·사이비에 빠진 것 때문에 아이가 행복해야 할 어린 시절이 이렇게 힘들어진다면 어머니께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나의 양심이 고개를 살짝 들었다. 딸을 봐서라도 회심상담을 해야만 했다. 결국 이단상담소로 갔다. 다만 상담소 간사님이 와서 설명하실 때는 속으로 계시록을 암송하며 듣지 않았다. 상담을 진행한 지 3일이 됐다. 당연히 나에게선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아빠는 간사님께 통곡하며 매달렸다. “간사님, 우리 지연이 좀 살려 주세요.”

엄마는 체념하듯 말했다. “이제 너 가고 싶은 신천지 가라!!! 아이들은 임 서방과 내가 잘 키울 테니···.” 단 한번도 이혼을 말하지 않던 남편도 이혼서류를 갖고 왔다.

“여보, 이제 끝이야. 도장 찍어. 당신도 신천지에 가서 살아야 하니, 당신이 요구하는 만큼 돈은 줄게. 그런데 당신, 신천지에 빠진 거 구하려다 나는 사업도 내려놨다. 돈이 많지 않아. 그러니 양심적으로 위자료를 요구해줘. 내가 빚을 마련해서라도 그건 줄게. 그러나 아이들은 내놓을 수 없어. 아이들만은 절대 당신 같은 신천지 인으로 키울 수 없어.”

이제 엄마도 신천지에 가라고 한다. 남편도 이혼서류를 준비해왔다. 나의 결단만이 남은 상태였다. 그때 이단 상담소의 간사님이 내게 다가왔다.

“이 집사님, 신천지로 가는 건 좋은데 건성으로 듣지 말고 왜 신천지를 종교사기라고 하는지 다시 한 번만 들어보세요. 부모님도 버리고, 가족들도 다 버리고, 아이들까지 버렸는데 나중에 이단·사이비라는 게 깨달아지면 억울하지 않겠어요? 마지막 기회에요.”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과연 아이 없이, 남편 없이 살 수 있을까? 이런 고통스러운 선택으로 나를 몰아세우는 신천지는 과연 진리가 맞을까?’ 고민 끝에 나는 ‘만일 이단 상담을 다시 받고, 그래도 진리라면 신천지에 당당히 가겠다, 정말 마지막이다.’라고 결정했다. 그리고 곧장 이단 상담을 받아보겠다고 내려갔다. “간사님 제가 들어볼게요.”
그걸로 인생을 내건 줄다리기가 끝이 났다. 마음을 열고 듣는 순간, 신천지가 종교사기라는 게 확연히 드러났다. 그토록 자신만만하게 생각했던 실상이 자꾸 바뀌는 건 어떤 이유로도 설명이 불가했다. 실상의 연도가 바뀌는 것, 인물이 바뀌는 것 모두 설명이 불가했다. 나는 1년 6개월의 기간 동안 비유 풀이에 세뇌된 결과 이만희 교주가 그리스도라고 고백했다. 그리고 이 말을 들은 엄마는 통곡하며 울었다. 그런데 마음을 여는 순간 즉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남편과 나는 이단 상담 과정을 열심히 듣고 있다. 내가 돌아올 수 있게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붙들어준 부모님, 가족들, 남편,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한 명이 신천지에 빠지는 건 너무 쉽다. 그러나 진리 가운데로 회심하려면 그보다 더 큰 힘이 들어간다. 보통 부인이 이단에 빠지면 부부가 이혼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의 남편은 못난 아내를 되돌리려고 언론사에 제보하고 신천지 총회를 찾아가고 사업도 내려놨다. 그 덕택에 나는 겨우 회심할 수 있었다.

▲ 이지연 집사(가명)와 가족들

회심한 후 둘째 수연이를 만나기 전에 통화부터 했다. 내 목소리를 들은 작은 딸은 펑펑 울었다. 집에 들어간 후 나중에 수연이가 말했다.

“엄마, 내가 엄마 돌아오는 날 통화했잖아. 그때 왜 엄청 울었는지 알아?”
“반가워서?”
“아니, 나는 엄마가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 있어서, 그게 너무 고마워서 울었어.”

수연이가 말을 이었다. 딱 일 년 전 10월 말쯤이었다고 한다. 작은딸이 아빠와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그 때 작은딸이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할 말이 있어요.”
“뭔데?”
“엄마가 안 오는 거 좋아, 나 참을 수 있어. 그런데 새엄마는 싫어.”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니?”
“우리 반에 어떤 아이가 새엄마가 왔다고 했어. 근데 너무 싫다며 막 우는 거 봤거든.”

남편은 그런 수연이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수연아, 아빠는 절대, 포기하지 않아. 꼭 신천지에서 엄마를 찾아올게.”

가족의 끊을 수 없는 절대적인 사랑이 신천지라는 질척한 늪과 숨 막히는 악몽에서 나를 깨어나게 했다. 지금도 내가 간증하고 있다는 게 정말 꿈만 같고 이 순간이 너무도 소중하다. 살아서 역사하시는 하나님과 가족들은 물론 나 하나를 회복시키기 위해 헌신해 주신 구리초대교회와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협회장 진용식 목사) 구리상담소장 신현욱 목사님을 비롯한 간사님들 모두 모두 감사드린다. 더불어 올바른 길로 돌아올 수 있도록 눈물로 기도해주신 경기도 광명 H교회 담임목사님을 비롯한 전성도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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